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월 16 일 기택 빈청에서는 산동 하남 열 개의 가문 지주들이 함께하는 회의가 장시간 열리고 있었다. 사흘 전에 임향주는 적목단에 다시 찾아가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쌍방간의 요구를 조율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열 명의 장주들이 함께 적목단을 찾아가서 마지막으로 담판짓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엇인가 확실한 결론을 만들어야만 하였던 것이다. 모두들 약간은 침통한듯 하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수습해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었기에 절망적인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택의 장주는 팔걸이를 탁탁탁 쳐서 좌중을 주목시키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 장주님들이 이제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제 그것들을 정리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남 쪽은 이번의 사건을 일회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즉 산동성에서 미곡 300 석을 두 번 강탈한 그 잘못을 인정하여 사과문을 쓰고, 은자 오천 량 정도의 속죄은(贖罪銀, 당시에는 어떤 잘못도 속죄은 명목으로 은자를 주고받으면 완전하게 속죄한 것으로 인정되었으며, 차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으로 가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며, 산동 포로들 문제는 산동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해주시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거듭 이야기 된 것이지만, 산동과 하남을 자꾸 함께 엮어보려는 적목단의 의도에 쉽게 넘어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에요. 하남과 산동이 함께 엮이면 더 큰 사건이 될 뿐이며, 더 큰 사건이란 뒷감당하는 데에 더 큰 부담이 될 뿐이니 우리로써는 사건을 작은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기에 산동 지주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이라도 서군 쪽에서 용납하시면 하남성은 무관하게 산동성 서군 혼자 책임을 져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에요. 송사(訟事)를 하게되면 포로들을 강압하여 적목단이 받아낸 자술서는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임향주님이 연판장을 내놓아 불태워버리면 ... 저를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기 장주님의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적목단이 갖고 있는 동군의 증거가 포로들의 자술서 뿐 아니라 또 다른 증거가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요. 어찌 되었던 송사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산동과 하남을 따로된 문제라 우리가 주장해도 적목단에서 아니라고 하면, 증거를 내놓아라 이런 식으로 몰면 송사로 가기 밖에 더하겠습니까? 또 손해보고 싸게 판다는 게 불법이 아닌 한 송사로 가봐야 ... 기장주님 말씀은 마치 우리 산동에서 하남을 물고 늘어진다는 느낌입니다만 그건 아니지요. 게다가 적목단의 이야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뭐라 할 말이 없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목단이 이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하남부 내에서 자기들이 미곡판매를 할 수 있게만 해주기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 제안을 기장주님과 다른 분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타결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남양의 편가가 제안 한 가지 말씀드리겠소이다. 저의 의견은 앞서의 기장주님 말씀 즉 속죄 은자 오천 량에다가 향후 3 년 간만 더 하남부 내에서만 미곡 저가 판매를 허용한 후에 그 영향을 따져보고, 다시 어떤 조건을 협의하자는 데에 까지 양보를 하면, 타결이 가능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지주님들은 어떠신지요?"
"정주의 권가입니다. 작년에 개봉에서 만났을 때에 임향주님께서 그때는 공개할 수 없지만 무엇인가를 가지고 적목단을 압박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이 마당에 그것을 써먹을 수는 없나요?"
"그것은 제가 답변을 하겠습니다. 그 때에 말이 있었던 것은 적대형 개인의 비리같은 것인데, 서군 포로들이 잡히지 않았다면 써먹을 수 있었을 거요. 지금 그 말을 터트리면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키고 말 것입니다. 그 말이 적목단을 자극하여 그놈들이 태도를 바꾸어 강하게 나오면 오히려 곤란합니다. 이렇게 포로가 잡힐 것은 미쳐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지요."
"으음 그렇군요. 저는 남양 편장주님 말씀에 찬성합니다만, 과연 적목단에서 3 년 조건을 받아들일까요?"
"권 장주님께선 하남성 어느 부에서 보인 장사를 해서, 미곡 판매에 의해 손실난 것을 벌충하는 그런 계획을 고려해볼 여지가 없으신지요?"
