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성 일행은 얄룽장뽀강(雅魯藏布江) 남쪽 언덕에서 약 십 리 정도 떨어진 얌드록쵸호수 변의 계곡에 자리를 잡고, 장기적으로 머무를 태세를 갖추었다. 얄룽장뽀강은 토번 지역에서 유일하게 밭농사가 경작되고 있는 지역이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편이었다. 또 원차를 나누어주고 찻물을 적극 권한 덕으로 대형활불(大兄活佛)의 소문이 꽤 퍼졌으므로 병자들도 계속 몰려들었으며, 완치되어 떠나는 사람들과 자리를 교대하였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처음에는 장기적 치료를 요하는 병자들만이 모여들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활불의 천막 주위로 작은 마을처럼 형성이 되어갔다. 또 이제는 병이 없더라도 대형활불을 한번 뵙고 지나가려고, 참배만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형활불은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대환영으로 받아들였으며, 먼저 차 한잔을 무조건 권하고, 밥 때가 되면 모인 사람들 모두 함께 먹을 것을 나누어 먹도록 하였다.
가끔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행각고행승(行脚苦行僧)들이 지나다가 들리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들은 진원성에게 어떤 수준높은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도 있었으나, 소제의 통역 실력으로는 불가능이었다. 설사 소제의 통역 실력이 된다해도 진원성이 그들과 대화를 나눌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진원성에 대한 소문과 실제의 진원성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할 것이다. 대화는 없었지만 대형활불은 그들 역시 배불리 먹여주고, 떠나가는 승려의 등에 짊어진 보따리에 꼭 원차 한 덩어리를 집어넣어 주었다. 그들은 떠나면서 고맙다며 부처님의 가피를 빌어주고는 하였다. 진원성은 토번 말을 할줄 아는 소제를 시켜서 웬만큼 먼 주위에 있는 작은 사원들과 수행승들의 거처를 알아내어서, 보낼만한 데에는 원차를 한 두 개씩을 갖다주도록 지시하였다.
진원성 일행은 이렇게 4 개월 여를 지내며 겨울과 다음해 초봄을 나게 되었다. 이 기간에 진원성의 곁에는 마유친이 항상 머물러 있었는데, 수련을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진원성은 자연히 마유친에게 묻고는 하였다. 특히 진원성이 혼천일기공을 수련하면서 진기의 운용에서 겪었던 여러가지의 상황을 마유친에게 이야기해주자, 마유친은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공동파의 비밀이 아닌 한도에서는 말해줄 수 있었으며, 그에 의하여 진원성은 많은 도움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진행되는 진원성의 공부한 것은 처음의 약 한 달 간 이내에 대략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진원성은 매일 인시에 일어나서 두시진을 호흡공부를 하고, 방음수를 펼치거나 경신주법을 하면서 병자들에게 받아들인 진기를 정화시키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진기들을 내품었다가 거두어들임으로써 하나로 만들게 되는 과정을 겪어나갔다. 그 다음에는 두시진 정도를 병자를 돌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보내었다. 오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관조하는 수행을 하며, 또 과거의 일을 반성하며 보내었다.
진원성은 먼저 무상도인을 만났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았다. 만일에 무상도인이 지금의 진원성처럼 방음수를 알고 있었다면, 당시에 동해(凍害)를 입은 몸과 왼팔에서 음기를 하루나 이틀 동안 흡취해 냄으로써 바로 고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진원성이 토번의 만성들을 치료하면서 가장 많은 병자들을 보고, 고치는 그런 경우와 유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상도인은 방음수를 몰랐었고, 그 덕분으로 진원성은 혼천일기공과 창법을 배우게 된 셈이었다. 참 무상도인이 도교의 사람이라면 혹시 공동파도 도교의 일파인데, 마유친에게 물어보면 혹시 무상도인에 대해서 뭐라도 알수 있을까 해서 마유친에게 묻게 되었다.
"마소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공동파의 비밀이 아니라면 답을 해주면 좋겠어요."
"예, 대형님 뭐든 물어보세요. 저도 공동파에 대한 도리를 어기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대형님은 저에게 해라를 해주세요. 그것이 더 제가 편하답니다."
"마소저에게 나는 우리 적목단의 일로써 명령을 할 때에만 해라를 하겠어요. 평상시에는 나는 마소저를 나의 누이처럼 대할 것이오. 그리고 앞으로 마소저에게 여자가 나타나면, 나의 부하들 중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줄 생각이오. 그렇게 알아주세요."
"그거는 좀... 예, 그런데 무엇을 물으려고..."
"혹시 도교의 사람으로 도호(道號)를 무상(無常)이라고 하는 도인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나의 사부님의 도호가 바로 무상이라오."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 사부님에게 관련하여 다른 사실을 말해줄만한 것은 없을까요? 무상이란 도호만 가지고는 전혀 알지 못하겠습니다. 대형이 무상도인을 만난 곳이 산동성 등주라고 하셨지요?"
