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사인묘(제6부)

제 080 회 원제국의 형제국이자 최대 적수(敵手)

금박(金舶) 2017. 4. 8. 17:18


"방금 말한 왕고리 라는 부족은 어디에서 살았던 부족인가요?"


"그 왕고리는 바로 명나라 이전에 중원 동쪽에 있던 나라 이름이지요. 징기스칸 이후에 왕고리는 원나라에 복속하여 원나라의 동쪽에 자리하여 있다가, 명국 주원장에게 원나라가 망하여 물러서서 북으로 쫓겨가자 함께 북으로 물러나서 동쪽으로 옮겨가서 해동(海東)의 반도(半島)에 들어가서 정착했던 나라입니다. 그 나라 성씨가 왕씨이니 왕고리라고 하였지요."


"명국 이전에는 송국이 있었다고 하던데..."


"예, 맞습니다. 여기 중원의 동쪽에는 왕고리, 서쪽에는 금국이 있었지요. 송국은 장강의 아래 지금의 운남, 귀주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금국이 먼저 우리 멍구리에게 망하여 나라가 없어졌고요, 그 다음에 송국 역시 우리 멍구리에게 망하여 없어집니다. 그러나 왕고리는 멍구리와 형제였으니 정복하지 않고 항복만 받아 함께 살았던 것입니다. 왕고리의 지역은 지금으로 보자면 북직예성, 산서성, 하남성, 산동성, 남직예성, 호광성, 절강성 이었고, 원나라 몽고리의 지역은 섬서성, 사천, 토번, 운남, 귀주, 강서, 광서, 광동, 복건성 이었어요."


"......"


"명나라가 송나라 역사를 만들면서 왕고리를 아예 해동(海東)의 반도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만들었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잠깐, 해동(海東 = 발해의 동쪽)이란 게 뭐지요?"


"산동성 북쪽에 있는 바다를 발해(渤海)라고 부르지요. 이 바다의 동쪽에 있어서 해동의 반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반도의 동쪽에 있는 바다를, 산동성 남쪽에 있는 바다에 연결되어 있는 바다로 여겨서 함께 동해(東海)라고 부릅니다. 이런 말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원(中原)이라고 하면 관중평원(關中平原)을 줄여서 중원이라고 하였지요. 관중은 서안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이 네 관으로 막혀있는 그 가운데란 말이며, 평원은 평야지대를 말합니다. 위수(渭水)를 중심으로 동서로 칠백 리, 남북으로 사백 리 정도 되는 비옥한 땅이지요. 중국(中國)이라면 이 중원에 있었던 한(漢)나라를 가르키는 말이지요. 이곳 관중이 옛날 한나라가 있던 지역입니다. 지금은 중원이란 그냥 명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넓은 땅을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관중평원은 동쪽에 함곡관(函谷關), 남쪽에 무관(武關), 서쪽에 대산관(大散關), 북쪽에 소관(蕭關)의 가운데에 있는 섬서성 평야지대를 말하며, 중원이란 말은 관중평원에서 유래함.] 


"그럼 명국이 역사를 쓸 때에 왜 송국을 크게 하고 고리국을 적게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명국이 원제국의 땅을 통째로 이어받았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명국이 차지한 13 성의 땅에서만 보자면 왕고리가 멍구리보다 더 큰 세력이었는데 이 땅 전부를 명국이 원국으로부터 통째로 물려받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멍구리는 송나라를 차지한 것이 채 백년도 안되고, 북쪽에 있던 그 땅이 본래의 자기 고향이니까 그쪽으로 돌아가면 맞지만 왕고리는 이 땅을 차지하고 산지가 오백 년도 넘기 때문에 북으로 쫓겨갔어도 언제 다시 쳐내려올지 몰랐을 것이니, 아예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 두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짐작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땅의 넓이는 멍고리가 왕고리보다 훨씬 넓었지만, 생산되는 미곡의 량은 왕고리가 멍고리보다 더 많았지요. 멍고리의 지역은 전토가 아닌 초원이 훨씬 컸으며, 때로는 말먹이를 생산하기 위해 전토를 초원으로 바꾸기 까지 했으니까요."


