천로행(제4부)

제 089 회 하나의 문제

금박(金舶) 2016. 11. 16. 08:51


하라하슨은 젤메조를 기다리는 이틀 간 많은 이야기를 진원성에게 털어놓았다. 주로 학교에서 배운 몽골족의 역사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진원성은 아직 머리속에 든 산만한 역사지식을 잘 정리하지 못한 채였으므로 이해가 제한적일 때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 즉 쿠빌라이 칸이 토번 홍교와 최왼계약을 맺었으며, 근자에 알탄 칸이 황교와, 또 아바타이 칸이 황교와 최왼계약을 맺었던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리그덴 칸을 찾아가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하라하슨은 말을 이었다.


"이후에 몽골족 원나라는 명나라에 쫓겨서 북으로 가고, 그 다음에는 크게 세력을 얻지 못하고 지금에 이릅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렸듯이 삼사십 년 전에 투메트 만인대의 알탄 칸이 쿠빌라이칸을 흉내내는 것으로, 이루지못한 큰 꿈을 달래려 하였는지 모르지만... 황교의 달라이 라마와 최왼계약을 맺습니다. 이제 대형님께서 풀어주셔서 이로써 준갈이족은 청랑대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었지요. 게다가 할하 만인대의 아바타이 칸이 달라이 라마와 또 최왼 계약을 맺지요. 달라이 라마는 두 분 칸 들에게 어떤 법술을 가르쳐 주고, 칸들은 법술을 체험해본 후에 달라이 라마를 깊이 신뢰하게 됩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법술의 효력을 보고서 인정을 한 것입니다."


"어쩌면 ... 그 법술이란 것이 ... 하라하슨, 혹시 두 분 칸 들이 그 후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나요?"


진원성은 법술이란 말을 듣고 가욕관에서 수위장군에게 활불로써 법술을 베풀었던 것이 순간 떠올랐다. 잘못하면 법술이 몸에 득(得)보다는 실(失)을 끼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원성은 술법의 강도를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어 베풀었다. 그러나 법왕의 실력이 진원성 자기와 같이 환자 수천 명을 고치면서 숙달한 정도가 못된다면 법술의 크기를 작게할 수도 없을텐데 하는 걱정이 떠올랐다. 그러면 칸들은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왜, 무슨 일이 있는가요? 잠깐만요... 기억을 좀 ...생각을 해보지요 ... 두 분 칸 중에 알탄 칸은 계약 시에 71 세였는데, 계약 후 3 년 만에 돌아가셨고요, 아바타이 칸은 계약 시에 27 세였는데, 계약 후 7 년 만에 돌아가셨네요." 


[알탄 칸은 생몰 1507 - 1581년, 최왼계약 1578년, 아바타이 칸은 생몰 1554 - 1588년, 최왼계약 1581 년, 달라이 라마 3세 생몰 1543 - 1588년, 년도는 모두 서기임, 티베트 황교 종단은 계약 후 적극 포교에 나서며, 몽골 각지에 불사 佛寺를 짓고, 몽골족들을 승려로 적극 양성하여, 이에 질세라 홍교도 나서게 되어, 홍교 황교 승려들은 몽골 각 지역에서 대립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요?"


"알탄 칸은 나이가 많은 상태였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바타이 칸은 한참 젊은데 죽었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활법이 잘못되어져서 그런 것이에요. 어쩌면 가욕관의 수위장군도 마구 힘을 쏟으면 오래 살지 못할 염려가 좀 있구만요. 내가 술법을 펼쳤는데 쓸모없는 짓을 한 것 같아요. 너무 힘을 과용하지 말아야 할텐데... 몸에 기가 활성화 되면 건강하여지고, 그 다음은 자연히 음욕(淫慾)도 커지게 됩니다. 아마 두 분 칸은 옆에 여자가 많이 있으니 절제가 힘들어서 원기(元氣)을 손실당하였으므로... 그렇게 되기 쉬웠을텐데, 수위장군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호흡법은 가르치지 않아서 좀 다행이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약해질테니, 두고보는 수 밖에 없게 되었네요. 지금 내 옆에 있다고 해도 특별히 손 쓸 방도도 없으니..."


