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게 있는데, 금년에 해야하는 교역 량이 은자로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금년에 미곡 육만 섬, 견포, 면포 30만 필, 양피, 마피 33만장, 인삼 오천 근, 초피 오천 장, 들어오고 나가는 것 해서 대충 이십오만이나 삼십만 량 정도라 보면 될 것입니다."
"예, 그렇게 보면 물목 량의 이할 정도가 무역선 빌리는 값으로 들어가는 편인데, 그게 아까운 걸 생각하면 우리 회에서 무역선을 꼭 보유해야 하는 것이군요."
"해운비로 들어가는 은자가 아까운 것도 아까운 거지만, 우리 회에서 어디와 어떤 물목을 거래하는지 그것이 알려지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꼭 무역선을 우리가 보유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무역선을 갖을려면 그 무역선을 지킬 대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응철대를 철광석이 나오는 산 속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대포에 필요한 강력한 철을 만들어서 대포를 만들어 배 위에 얹으면, 다른 배들보다 더 먼거리에서 포탄을 날리게 되는 것이에요. 꼭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불산진에서 철공장인(鐵工匠人) 다섯 명을 영입해왔습니다. 대포를 만들고, 수없이 포를 쏴서 쓸만하게 만들려면 아마 오 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려서라도 무역선을 가져야 합니다."
"아! 그래서 응철대가 래무현으로 이사가는군요."
"제 3 본부는 흑응회의 미래입니다. 거기에서 일하는 대장들은 관청과 해방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십시오. 우리는 미래에는 즉묵, 래양, 문등, 녕해 네 곳에 우리 항구를 열고 은자를 벌어서 관청과 해방대에 세금을 내는데 우리가 내는 세금이 그들 년간 소요의 절반에 가까울 것이니 그들도 흑응회를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게 뭔 말이냐 하면 같이 벌어 같이 먹고산다는 거에요. 나라에서 세금을 올려주어서 우리에게 좋은 점은 바로 이겁니다. 그러니 비굴하지 말고 친절하게, 또 대등하면서 겸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거 쉽지않을 것 같은데요? 대등하면서 겸손하게, 비굴하지 않고 친절하게... "
"소금장사는 우리 회가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금도 미곡저가판매 처럼 좀 저렴하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팔면서 제 3 본부의 전토 개간하는 일을 살며시 귀띔해주고 찾아가라고 하면, 아마도 꽤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어떨지요? 그러면 명국 13 성에서는 금년에는 어렵지만 내년부터는 만성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토번 구게국에서 내년 부터 10 년 간 매년 남녀 반씩 해서 성인 800 명씩 보내라 요청하기로 했어요. 거기에 딸린 아이들은 수에 넣지 않고요. 얼마나 올런지 모르지만 그들이 오면 농사 일을 가르치고 잘 정착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남까지만 도착하면 흑응회에서 다 먹고살게 만들어준다고 그렇게 귓속말하는 것이지요?"
"대형님, 지금까지 흑응회가 이루어놓은 것은 대형님이 대부분 한 일입니다. 물론 모든 회원들이 애쓴 결과이지만 은자 이백만 량 중에 대형님이 가져오신 은자가 일백구십오만 량 정도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대형님 혼자서 몇 사람 데리고 천하를 돌아다니시면서 만들어 오신 것입니다. 대형님이 어디 나갔다고 오시면 뭔가 되어있어요. 우리 회수부는 그저 대형님이 갖다준 것을 관리만 하고 있는 편이지요. 분명 대형님은 활불이시며, 복이 넘쳐나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대형님이 아직도 젊으시니, 한번 더 천하를 주유(周遊) 하시고, 남쪽 점성국(= 월남), 섬라국(= 태국), 여송국(= 필리핀 루손), 동쪽에 왜국, 조선국, 북쪽에 금국, 차하르부, 오이라트부, 또 저 멀리 서쪽에 홍모귀들 나라에도 가셔서 그곳의 여러 공주들과 혼인을 맺어서 교역을 더욱 늘리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홍모귀들도 같은 사람인데, 그들이 가져오는 은자는 순분이 아주 좋다고 하며, 우리 은항대에서는 그냥 녹여서 다시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하니..."
"잠깐, 흐음... 구찰 부회수님이 말한 뜻은 이해를 하겠습니다만, 혼인이라는 것은 ... 교역을 할 수 있는 방도에서 혼인이 처음에 어떤 신뢰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기는 하지만, 신뢰의 처음을 열어주는 다른 길도 있을 것이니... 연구해보기로 하고요, 혼인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음, 오늘은 이것으로 자리를 마치고, 다음 10 일에 결정하기로 하겠으니 그동안 회수부와 각 대장들께서 생각도 많이하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다음날 부터 회수부와 각 대장들과 상의를 하고 가끔은 진원성을 찾아와서 의견을 묻기도 하여 1 월 10 일 조직을 확정하였으며, 수뇌부의 인선을 마치고 빈자리는 회수부에서 시간을 두고 채워가기로 하였다.
[그림 흑응회 새 조직도]
1 월 14 일 진원성은 구찰 부회수에게서 여송국에서 벌어진 중원인 학살에 관한 것과 요동의 정세에 대한 밀정대의 답신(答信)이 왔다는 소식을 보고받고서 즉시 리순량을 불렀다. 한 식경 쯤 지나 리순량이 내장원 빈청으로 들어오자, 진원성은 입을 열었다.
"그동안 흑응회에서 지내보니 어떻습니까?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요? 참 여기 구찰 부회수님은 알고있지요?"
