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사인묘(제6부)

제 050 회 밀정의 활동 설명

금박(金舶) 2017. 3. 12. 10:18


"삼 년 전에 명나라 황궁 내에서 여진족의 누르하치를 견제하자는 의견이 비등하였습니다. 동창의 요동(遼東) 담당하는 쪽에서 무슨 위험 신호를 느끼고 보고를 한 것이겠지요. 그 때에 건주여진의 누르하치는 해서여진 4 개 부족 중의 2 개 부족을 이미 합병하였고, 남은 2 개 부족 중 우라 부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며, 그대로 두었다가는 누르하치의 기세를 제어할 수 없다고 판단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명나라 황궁은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고 결국 작년에 누르하치는 우라 부족을 합병하였습니다.(서기 1613 년임) 누르하치는 과거의 왕들과는 달리 상대를 합병하여 그 부족의 모든 만성들을 신분을 무시하고 함께 뒤섞어버리며 자기 부족과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 더욱 강력해지는 정책을 씁니다. 이것은 대형님이 우리 준갈이부족을 받아들여서 대우하신 방법과 거의 비슷하지요. 이렇게 되었으니 이 후로 올 것은 명나라 황궁에서는 건주여진의 누르하치를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고 여론이 다시 비등할 것이며, 결국 명나라는 해서여진(海西女眞)의 마지막 남은 예허 부족들을 지원하기 시작하리라 봅니다. 이런 정치적 움직임이 여진족과 명나라와의 사이에 지금 있는 것입니다. 조금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것을 기억하셔야만 밀정들의 활동을 설명드릴 수가 있습니다."


"지금 설명을 하는 그 당시에 내가 몽골 초원을 지나 여진 족들의 마을을 둘러보던 때였는데, 그 때에 몽고 커얼친 부족은 건주여진 누르하치에게 공주를 시집보내는 혼인동맹을 추진하였습니다. 이것은 누르하치가 몽골족과 힘을 합하여 해서여진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라 봐야 하겠군요?"


"아마 누르하치가 외교정치를 한 것이겠지요. 지금 이야기는 명나라 황궁에서 활동하는 밀정들의 움직임을 말씀드리자는 것이니 누르하치는 잠시 뒤로 밀어두기로 하지요. 삼 년 전 누르하치를 견제해야 한다는 보고가 아마 명의 황제에게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황궁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회의를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황궁의 회의 자리에 명나라 황제와 신료들이 있는데 신료들 대신에 몽골 황금씨족을 보호하려는 밀정과 건주여진 누르하치를 편드는 밀정과 해서여진을 편드는 밀정과 또 다른 밀정들만 있다고 가정해보기로 합니다. 명나라의 신하들은 밀정에게 몸과 입을 빌려주는 것이나 같으니까요."


"명나라 신료들은 없고... 각국 밀정들이 황궁에서 황제와 회의를 한다고 보자는 것이지요."


"예, 삼 년 전에 해서여진의 예허부족 밀정은 황제에게 간곡하게 은자 오만 량을 지원해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때에 명나라 국고에는 은자가 없고 황제의 내고에만 은자가 있었으나 황제는 은자를 내놓지 않습니다. 당시 해서여진 우라부족은 몽골 황금씨족 차하르 부족들에게도 도와달라고 호소를 했었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요, 몽골 커얼친부족 여기가 징기스칸의 친동생들의 부족입니다만, 이들에게도 부탁했지만 거절 당합니다. 작년에 결국 해서여진 우라부족은 누르하치에게 합병당합니다. 또 재작년에 커얼친은 누르하치와 혼인동맹을 하였지요. 대형님이 알고 계신 내용이 바로 이것이겠지요."


"밀정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좀 이해가 어렵네요."