"달라이라마가 모르고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칸들이 원하였으므로 그렇게 해줬을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가욕관 수위장군의 팔자가 대형님께서 내려준 복을 받을 팔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익(益)을 주는 일 한 가지를 더 하는 것보다, 해(害)를 주는 일 하나를 제하는 것이 좋은 법이네요. 토번에서 병자들을 돌볼 때는 그들이 수가 많고, 그러다보니 그들에게서 해가 될 것만 제거하느라 문제가 없었는데, 수위장군에게는 내가 너무 의욕적으로 대들었어요. 그 때 수위장군이 마치 내게 당연히 요구할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복(福)을 달라고 말하길레 뭐 달리 줄 것도 없고 하여... 잠시 내 이야기 때문에 다른 데로 말이 옮아갔지요?"


"아니 괜찮습니다. 6 개의 만인대 중에서 황교가 우세한 곳은 할하 만인대, 투메트 만인대, 융세브 만인대 이렇게 3 지역이고요, 청해가 있는 융세브 만인대 지역은 황교가 만들어진 처음부터 많이 전파되었던 지역입니다. 나머지 우량한 만인대, 차하르 만인대, 오르도스 만인대 지역은 홍교가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지요. 저는 몽골에서 황교와 홍교가 서로 싸우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을 좀 해보았습니다. 차하르 만인대 리그덴 칸이 홍교를 선호하는 정책을 내세우면 나머지 세 군데 만인대에서는 분명 반대를 할텐데, 징기스칸 처럼 칸은 종교의 위로 올라서야 좋습니다."


"나도 토번에서 황교 사원에 갈 때에 그런 것을 좀 걱정하였지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그런 살기를 느낄 때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토번의 근본적인 문제는 홍교든 황교든 라마 승려가 너무 많다는 것이에요. 라마 승려는 생산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여 먹고 사니까. 또 토번 만성들은 자기 자식을 은자를 들여서라도 승려로 만들 생각만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일하는 것이 너무 고달프고, 거기에 비하여 라마 승려의 생활은 너무 편해보이고 좋다고 생각하니까 자식들은 라마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에요."


진원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종성세혼(宗盛世混 종교가 활성되어 세상이 혼란해짐)인데......'


"그럼 대형님은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가요? 예를 들자면 토번 만성들이 라마 승려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할까요? 또는 몽골 소년들이 ..."


"만성들이 가만히 있어도, 황교와 홍교가 서로 경쟁하면서 자기들 사원으로 자식을 보내서 승려를 만들라고 권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자식들을 맡으면 그들에게서 나오는 은자도 당장 보탬이 되지만, 나중에는 승려들을 빼앗기면 자기들의 세력이 약해지고 결국은 위축되고 최후에는 자기 종단(宗團)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에요. 이것은 칸에게도 해가 됩니다. 하지만 칸이 종교를 억압하는 것으로 표현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너도 나도 라마가 되면 결국 양치기 할 사람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은 결국 사람 수에 비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 어떤 라마 분과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없는 문제란 것을 확인할 뿐이었지요. 가장 좋은 것은 종단들 스스로 어느 정도를 한계로 자제하는 것인데, 종단 별로 라마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좋겠는데, 그걸 동시에 양쪽에서 탄압이라 받아들이지 말고 보호라고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에요. 그래도 나라의 중요한 문제이니 칸으로써는 꼭 처리해야할 문제이죠."


"라마의 수를 제한하고, 법당의 수도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고요?"


"만일에 라마들이 스스로 제어할 수 있었다면, 그 정도 현명한 자제력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이 연계되고 또 달리 연계가 되어, 안문관의 늑대들이 만들어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대형님은 황교나 홍교가 서로 경쟁하고, 소년들이 모두 라마 승려가 되어서, 양치기 할 아니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해지고 하는 그런 문제와, 우리들 세 명이 몽골부대에서 내쳐지고, 늑대가 되고 하였던 일과 서로 관련이 있는 문제라 생각하시는가요?"


"나는 그것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하나의 문제인 것 같아요. 또 안문관 밖에서 몽골부대와 명나라 군대가 서로 싸우다가, 그 다음에는 명나라 군대에서도 몇 명이 떨어져나오고, 몽골군대에서도 몇 명이 떨어져 나오고, 그 떨어져 나온 군병들끼리 하나의 부대가 되어 늑대가 되고... 이런 일 들도 모두 관계가 있는 문제라 생각을 해봐요... 하나의 문제..."


