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사인묘(제6부)

제 048 회 개봉부 기현에 제 2의 식민지를 두기로 하다

금박(金舶) 2017. 3. 11. 15:07


"참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 백 회우님, 초 회수님, 구찰 부회수님 더 하실 말씀 있으면 마저 하시지요."


"혹시 대형님 낙양에 가실 계획은 없는지요? 계획에 있으면 함께 갈까하고 묻습니다."


"구찰 부회수님도 낙양에 가실 계획이 있는가요?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지만 확정이 된다면 같이 가기로 합시다."


진원성은 말을 멈추고 낙양행의 여정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낙양의 흑묘파가 섬서성의 도굴권을 인수했으며, 도굴꾼들이 고대(古代)의 일들에 대해서 높은 지식이 있음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이번에 섬서성의 땅속에 있는 고대 유물(遺物)들을 잘 아는 도굴꾼 그들에게 도움을 좀 얻어야 하리라 생각해보았다.


"저는 이번에는 ... 흐음... 유래타와 경비 두 명과 ... 해녕총관과 아린총관, 총관조 2 명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낙양에 들려본 후에 서안에 가서, 옛날의 등주에 가서 뭐 좀 찾아본 후에 돌아오렵니다. 일단 위수 근처를 뒤져본 후에 ... 오늘이 10 월 10 일이니까 15 일에 출발하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낙양에 가서 부족들과 또 우리를 따라온 만성들이 어찌 지내나 보려는 것이니 날짜에 관계 없습니다. 대형님과 함께 여정을 가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 생각하고요."


"그러고 보니 구찰 부회수님과 저는 속깊은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군요. 좋습니다. 15 일에 함께 가십시다. 저는 낙양에 가서 사나흘 머물다가, 서안으로 가겠습니다. 그리 아시고요. 또 다른 말씀은?"


"그러면 언제나 제남으로 돌아오실 계획이신지요?"


"아마도 년 말까지는 오게 될 것입니다. 꼭 년말 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동전을 싣고 배를 타고 교주에 가야하니, 그 전에는 와야지요."


"예, 그럼 우리들은 가보겠습니다. 이 거인과 말씀 나누십시오."


회수부의 3 명이 나가고난 후, 진원성은 찻물을 두 잔에 다시 한번 채운 뒤에 이찬 거인을 바라보았다. 잠시 마음을 진정하는듯 하다가 이찬은 입을 열었다.


"진대인을 모두 대형님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리고 다들 대형님을 마음으로 존경하고 있음을 알고 저는 좀 놀랐습니다. 저는 다들 대형님을 왜 존경하는지, 공동파에 갔다오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요. 그들이 대형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왜냐하면 대형님이 하신 일에 대해서, 회와 무관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평을 전해 듣기 때문이지요. 이제 저도 대형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흑응회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동참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그런데 이 거인께서는 우리 흑응회를 어떤 단체로 생각하시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셨나 그것이 궁금합니다. 한번 듣고 싶군요."


"북경에서 처음 뵌 후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적당하게 가감을 하면서 들었지요. 이제는 진대인께서는 정말 만성들을 위해서 호의를 베푸는 분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공동파에서 찾아온 신도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요, 또 공동파 장로님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 저도 그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백 거인께서도 회시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하고 흑응회에 몸을 담았다고 말하셨습니다만, 저도 이제 회시를 포기하고 흑응회에 몸을 담으려는 것입니다."


"만성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시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할 일은 아주 많이 있지요. 꼭 흑응회에 참여하시지 않아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이 문제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고요, 저는 진대인께서 저에게 무엇인가 일을 시켜주시기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글공부는 왠만큼 하였으며, 마음은 진대인의 뜻에 부합하나, 갖은 것은 마음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진대인께 맡기고서 진대인이 시키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혹시 백 회우님께서 흑응회에 자기가 몸을 의탁하실 때에 어떤 일이 있었나 그런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못들었습니다만..."


"백 회우님은 주군을 따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 주군은 하나의 신념입니다. 저에게 그러더군요. 흑대형으로써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면 즉시 주군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문서를 내밀고 약속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서명을 하고 약속하였습니다. 그 일 후에 저는 생각을 좀 하였고요, 많이 배웠지요. 이 거인님 이말을 한번 들어보세요.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할 만한 것은 만성을 위하는 일 밖에 없다' 어떻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약속하겠습니다."


"만성을 위한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입니다. 만성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도, 바로 며칠 뒤에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되돌아서서 욕하는 것이 만성입니다. 그것이 만성들이니까 그렇게 알고서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만성들을 위해서 바보짓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예, 바보짓을 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은자 삼만 량을 드리겠습니다. 그것으로 고향 땅 기현에서 전토를 얼마나 될런지... 되는대로 150 경 이나 200 경을 사십시오. 그리고 그 전토를 소작 붙여 농사를 지어서 매년 하간부 경운단에 미곡저가판매를 하도록 미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경운단 하단두와 상의를 해야할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일이 알려지면 주위의 방해가 심하니 무조건 비밀리에 해야합니다. 또 흑응회와 경운단과의 어떤 관계가 있는 것도, 또 미곡의 출처에 대해서도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이 일을 맡아서 죽을 때까지 하시겠습니까?"


"아! 정말로 만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입니다. 하겠습니다."


진원성은 이찬 거인에게 혼천일기공 기운을 넣어주기로 하였다. 이 기운은 건강을 돕기도 하며, 사람을 심복하게 하는  신묘한 기능이 있는 것임을 진원성은 무상도인의 편지를 읽고 알게 되었다. 그동안 진원성은 이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왔음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름이 황원(皇元)기공인 것이다. 진원성은 이찬 거인의 손을 잡고, 혼천일기공을 넣어주었다. 굳이 손을 잡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손을 잡고 해주는 것이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었다.