"임향주님, 산동성 지주분들은 만량전인가 뭔가 그것의 보인판매로 미곡판매에서 손실난 것을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제남부 내의 미곡판매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에, 받아들이는 명분으로 보인판매를 해서 어느 정도 벌충을 하시겠다는 말을 하시는 것인지요?"
"제가 몇 년 전 제남에서 용호상박이라고 보인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3 회 째 즉 3 년만에 보인을 40 만량 어치 팔았습니다. 세사들에게 2 푼 세금 즉 팔천 량을 내고, 3 푼의 수수료만 계산해도 만이천 량이 손에 떨어집니다. 이걸 한다면 제남부의 만성들은 모두 대찬성일 것입니다. 대전일(對戰日) 전 후 한 달 동안은 제남부성 일대는 년 중에 가장 활황이 되는 대목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러니 아문에서도 찬성이고요. 저는 이번 만량전이라는 것이 과거 용호상박 보다 훨씬 더 좋은 점이 있다 봅니다. 우선 살상이 일어날 염려가 없고요, 또 재미도 더 많아요. 양 쪽 패들에게 울긋불긋 옷을 입혀 뛰게하면 그야말로 볼거리가 된다 그말이지요. 이렇게 좋은 것을 하남성 지주님들은 왜 싫다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리 좋은 것을 제남에서는 왜 3 번 만에 그만두게 되었답니까?"
"에... 에... 그것은... 까놓고 말씀드리지요. 당시에 세사로 나와있던 태감이 세금 삼만 량으로 보인을 샀는데 그것이 그만 날라가버렸지요. 그 태감이 승부조작을 하려 했던 것인데 잘못되었고요, 그래서 세사는 죽고, 포정사님과 제남지부님도 역시 파관되는 피해를 보았지요."
"아니 그런 일이 어찌 ..."
"그래서 새로 부임해오신 포정사님이 그만 못하게 하셨답니다. 이제부터는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입니다. 즉 승부를 조작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요."
"임향주님은 그 만량전이란 것이 그리도 재미있다 그러시는데 한번 볼 수는 있는가요? 말로만 들어서는 당최 믿음이 생기지 않으니 한번 보고 싶네요. 그리고 임향주님이 그토록 확신을 하는 것이 무슨 이유인가 하고 ... "
"그렇지않아도 내일 회의가 끝난 후 모두 한번 보실수 있게 말을 하였습니다. 개봉 간장주님께서는 혹시 도박을 해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예, 평생에 한번도 없어요. 나는 ..."
"흐음, 그러면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가 갚아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저당잡은 전답을 압수하게 된 적은 없나요?"
"그런 일이야 가끔 있지요? 그런데 그게 도박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요?"
"간장주님, 빌려준 은자 대신에 그렇게 얻은 전답이 백 량 어치라고 해보겠습니다. 그 전답을 얻었을 때에 소감이 소작료를 받아서 얻은 은자 백량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 어떤 것이 마음에 더 크게 느껴졌습니까?"
"그거야 두말할 것 없이 ..."
"바로 그렇습니다. 도박이 없어질 수 없는 이유는 도박으로 딴 은자 한 량이 주는 기쁨은 열심히 일해서 벌어놓은 은자 두 량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맛이 진하기 때문입니다. 일해서 번 돈 두 량은 그냥 두 량일 뿐이지만, 도박에서 딴 돈 한 량을 얻을 때에 느낀 그 짜릿한 느낌은 은자 두 량이 아니라 은자 열 량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이에요. 그러니 도박이 없어질 수가 없지요. 매일 도박을 하는 것은 폐해가 크지만 일년에 딱 한번 그런 재미를 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아요."
"임향주는 지금 적목단을 위해서 우리에게 만량전으로 보인 판매를 하고 그 대신에 하남부에서 적목단이 미곡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설득하는 것입니까?"
