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행(제4부)

제 009 회 이유없는 분노를 이해하다

금박(金舶) 2016. 8. 28. 13:07


 다음 날부터 진원성이 평소에 궁금하였던 무공과 의공의 차이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마소저, 무공과 의공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혹 대답을 해줄 수 있어요?"


"다른 문파, 다른 무공은 모르겠지만, 소양신공의 경우는 공력의 발출에서 상대에게 주는 충격을 크게 하도록, 공력을 중첩시키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문파나 다른 무공도 거의 유사할 것입니다. 이것은 처음 발출되는 공력의 나가는 속도보다 두 번째 나가는 공력의 속도를 빠르게해서 상대가 두 배의 타격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요. 의공은 공력의 운용에 급격한 변화는 없지요."


"그것은 공격을 펼칠 때이고, 공력을 키울 때 즉 진기를 단전에 모을 때에는 어떻게 다른 점이 있나 하는 것이 궁금하네요."


"무공은 진기를 받아들인 다음에 축기(蓄氣)가 잘 되도록 가능하면 호흡 간에 길이를 길어지게 할려고 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공력의 운용에서 호흡 간에 공력을 끌어내어 장권에 모으는데, 그 때에 호흡간의 간격이 너무 짧으면 모아지는 공력도 충분하지 못하여 결국은 무공의 강도를 높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의공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으니 구태여 호흡 간의 간격을 길게할 필요가 없겠지요."


"내가 배운 혼천공은 호흡 간에 간격이 창술의 12 세를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을 최장으로 합니다. 아 창술이라고 해서 무공이라 생각할 것은 없어요. 창술은 기공을 보강하고 경맥이 뭉치는 것을 풀어주기 위한 보조수단이랍니다. 창술의 1 세가 16 걸음이니 최대 192 걸음을 움직이는 것이 간격입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렇다면 그것은 의공이 맞네요. 무공은 그런 한계가 없고요. 보통 일반 무공은 300 에서 600 걸음 정도이고요, 신공(神功)이라고 부르는 경우에는 1200 에서 3000 걸음 말하는 것입니다. 참 어떤 공부든지 그에 맞는 동공(動功)이 있답니다. 그것은 좌공(坐功)을 보완해주는 데에 꼭 필요하지요."


"한 호흡 간에 3000 걸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예, 신공이란 적어도 1200 걸음 이상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100 걸음의 공력보다 1000 걸음의 공력은 수치적으로 보면 열 배의 차이가 나지요. 실제로 당해보면 100 짜리에서는 경상이지만, 1000 짜리에 맞으면 즉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전에서 이것의 차이는 상대의 반격을 완전히 봉쇄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되지요."


"나는 사람이 한 호흡간의 짧은 그 순간에 3000 걸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이해할 수가 없어..."


"그것은 두 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서, 경맥에 기를 한 호흡간에 3000 번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생각만으로 3000 번 움직여라.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만으로는 가능하겠구먼요."


진원성은 그 다음 질문으로는 소주 이관주님 댁에서 밤에 한 숨도 자지않고 공부를 계속하였던 것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이관주님 댁에서 종살이를 하면서 겪었던 일 중에서 재미있을만한 이야기도 좀 곁들이면서, 이소저라는 딸이 전족을 시작하여 잠을 못잘 그 때부터, 밤잠을 자지않고 수련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마소저, 나는 그 때에 키가 크지 않아서 아주 애를 먹고 있었어요. 일년 내내 거의 자라지 않아서, 난쟁이가 될 걱정을 몹씨 하면서, 열여덟 군데의 경혈을 풀어내야 하는데 경혈 한 군데를 만나는 데에 열 달이 걸려서 남은 17 군데를 만나려면 15 년이 걸릴 것 같아서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하루에 한 시진 공부를 네 시진으로 늘리면, 기간이 사분의 일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이에요. 그런데 그런 경우에 과연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가요? 또 부작용은 어떤 것이 올 수 있는가요?"