"그렇소. 산동성 등주 석도라고 하는 곳이오. 혹 들어본 적이 있는가요?"
"사부님과 사숙님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산동성 등주에 있는 유명한 도맥(道脈)이 한 때에 천하를 울렸답니다. 혹시 왕중양(王重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혹시 전진파(全眞派)라고 들어보셨나요?"
"나는 사실 사부님과 사제의 연을 제대로 맺지 못하였소. 그냥 나혼자 아쉬워서 사부님이라고 부르고 있을뿐이지... 그래서 사문(師門)의 내력도 사부의 모든 것도 들을 수가 없었고, 당시에 너무 촉박하였던지라 이것저것 가릴 형편도 되지 못하였던 것이오. 마소저가 아는대로 도맥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혹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제가 이야기를 할께요. 전진파는 원래 소양자(少陽子), 동화제군(東華帝君)이라는 분이 개파를 하셨는데, 5 대(代)에 왕중양이란 분에게 도통이 전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왕중양은 지금부터 400 여 년 전, 섬서성 함양 사람이라 합니다. 종남산에서 도를 닦으시던 중에 뜻한 바가 있어서, 전진파를 전진교로 바꾸고, 유, 불, 선을 통합하는 삼교합일(三敎合一)을 주창합니다. 그러나 근본은 역시 도교라 합니다. 섬서성 이곳 저곳에서 포교를 하다가 잘 안되었던지, 산동성으로 자리를 옮겨갔답니다. 그리고 산동성 등주에서 교당 전진암(全眞庵)을 세우고, 제자를 받아들이며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답니다."
"지금부터 400 년 전이면, 송나라 때인가요, 원나라 때 인가요?"
"송나라 말(末)이 맞습니다. 전진교 왕중양은 제자를 일곱 명 거둡니다. 자연히 제자들은 모두 산동 사람들이고, 그 중에 6 명은 등주사람입니다. 그리고 원나라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왕중양의 네 번째 제자인 장춘자(長春子) 구처기(丘處機)라는 분이 가장 뛰어나신 분이었답니다. 그래서 원나라를 세우신 징기스칸이, 장춘진인을 만나자고 부릅니다. 오랜 행로 후 만나게 되어 징기스칸은 아주 감동을 하시고, 장춘진인에게 원나라의 모든 도관을 관장할 권한을 내려줍니다. 이로써 전진교는 교세를 크게 일으키게 되지요. 그러니까 산동성 등주는 전진교의 모향(母鄕)이라 할 것이지요."
[왕중양의 7 제자는 각기 일파를 이루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마옥 (단양자,丹陽子) - 우선파(遇仙派), 담처단 (장진자,長眞子) - 남무파(南無派), 류처현 (장생자,長生子) - 수산파(隨山派), 구처기 (장춘자,長春子) - 용문파(龍門派), 왕처일 (옥양자,玉陽子) - 유산파(愉山派), 학대통 (광녕자,廣寧子) - 화산파(華山派), 손불이 (청정산인,淸靜散人) - 청정파(淸靜派)]
"흐음, 그러면 무상도인은 아마도 전진교의 후예일 것이라는 말인가요?"
"그것은 그럴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할수 있지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지요. 도교는 수 천 년 전부터 각 명산마다 수많은 도관들과 도인들이 편재(遍在)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전진파 역시 수많은 종파 중의 하나일 뿐이지요. 그 이후로 전진교는 7 개 파 모두 세력을 얻게 되나, 원나라 다음에 명나라가 들어서자 유교가 국교가 되고요, 전진교는 서서히 세력이 줄어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지요. 섬서의 화산에 있는 화산파는 왕중양의 제자 중에 한 분인 광녕자(廣寧子) 학대통(學大通 학자 없음) 진인께서 개파를 하신 것입니다."
"화산파가 전진교의 일맥이라는 말이군요? 그럼 공동파는 연원이 어떻게 되는가요?"
"공동파에는 지금부터 5000 년 전 쯤에 삼황오제(三皇五帝) 중의 황제(黃帝)께서 공동산으로 광성자(廣成子)라는 도인을 찾아와 도(道)에 대해 물으셨다는 고사가 있습니다만... 그로부터 공동산에는 수많은 도관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300 년 전 쯤에 공동산에 있는 도관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의 파를 이루자고 하여 하나의 도문(道門) 무공문파로 출범을 하고, 하나의 무공체계를 갖추자고 하였으나, 도중에 반대도 있었고 하여, 시련 속에서 성장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9 대에 이르렀으며, 성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세를 이루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것으로 판단하는 것인가요?"
"공동파의 무예는 강력하고, 입문(入門)할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자연 입문이 쉽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자질도 있어야 하지만... 집안의 재력도 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자질이 아주 특별하여..."