"그게 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왕고리가 그렇게 강대국이었단 말인가요?"


"예, 지금 명국을 1000 개의 현으로 보자면 원제국이 가장 컸을 때에 차지한 현이 470 개 였고, 고리국이 차지한 현이 530 개 였읍니다. 물론 원제국이 왕고리를 지배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변동이 좀 있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 뭐가 뭔지 모르겠구만요."


"이것은 말이 나온 김에 좀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흑응회가 나라를 하지는 않더라도 크게 장사를 하려면 나라를 하는 것과 같을 것이기 때문에 대형님께서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몰라도 괜찮은데... 구찰 부회수가 알고 있으면, 내가 아는 것과 거의 비슷할테니 말이오. 그렇지 않겠소?"


"이 문제는 만일에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굉장히 큰 문제로 마주치게 될 것이니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대형님께서 알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에... 왜냐하면 나라를 움직인다는 것은 나라 속에 있는 만성 한 사람 한사람 뿐 아니라, 나라 속에 있는 모든 단체들과 집단들이 함께 밀고당기는 그런 일이 됩니다."


"이유는 더 설명할 것 없고, 명국이 고려국과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본래 말하려던 그걸 말해보세요."


"우선 이것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몽골족입니다. 굳이 말하면 원국의 후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은 다 버리고 흑응회 회원이고, 부회수입니다. 대형님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종신(從臣)입니다. 그러니 원국이나 명국이나 고리국이나 어떤 나라를 더 애착을 갖고 있거나 편들거나 하지는 않음을 믿어 주십시오. 징기스칸이 대칸이 되어 몽골 땅 이외의 나라로 정복을 시작합니다. 대형님이 징기스칸이라면 다른 나라를 정복하려 할 때 어떤 순서로 정복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이건 마치 석도총관에게 시강을 듣는 것과 비슷하구만. 흐음... 정복의 순서라... 나 같으면 우선 가까운 나라부터, 또 하기 쉬운 나라부터 정복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괜히 전쟁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텐데..."


"그렇습니다. 쉬운 나라부터... 우선 몽골에서는 전쟁이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몽골 초원은 물부족으로 농사짓기가 적당하지 않아서 양떼를 키워야만 하지요. 대략 십 년에 한번 씩은 혹한이나 대가뭄이 닥쳐오며, 그 때에는 수십만 마리도 넘는 많은 양떼가 일시에 얼어죽거나, 풀이 말라서 굶어죽거나 하지요. 이말은 다시 말하면 사람도 굶어죽는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족들은 곧바로 약탈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요. 멍구리에선 그러므로 사내가 태어나면 말타기 활쏘기부터 가르쳐 용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의무입니다. 징기스칸은 부하 장수들과 회의를 한 끝에 가장 먼저 먹을 것이 많은 남쪽 땅을 욕심을 냅니다. 그리고 가까운 나라부터, 하기 쉬운 나라부터 하기로 순서를 정합니다."


"어떤 나라가 첫 번째 목표가 되었는가요?"


"그것은 대하(大夏 서하 西夏를 말함)국이었습니다. 대하국은 당시 금국과 송국과 전쟁을 치르며 셋이서 협조와 반목을 거듭하는 좀 묘한 관계였는데, 식량도 제법 있었으며, 제철기술이 발달하여 무기들을 만들 철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었지요. 대하국은 전쟁기간 7 년 동안 4 번 침공하여 완전 박살을 내버립니다."[대하국은 1227 년에 멸망합니다.]