"무슨 뜻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아직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서로 연관 있는 일은 틀림없다 생각하고 있어요. 하라하슨은 내 말에 관계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해보세요."


"그럼... 앞으로 대형님은 리그덴 칸을 만나시게 될 터인데... 홍교를 지원하느냐? 황교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에는 어떤 답을 준비해둬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잠시 생각할 게 있는데, 오늘은 여기서 대화를 끝내고 내일 다시 말하지요?" 


진원성은 여기까지의 하라하슨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었으며, 하라하슨에게 말하고서 천막안으로 들어와 좌정했다. 


진원성은 '하나의 문제'라는 말을 했을 때부터 자기의 심체 속에서 어떤 그림을 보게 되었는 바, 그 그림에 대하여 생각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체 속에서 보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그림들 중에 '하나의 문제'라는 말을 하였을 때에 갑자기 심체 속에서 하나의 하얀 덩어리가 파란색의 무엇을 만들려다 안되고 나더니, 다시 한번 꿈틀거리다 솟구치고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새 모양처럼 되어져 쏜살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심체라면 그리 크지도 않은 몸 안에서 일어난 일일텐데, 이렇게 쏜살같이 한 방향으로 빨리 날아가면 금방 그 끝에 다달을텐데, 그냥 한참 날아가도 심체의 끝은 만나지지 못했으며, 그 그림은 그 상태로 사라지고, 심체의 그림은 끝이 났다.


                                                               [그림 심체 내부의 각원]


진원성은 하라하슨과의 대화에서 '하나의 문제' 라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을까 숙고하게 되었다. 젤메조의 가족이 당한 수난과 몽골족 약탈대의 배반이 관계되어 있으며, 이것은 다시 명나라 군관들이 상납할 뇌물을 마련해야 하는 것과 관련되며, 명나라가 몽골에게서 토번에게서 군마를 사줄 때에 입차(葉茶) 즉 원차나 방차 량을 줄여서 바꿔주는 것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것은 다시 라마들이 백성들에게 더욱 많은 시주를 걷어가는 것으로 연결되고, 홍교와 황교의 갈등이 만들어지며, 이것은 다시 몽골 칸들과 최왼계약 맺는 것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다시 몽골에서 홍교와 황교의 경쟁으로 연결되며, 젤메조의 부인이 홍교 라마의 첩으로 들어가게 된 것과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수만 리 길을 돌아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의 인과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문제인 것이다.


진원성은 심체 속에서 새가 날아가다가 자취를 감추었을 시간 동안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시간의 길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진원성은 잠시 시간관념을 잃게 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찰나의 시간이었던 것 같이 느끼기도 하였다. 이것은 깨닫음의 첫 단계이며, 처음으로 아주 작은 원(圓)을 이룬 것이었다. 질문의 시작이 관계의 끝을 찾아 나선 후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을 때에 둥글 원을 이루었다 하는 것이다. 이것을 각원(覺圓 깨달음의 원)이라 부르며, 이것이 점점 무성하여졌을 때에는 각원(覺苑 깨달음의 동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진원성은 자기의 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누가 인정을 해주어서일까... 진원성은 왜 옳다고 확신이 들까 하는 것이 이상하였다. 마치 초승달 바다에서 만난 영모님이 옳다고 말해준 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토번 땅 캉린포체산에서 만난 영모님 아니 아버지가 맞다고 인정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하라하슨과의 대화를, 무엇무엇을 '하나의 문제'라고 하였던 것인가? 하고 처음부터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다. 곰곰 생각을 정리해보니 홍교와 황교의 다툼, 도교와 불교의 다툼, 명나라와 몽골의 다툼, 징기스칸과 통천무 코코추와의 다툼, 구게왕국의 왕과 불사(佛寺)와의 다툼, 토번 불사에서 승려 라마와 만성(萬姓) 농부(農夫) 노예와의 다툼 등등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문제인 것을 느끼게 되었다. 


누가 진원성에게 왜 그것이 하나의 문제란 말이오? 하고 물으면 아직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하나의 문제인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이것이 하나의 문제일까? 하는 물음에 진원성은 아직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까 새 모양의 그림을 보았을 때에 자기의 마음 속에서는 분명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지금은 그 답을 생각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체 속에 숨어있던 진기들 처럼 이 답도 마음 속 어디엔가 들어 있을텐데... 아쉬웠지만 진원성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