"여러가지 이야기 해줘서 고맙워요. 마소저의 이야기가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될듯 하네요. 내가 사부님을 만나던 그 때의 이야기를 할테니..."
진원성은 마유친에게 자기가 일곱 살 때에 겪었던 집안의 사변을 처음부터 말하게 되었다. 마유친은 이야기가 중단될까봐 소리를 내지 않고서 흐느껴 울면서 진원성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내 이야기가 끝나자 마유친은 흐느낌에서 점점 소리가 커져가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통곡으로 변하고 말았으며, 옆의 천막에 있던 소제와 나머지 5 명 모두가 무슨 사고일까 하고 대형의 천막으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소리가 들리는 일은 한번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들어가보니 마유친이 진원성의 무릎 위에 엎어져서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진원성 역시 두 눈이 좀 충혈되어 있는 것이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모두들 '무슨 일인가?'하고서 지켜보았다. 하라하슨은 나름 짐작하여 보았다. 마유친이 대형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하였으나 대형이 거절하는 바람에 마유친이 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
진원성은 모두 앉으라고 한 다음에 말을 하였다. 마유친은 일어나 부끄러운지 밖으로 자리를 피해버렸다. 마유친이 만일에 소양신공을 잃지 않았다면 마음이 여전히 강고(强固)하여서, 이렇게 눈물바람을 하지 않았을테지만, 이미 여성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던지, 눈물을 보이고 울음소리까지 내게 되었던 것이다. 자기는 이미 모든 원수를 죽이고 복수를 마쳤지만, 대형의 사변을 듣는 순간에 그만 설움이 북바쳐서 마유친은 통곡을 쏟아냈던 것이다.
"오늘 나의 과거를 마소저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마소저가 그만 울게 되었어요. 마소저와 나는 똑같이 원수에게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고아라는 생각을 하였어요. 이제부터 나는 마소저를 나의 친누나로 생각할 것이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누나라 부르겠어요. 나는 원래 출신도 별 것이 없고, 또 집안이 사변을 만나서 그 후로 종살이도 하고, 반점의 점소이로써, 흑돈끌이로써, 또 낙양에서는 무뢰로써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니 난 흑응회나 적목단의 모든 분들보다 내세울 것도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니 모두 나보다는 적목단을 위해서 흑응회를 위해서, 아니 어려운 만성들의 피난처를 위해서 힘을 합해서 잘해보기로 해요."
"......"
"밖에 마소저..., 어서 들어오세요."
마유친은 나가기는 하였으나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천막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 낌새를 채고 진원성이 부른 것이다.
"마유친 소저, 나는 지금부터 마유친 소저가 허락을 해준다면 마소저를 누나로 삼기로 하였소. 마소저의 뜻을 말해주시요."
"그것은 안될 말입니다. 대형은 저의 주군입니다. 그러니 저를 누나라고 부르신다 해도 그것은 주군의 맘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저는 대형을 동생으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 주군이고 활선이시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 그리고 ..."
"그리고 다음은 무엇인가요?"
소제나 유래타 하라하슨 등은 마유친이 말을 멈춘 것은 아마도 자기들이 듣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생각이 진원성에게 전염되었는지 진원성은 답을 독촉하는 한마디를 하였다.
"... 허어, 고집도 참 세구만요. 그리고 다음은 무엇인가요? 꼭 듣고싶어요. 이게 중요한 일이니..."
"그리 말씀하시니 답을 하지요. 저는 죽을 때까지 대형님을 모시고 살기로 결심 하였습니다. 저는 언젠가 대형님이 우화등선(羽化登仙) 하실거라 생각하며, 그 때에 저도 선녀가 되어 대형님을 따라갈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말씀은 하지 마세요."
"......"
"난 활불도 활선도 아니에요. 그러니 우화등선은 말도 되지 않는 말이에요. 설사 내가 백일승천할 능력이 된다고 해도 난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아주 많아서 하늘에 올라갈 여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소저는 쓸데없는 말은 그만 두세요."
"예, 저는 대형님을 모시고 그냥 살겠습니다. 선계에 드시거나 아니거나 관계없이 말이지요. 그러니 시집보낸다고 하지 마세요."
마유친은 오누이 형제간이 되면, 남자가 가장이 되므로 누이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의형제 맺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정 그렇다면 ...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 ... 자, 점심을 간단히 떼우고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로 하지요."
이날은 이것으로 오전의 수련을 마치게 되었다. 이후로 진원성과 마유친의 가름막은 점점 더 허물어져서 친형제간 같은 심정으로 까지 바뀌어간다. 그리고 진원성은 자기에게 일어난 진기운용에서의 많은 부분에서 이론적으로 조언을 받게 되었다. 때로는 도움이 못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정통문파에서 제대로 무공을 배운 마유친의 경험은, 그리고 마유친이 공동파에서 듣고 배운 많은 지식은 배움이 짧은 진원성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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