"맙소사, 그것은 절대 안될 일이랍니다. 그렇게 해서는 큰일 나고 맙니다. 우리 몸은 12 개의 경맥이 있는데 열두 시진에 맞추어서 각 경맥들은 열리고 닫히고 하면서 스스로 몸을 원활하게 기 운용이 되도록 하고 있답니다. 그러므로 어떤 공부든 매일 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방법을 택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양강(陽强) 공부는 매일 인시(寅時)에 일어나서 두 시진 정도만 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좌공과 동공을 절반씩, 그 이상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오고요... 몸 속에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경맥들의 활동에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혼천공이 양기를 배양하는 공부라면, 오랜 기간 한밤 내내 쉬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였다면, 아마 밤중에 충전되어야 할 음기들이 필요한 장부(臟腑)들이 많이 손상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성격에서도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그런 불안정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양기가 승하면 얻게되는 고질병이나 같지요."


"아? 마소저도 그것을 알고 있었나요?"


"예, 저도 공부한 소양공이 양기의 극성화라 사부님에게 이 부분을 지적받고, 스스로 성격을 다스리기 위해 별도의 공부까지 받았지만, 다 해결이 되지는 않았답니다. 이렇게 다스림을 하지 않으면 결국 주화입마로 빠지게 되며, 광증(狂症)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원성은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사이가 되자 저절로 항주에서 무뢰들과 시비를 벌리고 싸움을 하여 두 사람을 죽인 일을 마유친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렴풋하게 짐작을 했던 그런 것들이 마유친과의 대화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자 마음 속으로 후련하게 느껴졌다. 또 해녕 산 속으로 가서 몇 달을 살고 나왔던 일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때에 거의 미쳤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물 속에 있는 물고기가 왜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냇가에 들어가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아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고요, 산토끼, 다람쥐 또는 새들도 모두 보이는 대로 잡아 먹었어요. 그 때는 먹을 것이 없기도 하였지만... 어쩌다 산돼지 새끼를 한 마리 잡았는데 뇌를 두토막 내서 골수까지 다 먹었어요. 그 때에 저는 키가 많이 컸고요, 경혈자리도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오." 


"물고기를 어떻게 잡았나요? 그물이나 낚시가 있었나요? 아! 알았다. 그 때도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았었지요?"


"그렇소. 그 때부터 나는 물 속에 들어가서 잡으려고 맘먹고 찍은 물고기, 가장 큰 그 놈이 가는 길목을 알아두었다가, 끝내 맨손으로 잡아낼 수가 있었소. 물 속에서도 물고기들이 잘 다니는 길은 정해져 있다오."


"대형은 그 때에 물고기나 산돼지 뇌수나, 생피도 먹고 싶었을 거에요. 그것은 몸 속에서 양기가 너무 많아져서 음기를 보충하려는 몸의 자율적 욕구가 발동된 것이랍니다. 저도 소양신공을 배우면서 때로는 비슷한 충동을 느끼고는 사부님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어요. 마굿간에 가면 말이 메어져 있는데 나도 모르게 말의 목을 칼로 베어버리고 피가 철철 흐를 때에 입을 그곳에 대고 맘껏 피를 마시고 있는 나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 때가 있었어요. 정말 나 스스로가 너무나 무섭고 징그러웠지요. 그러나 나는 원수를 갚고 싶어서 그 모든 것을 다 참아낼 수 있었답니다."


진원성은 마유친이 겪은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자기와 흡사한 과정을 겪은 것처럼 동질감을 느끼고, 다시 한번 의남매(義男妹)를 맺자고 할려다가, 일전(日前)에 거절당했으므로 다음 적당한 때에 다시 말하기로 하였다. 


진원성은 경항대운하를 타고 오르면서 배 안에서 백학파의 권사를 만나서 육합권을 배우고, 일기창법에 맞게 육합권을 다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진원성은 또 북경에서 왕준서라는 어린 환관을 만났던 것과 오통귀라는 아이와의 대련 비무도 이야기 하였고, 심양가는 길에 호공두 어르신과의 만남도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제남으로 돌아와서 원수들이 막강한 존재인 것을 알고 원수를 찾는 것을 미룰수 밖에 없었으며, 제영반점의 점소이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였던 일도 이야기 하였다. 제남 인근의 크고 작은 산들을 뛰어다니면 생식을 하였다는 것도 말하였고, 일을 쉬는 날에 태산에 올라서 새벽에 일출을 보다가, 앞가슴에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뼈 사이에서 사라진, 일출 태양빛의 그 뜨거운 맛도 이야기 하였다. 