                                                  [그림 몽골의 진격]


"나도 석도총관의 시강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대하는 불신의 나라라 하여, 징기스칸에게 짓밟혀서 만성들이 대부분 죽게 되었다고요. 사실 나는 배운 것이 부족하여 석도총관에게서 개인적으로 여러 시강을 듣게 되었어요. 석도총관은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예, 맞습니다. 그때 징기스칸은 배반죄를 적용하여 대하국 만성들을 무차별로 도륙 하였습니다. 다음은 남쪽에 있는 금국입니다. 금국을 4 년의 전쟁 기간으로 송국과 연합하여 공격하며 남쪽으로 밀어부치고, 일단 화의를 합니다. 그리고 20 년이 지나자 다시 금국을 공격하여 완전히 멸망 시킵니다. 그러므로 금국은 전쟁기간 7 년 정도에 4 번 침공하여 멸망시켰다고 볼 수 있지요. 그 다음 서쪽에 있는 코라슴이란 나라를 공격하게 됩니다. 여기는 징기스칸이 화해를 하자고 보낸 사신과 교역단 500 명을 모조리 잡아 죽이는 만행을 저질러서 징기스칸을 분노하게 하여 침공을 자초하며, 6 년 사이에 두 번 침공하여 멸망을 시킵니다. 코라슴은 군병 40만 명이 지키는 큰 나라이며 전쟁에서 질 리가 없다고 자신하였으나, 징기스칸 군대는 10만 명의 적은 규모가 침공하지만 뛰어난 용병술로 상대를 전멸시켜 버리지요."


"흐음..."


"다음은 고리국입니다. 그 때 남송은 금국에 밀려 거의 멸망하여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정도이기에 고리국을 침공합니다만, 고리국은 강대국이라 48 년 동안 9 번을 침공하여 겨우 항복을 받아냅니다. (고려의 항복은 서기 1270 년임) 이것은 몽골이 형제국인 왕골을 좀 대우를 좀 해준 것이기 때문에 오래 걸렸다고 보면 맞겠지요? 몽골의 정복전쟁 중에서 가장 오래 걸린 전쟁입니다. 그 다음에 맨 밑의 남송은 망하기 8 년 전부터 3 번을 침공하여 멸망하게 됩니다. (남송 멸망은 서기 1279 년임) 아무튼 이렇게 원제국은 황제국인 고려국을 봉국으로 만들어 남겨두고 나머지의 땅은 모조리 정복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징기스칸의 아들들과 손자들이 정복전쟁을 나서서 몽골은 동서 사만 리 남북 이만 리의 대제국을 세우게 됩니다."


"전쟁인데 형제로 뭘 대우해 준다는 게 말이 될까요? 하여튼 부회수님의 말하는 뜻을 정리하자면 무엇인가요?"


"몽골은 넓어도 비가 부족하여 땅은 썩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많게 봐주면 고작해야 60 개 현 정도고, 적게 봐주면 40 개 현입니다만, 거기에서 떨쳐 일어난 대영웅 징기스칸을 생각한다면 우리 흑응회가 지금은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그리 실망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나한테 나라를 하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나는 명나라를 배반하지 않겠어요."


"저도 대형님께서 명나라를 배반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전해들었지요. 제말은... 크게 장사판을 벌리는 것은 나라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나라보다 더 큰 판을 벌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나라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흐음... 그렇다면 좋아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대형님은 어떻게든지 흑응회를 큰 상단으로 만들어 반석 위에 올려놓고서 우리 회원들 모두에게 자손 대대로 잘먹고 잘살게 그리 만들어 주셔야만 된다 그 말입니다. 유래타 회원은 내 말이 어때요?"


"예에, 갑자기 저에게 입을 열라 하십니까? 저는 조용히 듣고 배우고 있습니다만 방금 부회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저의 귀에는 아주 좋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대형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귀에 좋게 들리는 말에는 독이 꼭 들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기억했다가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대형님의 태도, 자세에서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흑응회의 주인이 아니라 그냥 왠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지요. 그 점이 마음 속에서 어떤 부담으로 남는 것입니다. 예, 제가 처음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대형님의 자세가 되면 어쩌면 나중에 흑응회는 주인없는 회가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에요. 어떤 조직도 주인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게... 우리 흑응회의 주인은 바로 회주부, 아니 회수부와 회원들 전부라고 해두면 안되나요? 나는 회원들 마음 속에 잘 준비를 마쳐두었는데, 그리고 백회우도 자기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했으니 이젠 회수부에서 잘하면 되는데요? 구부회수님도 초회수님, 백회우님과 함께 알아서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