"예, 구 부회수님, 대형님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흑응회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며, 모두 열심인 것을 보니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신가요?"
"예, 오늘 여송국에서 일어난 중원인 학살에 대해서 보고서를 받고서 리 형님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송국에서 그런 잔악한 일이 일어난 게 사실이지요?"
"그렇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군요. 여기 보고서를 보니 14 년 전 계묘년(癸卯年 1603 년임)에 일어난 일이더군요. 여송국 군대가 중원인들의 마을을 포위하여 전체 만성 3만 명에서 2만 명 가량을 죽였다고 되어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연을 읽어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어요."
"우리들이야 당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 희생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였는데요. 그런데 몇 백명이 아니라 2 만 명이나 죽었답니까? 아 이거... 여송국 홍모귀들을 모조리 죽여서 원수를 갚아야 하겠습니다."
"전체 열여덟 개 마을에서 아홉 개 마을은 아예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인 것으로 짐작되고요. 나머지 일곱 개 마을에서도 대부분 반 이상의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맨 마지막 두 마을은 소식을 듣고 숲 속으로 피신을 많이 하여 희생자가 적었지만... 결국 대략 이만 명을 죽인 것입니다. 사전에 황책(黃冊 - 호적부)이 없었는지라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당시에 우리 명국의 정부에서 복건성 순무의 보고를 받고 조사를 해보라 지시를 내렸으며, 조사 결과 알아낸 것이 여송국의 총독이 명령을 내려서 중원인들을 박멸하고, 창고를 모조리 약탈하였다는 것입니다. 리 형님의 말이 맞았습니다."
"정부에서 알았다면, 복건성 순무의 보고를 받고서 그 후에 뭐라고 어떤 지시를 했나요?"
"복건성 순무가 군대를 동원하여 여송국에 쳐들어가서 복수를 하겠다고 보고를 했는데, 폐하께서 그만 두라 하셨답니다. 나라에 세금 내기 싫어서 해외로 도망간 놈들은 이미 우리 명국의 만성이 아니니 죽든 살든 상관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어라? ... 그건 무슨 말인가요?"
"세금 내기 싫어서 도망친 만성들이니 우리 만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형님도 우리 만성이 아니니 복수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대형님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에야 사실을 들었고요... 세금을 내기 싫어서 안내는 게 아니라 낼수 없어서 못내는 것인데, 아직 사리판단을 제대로 할 수가 없군요. 이건 분명 생각해볼 점이 있어요? 흐음, 구찰 부회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할 말이 있는가요?"
"세금을 내지 않으면 만성이 아니다. 그러면 여자이거나 열 다섯이 안된 남자는 만성이 아니란 말인가요? 그것보다는 여송국 병사들이 중원인들의 창고를 모조리 약탈하였다니, 그런 불의한 일을 저지른 여송국을 명국이 나서서 징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명국이 불의한 짓을 한 여송국을 징계한다... 여기 보고서에 보니, 당시에 여송국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데... 중원인들의 마을 중에 절반 가량은 중원인 해적들이 살고 있었으며, 해적의 괴수가 그 이름이 이단(李旦)이며, 이 해적괴수가 여송국의 무역선을 자꾸 침탈하여, 여송국은 이단의 추종세력들을 무찌른 것이었다고 나옵니다. 당시 이단과 해적의 주동자들 몇 명도 생포하였으며, 모두 다른 나라의 노예상인에게 노예로 팔았다고 나옵니다. 여송국은 나중에 명국에게 중원인들을 사전에 상의없이 공격한 점에 대해서는 국서를 보내서 사과하였다고 합니다."
"대형님께 제가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으니 들어주십시오. 여송국에서야 명국의 복수가 두려우니 좋은 말로 사과를 하였을테지만,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통해 무역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배를 만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약탈을 합니다. 여송국의 배들을 약탈하는 것은 중원의 해적들 뿐 아니라 왜국의 해적과 홍모족들의 해적도 있으며, 남만인들의 해적도 있으니, 사실 누가 누구의 배를 약탈했는지는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여송국의 배도 다른 배를 약탈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송국이 중원인들을 공격한 것은 중원인들의 창고에 들어있는 재물과 은자, 황금을 탈취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송국 배들이 해적들에게 탈취당하여 재물이 부족해지자 자기들이 허용해서 들어와 살고 있는 중원인들을, 약속을 저버리고 공격하여 창고를 약탈한 것입니다. 이단 대인은 거부(巨富)로써 무역선들이 들리는 여러 나라의 항구마다 상점을 차려놓고 무역선들이 필요로 하는 물목을 공급하여 왔으며, 수십 년 간 은자를 아니 황금을 무척 많이 모았습니다. 그 재물을 약탈해간 것입니다. 바로 살인강도질입니다."
"리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무역은 바로 전쟁이고, 바다에서 다른 배를 만나면 서로가 해적질을 합니다. 따로 누구만을 해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강력한 대포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여송국 홍모귀들은 아주 큰 잘못을 하였습니다. 자기들과 약속을 하여 자기들 땅에서 살고 있으면, 그들이 자기 나라의 만성인데 자기의 만성을 죽이고 창고를 털어가다니, 정말 나쁜 놈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리순량 형님의 원수이기 때문에, 제가 힘을 더하여 원수를 갚기로 하겠습니다. 리순량 형님과 흑응회는 여송국 홍모귀들을 죽여서 원수를 갚고 무역을 잘해내기로 약속합시다. 그런데 여송국 홍모귀들이 어떤 나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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