그 다음에는 백호파의 연원을 확인하려 오신 호공두 어르신을 만난 것도 말하고, 용호상박에서 남곤 형과 이정진 형의 쇄음수와의 대결을 처음 보게 된 것도 말하였다. 마유친은 음권(陰拳) 이야기에 눈을 번쩍 뜨면서 한번 대련을 해봤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가 이내 시들해지고 말았다. 자기가 공력을 잃고 이미 보통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였음이다. 또 음양의 부조화로 인하여 털이 많이 나게 되고 그래서 점소이를 청산하고 혹돈을 끌게 된 것과 까만돼지라고 불리운 사연도 말하였다. 그 다음에는 매옥의 병을 치료하게 된 것을 자세하게 말하였다.


"난 그 때에 두 번째 부인이 된 그 누나를 끌어안고서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그것이 나의 목숨을 구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양기의 폭발로 죽었을 것이에요. 물론 그 때에는 그런 저런 것도 몰랐었지요. 그 누나가 이름이 아린이에요. 그 당시에는 오히려 내가 아린의 병을 고쳤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왜 내 이야기가 재미 있지는 않지요? 표정이 좀 재미가 없다는 그런 얼굴인 것 같네요."


마유친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하여 듣고 있었다. 그러나보니 너무 표정이 엄정하게 보였나보다.


"아닙니다. 재미있고 너무나 ... 정말 상제님이 보우하사 대형님의 목숨을 살려주신 것을... 생각하면서 상제님께 감사 올렸습니다. 정말이에요."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체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체구라는 것은 음과 양의 조화가 맞아야 클 수 있는 것인데, 음이 부족하여 그동안 크지 못하다가, 나는 아린이의 음기를 받아들여서 못자랐던 체구를 키울 수가 있었고, 그래서 양기의 폭발로 부터 벗어난 것이에요. 마소저는 체구라는 것을 알겠는가요?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요?"


"그런 의미로 해석될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단전의 크기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고요. 그것은 진기를 담아 저장하는 곳이니까 크기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체구라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군요. 생각해보니 혼천기공을 시도 때도 없이 과도하게 공부하여 그 해독이 육체의 음기를 필요로 하는 장부에 지장을 주어 그 폐해가 심하게 나타난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사부님 없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 위험하지요."


"그렇다면 내가 말한 체구에 대한 것은 일단은 내가 좀더 연구를 해볼 문제로 남겨두어야 하겠네요. 태산에서 일출을 볼 때에 앞가슴 뼈 사이에서 태양의 뜨거움이 사라진 그것도 마소저는 이해하지 못하였지요. 그것도 숙제로 남겨두고요."    


진원성은 제남에서의 대살인극 즉 총 67 명의 죽음이 있었던 사건을 망서리다가 결국 다 털어놓게 되었다. 그것은 정말 말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옛날 사부용에게 말할 때에는 상대가 나를 죽이려 했기에 나도 상대를 죽였다는 생각으로 떳떳하였지만, 지금은 근본적인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을 알았기에 가급적 말하지 않고 넘길까 하는 생각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왜 낙양에 오게 되었는지 하는 것을 말하다 보니 다 털어놓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마유친에게 좀 충격을 주었는지 듣는 얼굴에서 좀 질린듯한 표정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마유친은 사부용이 말했던 그런 논리는, 가능성은 다소 있으나 그것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맞서 싸워서 승리한 것을 더 뛰어나게 평가해야 한다고 자기의 의견을 말하였다. 진원성은 마유친의 말에서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중용됨이 바람직하나 매 순간순간들은 항상 중용에서 어긋나 편중되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