"동창의 전가가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산동에 속하였지만 그 중 하남에 가까운 편이라 동군에 편성되어 이번에 포로들이 잡히는 불상사는 당하지 않았소이다. 그러나 동창부는 흑응회로 부터 이태에 걸쳐서 수재와 한해의 구호를 받았고, 우리 장의 무사들 중에서도 흑응회의 무사들과 이리저리 친분이 된 사람들도 몇 사람은 있을 것입니다. 이번 강도질 아니 사건에 참여하여 일을 마치고 돌아온 무사들이 하는 말을 전해 들었는데요. 참으로 마음이 찔려서 다시는 못하겠다고 그럽니다. 갑수들의 이야기론 어쩌면 무사들 중에 누군가가 이미 흑응회에 고자질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럽니다. 우리는 흑응회나 적목단을 좀더 주의해서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을 우리들에게 반대되는 세력이라는 선입견을 갖지말고 생각해봐야 옳지 않은가 저는 이렇게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방금 전 기장주님께서 임향주님 말씀을 적목단 편들어주는 거냐고 하시는데, 그 말씀은 취소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임향주님은 그런 분이 아닐 것이며, 또 그런 말이 나오면 결국 적전분열(敵前分裂)이 될 뿐이지 않겠습니까?"
"으음, 낙양의 기성이 오늘 임향주께 실례 하였습니다. 저의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임향주님 저의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예, 사과를 받아들이지요. 아니 다 같이 잘해보자는 뜻이라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임청 천가가 한 말씀 드립니다. 저희집 무사들과 둘째 놈이 잡혀있은 지가 벌써 석 달이 지나고 넉 달입니다. 폐일언(蔽一言) 하자면, 포로 석방 그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포로 그 자체가 바로 증거가 되고 있는데, 증거를 눈앞에다 놓아둔 채로 무슨 협상이니 타협이니 하는 말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만일에 제가 적목단주면 저같은 성질에 이렇게 질질 끌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 조속히 타협을 하고 마무리지어 포로를 풀어냅시다. 지금이라도 적목단주가 안면 싹 바꾸고, 다른 말 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은자 한 량으로 막을 일이 은자 열 량으로도 벅차게 됩니다. 포로 석방 그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빨리 포로들을 풀어내는 일에 가장 중점을 두고 일을 해보십시다. "
"천장주님 지금 우리 모두 빨리 타결을 보자고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남성 지주분들이 최대한 양보해서 정리해 주세요."
"남양 편가가 말씀드립니다. 우리 동군의 의견은 속죄은자 오천 량에 더하여, 하남부 내에서만, 3 년 그러니까 올해가 만력 38 년이니 만력 41 년 까지만 미곡판매를 허용하고, 그 다음해 부터는 다시 협의를 해서 결정하자 그렇게 조건을 제시해 봅시다. 그 대신에 만량전 보인판매를 우리 지주들은 본 건과는 별개로 생각하여 이 보인판매를 하게 된다면 그 때에는 적목단의 지분을 일 할(一 割) 인정하겠으며, 보인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그만인 게지요. 기장주님, 권장주님, 간장주님, 전장주님 어떻습니까?"
"저는 편장주님 말씀에 찬성입니다. 그런데 적목단에 있는 뒤가 무엇일까요? 전임 하남포정사가 뒷배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뒷배가 있을까요? 그 놈들이 어디에서 나오는 돈으로 미곡저가판매를 하려하는가 그게 궁금합니다. 낙양 보호세 만으로 그런 일을 감히 펼 생각은 힘들텐데..."
"우리가 빨리 본 사건을 수습하고 포로를 풀어낸 뒤에 속죄은을 주고 나면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적목단의 뒷배가 뭐냐 하는 것은 그 때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시지요."
"그렇지요. 지금은 적목단이 3 년 간만 미곡을 팔고 그 후에 다시 협상을 하자는 그 조건에 대한 것을 말해봅시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적목단이 받아들일까요 ... 우리 동창부는 산동성 관할이니 이제부터 동창부 전가장은 서군 산동성의 결정에 따라가겠습니다. 이의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적목단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지요."
"그러면 우리 산동성 장주님들은 이리 하시지요. 제남부 내에서만 흑응회 미곡판매를 허용하며, 그 대신에 이것은 임모가 여러분들께 약속을 할 수는 없어도, 거의 확실한 것입니다만, 삼 년 이내에 만량전으로 보인판매 오십만 량을 달성하여 여기 계시는 다섯 지주분들께 매 년 마다 은자 사천 량씩을 미곡판매 손해금으로 받으시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장원에서 은자 천 량을 갹출하여 적목단에 속죄은을 5천 량을 주고, 객점비는 각자 따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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