"해서여진의 밀정은 명나라의 각신(閣臣 내각의 신료) 중에 누구와 미리 약조를 하여 은자 오만 량이 나오면 그것을 그 각신이 지정하는 상단에게서 물자를 사서 우라 부족으로 들여가기로 하는 것입니다. 이 물자는 우라 부족을 도와줄 부족들에게 댓가로 지불할 물목이며, 용사 오천 명 정도는 얻을 수 있는 은자 량입니다. 그러면 누르하치는 우라 부족의 용사 오천 명과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오천 명의 용사 즉 일만 명을 대적하여야 된다는 부담에서 침략을 포기하게 될 것이지요. 비록 우라 부족에게 승리하더라도 피해가 크면 싸우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때에 말 심부름을 했던 각신은 해서여진과 거래했던 그 상단으로부터 은자 일만 량을 나중에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황궁 내에서의 정치입니다."


"황궁 내에서의 정치..."


"여기에서 건주여진의 밀정 역할은 다른 각신을 통해서 해서여진에게 은자가 가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것입니다. 당시에 실제로 각신 중에 누가 황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은자를 내주시면, 앞으로 해마다 은자를 그만큼 내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황제는 내고에서 은자 내주기를 거절하였습니다. 이렇게 밀정들은 움직입니다. 대형님 이제 이해가 되십니까?"


"그러니까 밀정들은 뒤에서 뇌물을 가지고 신료들을 조정하는 군요?"


"꼭 뇌물은 아니고, 정세판단을 하여 그것을 필요한 신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지요. 누르하치가 15 년 전에 하다 부족을 합병하고, 다시 8 년 만에 후이파 부족을 합병하고 이번에는 6 년만인 작년에 우라 부족을 합병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앞으로 4 년 안에 마지막 남은 최강의 예허 부족을 합병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명나라는 이것을 막을려고 아마도 내년부터 어쩌면 예허 부족에게 해마다 은자를 십오만 량 이상 씩 지원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제 그만큼 누르하치는 더 강해졌으니 은자도 더 많아져야 하지요."


"우라 부족에게 오만 량을 주는 것의 세 배가 되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은자가 량이 작군요?"


"아닙니다. 중원전체로 보자면 작지만 동북방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로써는 큰 은자입니다. 해서여진의 밀정이 신료를 통하여 다시 마지막 남은 예허 부족을 지원해달라고 하면, 어떤 상단의 밀정 역시 다른 신료들을 동원하여 황제에게 예허 부족을 지원해야한다고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황제도 어쩔 수 없이 은고를 열겠지요. 그리 되면 해서여진과 상단 어느 곳은 은자 십오만 량을 풀어 물목을 사고 예허 부족에게로 운송할 것입니다. 밀정들이 움직이는 활동이 이렇습니다. 굳이 어디의 밀정이라는 간판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저 자기들의 위치에서 명나라를 위해 일하는듯 하면서, 자기 나라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말로만 명나라의 보호를 위해... 흐음... 어쩌면 실제로도 명나라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겠구만요."


"그런데 이 때에 황금씨족의 밀정들은 다른 신료를 통해서 아마 이렇게 나올 것입니다. 예허 부족에게 가는 물목들의 운송로는 건주여진과 너무 가까워 위험하다. 그러니 달단 차하르 부족에게 물목을 내주어, 차하르 부족이 해서여진의 예허 부족을 돕도록 하면, 누르하치와 혼인동맹을 맺은 달단 커얼친 부족을 압박함과 동시에, 예허부족을 지원하는 일석이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지요. 차하르 부족은 리그덴칸 즉 황금씨족의 부족입니다. 어떻게 될 것인지는 몇 달이나 일 년 쯤 지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마는... 저의 짐작으론 황제가 차하르 부족에게 은자를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차하르 부족이 가장 강하며, 같은 은자를 들여서 좀더 강한 쪽과 손을 잡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각국들과 커다란 상단들도 밀정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랑대에서 심어놓은 밀정들도 황금씨족을 옹호하는 편에 절반 이상이 포진하여 있습니다. 이들을 흑응회의 밀정으로 만들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잠깐, 황제가 차하르 부족에게 은자를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일텐데요... 직접 예허 부족에게 주는 것과는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밀정들이 하는 일은 명나라를 위한다며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차하르 부족은 훨씬 세력이 큽니다. 그러므로 차하르 부족이 진심으로 예허 부족을 돕게 된다면 잘 되었다 할 것이나 과연 차하르 부족들이 자기 일처럼 나설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러므로 대형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반드시 예허 부족에게 직접 은자가 가도록 해야 마땅합니다. 대형님은 아주 냉철하게 잘 보시네요. 우리는 지금 밀정의 역할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밀정이 무엇을 어찌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말 내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얼마간 생각을 정리한 후에 제남으로 돌아가서 다시 이 문제를 말하기로 하십시다."