"제가 이 거인의 손을 한번 잡아보겠어요. 손을 줘 보세요?"


"무슨 일인가요? ... 으앗, 뜨끈합니다... 이게 뭔가요?"


"제가 이 거인의 건강을 위해서 좋은 기운을 넣어 북돋았습니다. 그러면 기현 식민지 일을 백 회우님과 상의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세우신 후에 다시 저를 만나려 오세요. 제가 15 일에 낙양으로 출발하게 되니, 그 전에 결정을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일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원성은 금년 초에 북경 여행에서 돌아올 때에 이찬 거인과 함께 하간부의 경운단하소치 단두를 만났었다. 그 후에, 진원성은 이찬을 내세워서 기현에 식민지를 만들고, 소출된 미곡을 하간부에 옮겨서 미곡 저가판매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혼자서 구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대충 그 내용을 이찬에게 설명해주고 나머지는 상의를 한 후에 다시 말하기로 하였다. 


이찬 거인은 돌아가서 백시준 회우와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었다. 전토는 흑응회의 각대의 중간 간부들이나 대장들 이상의 명의로 각 지역에 나누어서 매입하기로 하였으며, 그 농토를 다시 소작을 놓기로 하며, 농사의 총관리를 이찬 거인이 맡기로 하였다. 매년 11 월에 농사의 실적을 흑응회에 결산하여 보고하기로 하였다. 진원성은 석도총관에게 은자 삼만 량을 받아내서 백시준 회우에게 주었으며, 연락을 위하여 서기 한 사람을 붙여서 이찬의 총관을 맡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찬을 외우(外友 = 회 밖에 있는 친구)라 부르기로 하였다. 회 밖에서 회를 위해 비밀리 일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사흘 후 회수부에 이찬은 외우로 이름을 올렸으며, 기현에서 운용할 식민지 계획서를 만들어 회수부와 함께 진원성을 찾아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이것은 상식에 의한 계산이었으며, 실제로 하다보면 좀 차이가 있을테지만 어떤 기준은 될 수가 있었다. 북직예성은 미곡가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았으며, 또 기현과 하간부의 운송에서 배를 이용하여 운송비가 적게들 수 있으므로 하간부의 미곡 저가판매는 소작으로 농사를 짓는 단점을 벌충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하남 개봉부 기현에 식민지 아닌 식민지 대략 200 경을 두게 되었으며, 거기에서 미곡 2만6천 섬이 소출되면 그것으로 하간부 미곡저가 판매가 가능해지며, 저가 판매라 해도 해마다 은자 500 량이 흑응회에 들어오게 될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아직 예상일 뿐이지만.


<하간부 미곡저가 판매 이익 맞추기> 

수답 1 경을 1 년간 가꾸는 소작의 당례의 은자 20량. (두 명 10 개월 고정)

용작 1 명 추가 당례 6 량 

전토 1 경에서 생산량은 미곡 130 섬임.

미곡 기현에서 하간부로 선박운송비 4 량 

하간부에서 판매 수입액 은자 35 량(섬당 동전 270 문 * 130 섬)

기현 전토 200 경에서 얻는 미곡 총량 26000 섬 ( 경당 130 섬 * 200 경)

기현 전토 200 경에서 얻는 총 수입 은자 7000 량 ( 경당 35 량 * 200 경)

납부할 세금 총액 은자 400 량 (200 경 * 2 량)

외우 년례, 관리비용, 기타 은자 100 량

매년 흑응회에 입금액 은자 500 량


이찬 외우는 다음해 말에 운좋게 싼 값으로 전답을 살수 있게 되며, 개봉부 기현에는 몇 년도 지나기 전에 소작인들에게 공평하게 잘 대해준다는 마음씨 좋은 지주 한명이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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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성은 하루 시간을 내어 거산 비탈에 있는 솟대 있는 집을 찾아갔다. 약간의 시주를 한 후에 대화를 해보았으나 얻는 바가 없어서 헛걸음을 하였다. 그리고 섬서성에서 땅 속을 누비고 다니는 도굴꾼들로부터 어떤 도움 받기를 기대하기로 하였다. 


10 월 15 일, 겨울 마다 맛보게 되는 북서풍이지만 매번 예리한 싸늘함은 익숙해지기에 쉽지 않았다. 진원성 일행은 해녕과 아린총관, 두 총관조, 유래타, 경비 2 명, 구찰 부회수와 그 수행원 2  명 더하여 총 11 명이었으며, 추운 날씨 때문에 두 총관과 두 총관조는 말을 타지 않고 마차에 함께 타고 가기로 하였다. 마부 노릇은 경비 2 명이 번갈아 가면서 하였으며, 진원성이 새벽 수련을 끝내고 바로 길을 서둘러서 하루에 백 리 길을 가도록 하였다. 이미 말을 타는 사람들은 해가 비스듬할 경우에 입마게를 하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빨리 말을 달리면 공기가 더욱 차게닿아서 입이 얼어붙어 말을 하기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나는 관도 상에 객점이나 역참들에서도 흑응회의 표시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므로 큰 어려움 없이 나아가게 되었으며, 낙양에 도착하는 열흘 동안 진원성과 구찰 부회수는 매일 저녁 반점에서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해녕과 아린총관은 석도와 소주의 설명으로 진원성의 현재 상황과 이에 따른 이번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성공하기를 하루에 몇 번씩 이라도 속으로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게다가 심정은 과거의 기억들로 생각이 많았으므로 지나가면 보이는 풍광이나, 진원성과 구찰 부회수가 대화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