"대형님이 커얼친 부족과 혼인을 맺게 되었다고 말을 듣고, 저는 다행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또 저는 대형님께 누르하치와 혼인을 맺는 것도 추진하면 좋으리라 말씀 드립니다."


"아! 그것은 ... 정말 나의 뜻이 아니었어요. 커얼친 공주를 본 적도 없고, 또 실제로 혼인을 해야할지 아니면... 아 이것은 참 말하기도 쉽지가 않구만요."


"왜... 커얼친 부족에게 무슨 언짢은 일이 있는가요? 혼인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공개적으로 아주 심한 명예훼손이 됩니다. 정 맘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이시고, 그 다음에 공주를 조용히 뒷방에 쳐박아버리면 됩니다. 누르하치와 혼인동맹을 권하는 이유는 우리 밀정대가 수집한 자료 때문에 추천하는 것입니다. 누르하치의 군대 훈련법은 아주 훌륭하며 아마 이십 년 이내에 동북방의 모든 세력을 통합할 것입니다. 그러면 흑응회는 그들과의 큰 장사거리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커얼친과 무역을 시작하셨듯이 ..."


"여진족과의 무역은 육로를 통해서... 지금 세 군데 마시(馬市)를 통해 잘 이뤄지고 있지요?"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실제로는 ..."


"세 곳의 마시를 통한 것의 두 세 배의 규모로 육로나 해로로 밀무역이 되어질 거라 봅니다. 그리고 누가 이 무역을 못하게 막게되면, 그 다음은 대규모로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지금부터 약 이십 몇 년 전에 왜국이 조선국을 침략하였습니다. 그것은 명나라가 해금(海禁)을 풀었지만, 왜국에 대해서는 아직도 무역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 근본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왜국에서는 명나라의 비단이나 자기나 차 값이 명나라에서의 값보다 세 배가 된다하며, 그래서 왜국은 아직도 이를 갈고 있을 것이지요. 그러니 포도아국(= 포르투칼)이 명나라 물건을 왜국으로 가져다 주고 떼돈을 번다고 하지요.(=삼각무역) 이것은 흑응회가 포도아국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해마다 우리 회가 적어도 백만 량은 쉽게 벌어들일 거라는 말이지요. 이것을 위해서라면 대형님은 왜국의 공주와도 혼인을 맺도록 하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이제 그만... 되었어요..."


"말이 된 김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금 맞아들인 부인 총관들은 ... 용모가 뛰어난 부인을 몇 명 더 맞아들이시고, 그래서 이쁜 공주가 태어나면 잘 키우고 가르쳐 주변 나라들 왕들에게 시집을 보내서, 그 왕들과 동맹을 많이 만드셔야만 우리 회가 더욱 번창할 것입니다."


"흑응회를 위해 생각을 많이 해주셨군요. 그러나 너무 멀리 있는 목표만 바라보지 맙시다."


진원성은 다른 것은 몰라도 또 다른 정략결혼 이야기만은 더 들을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선계로 가야할 숙명이 풀린다면 그리고 오래된 병을 치료하게 된다면 혹시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현재 아홉 명인데 어찌 부인의 수를 더 늘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해녕총관의 말은 최대 열 명이라고 한계를 정해주었는데... 진원성은 구찰 부회수의 말을 적당히 막아내야 하였다. 그래서 얼른 다른 쪽으로 말 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