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혼(沸流魂)

#28. 적진의 한가운데 - 3

금박(金舶) 2015. 8. 19. 09:37


  독천왕의 목탁 소리가 두 사람의 정신을 더욱 맑게하였다. 갑자기 벽려혼은 사비공주의 몸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벽려혼은 참으려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사비공주의 침대로 걸어갔다. 사비공주가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무겁기가 천근같은 몸을 일으켜 일어나 앉았다. 불꺼진 막사 안에서 벽려혼이 곰처럼 성큼성큼 다가오자 긴장되었다.


  밖에는 모닥불이 피워져서 막사 쪽으로 불빛이 새어들었고 독천왕의 목탁 소리도 간간이 들리고  동진의 병사들이 밖을 지나가는 그림자도 비치고 있었다. 벽려혼은 일어나 앉은 사비공주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마수(魔手)를 뻗어서 사비공주의 얼굴을 만지려고 하였다. 사비공주는 벽려혼이 괘씸했지만 호통을 치고 소리지를 수가 없었다. 지금 적진의 한가운데 막사에 있고 밖에는 적병들이 지키고 있고 또 그들은 벽려혼을 여민으로 알고 있고 사비공주를 그 본부인으로 알고 있었다. 사비공주는 얼굴을 만지던 벽려혼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전하, 본 공주는 유부녀에요."


  사비공주는 그녀가 아직은 여비의 아내인 것을 깨달으라는 소리였다. 그러면 벽려혼이 흑심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맞소, 오늘밤도 내일밤도 나는 부인의 본남편이오."


  벽려혼의 목소리는 천막 바깥의 동진 병사들에게도 들릴만큼 컸다. 오늘밤 이후로 사비공주는 벽려혼의 본부인이라는 소리였다.


  "오늘은 너무너무 피곤하단 말이에요."


  사비공주는 남들이 듣지 못하게 모기만한 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하지만 본부인, 오늘 헤어지면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회포를 풀어야겠소이다."


  벽려혼의 말소리가 천막 바깥의 동진 병사들의 관심을 끌어서 그들이 천천히 천막 곁으로 와서 엿들었다. 천막 안은 불이 꺼져서 들여다 보이지 않지만 천막 바깥은 모닥불이 켜져서 동진군의 그림자가 안에서 보였다. 그런데 그림자들이 희한한 소리를 듣고 천막을 에워싼 것이다. 사비공주는 그 그림자들을 보니 더욱 소름이 끼쳤다. 사비공주는 손으로 벽려혼의 입을 막아버렸다.


  벽려혼은 눈도 감고 사비공주의 손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눈을 감으니 잠시 차분해지다가도 사비공주의 체향이 그의 코끝을 찔렀다. 그래서 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벽려혼은 눈을 똑바로 뜨고 사비공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하늘에서 병아리를 내려다보는 솔개의 눈빛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음흉한 빛이었다. 사비공주는 그의 붉어오르는 눈빛에 기겁을 하면서 재빠르게 벽려혼의 뺨을 때리려고 하였다.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데 보지 않아서 믿을 수가 없다. 고양이 콧수염 하나 깨물고 뽑을 수 있을래나?


  사비공주는 벽려혼의 뺨을 치려고 바른손을 올렸는데 벽려혼이 잡아채고 침대에 눕혔다. 벽려혼은 그녀의 왼손도 마저 채서 침대 머리 쪽으로 올려 세우니 그녀는 벌받는 여자처럼 두 손을 들고 누워 있었다. 벽려혼은 그녀의 두 팔을 올려 세우고 그녀의 배 위에 올라탔다. 


  "쉿."


  벽려혼이 덮쳐오자 사비공주의 얼굴이 노래지면서 분노하였다. 바깥을 둘러보니 동진 병사들의 그림자뿐이었고 사비공주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바로 그녀의 분노한 얼굴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얼굴과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는데 구레나룻 수염이 따가웠다.


  "따가워, 찌르지마."


  사비공주는 부들부들 떨었다. 모기만한 소리로 사비공주가 벽려혼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달래자. 이런 누추한 곳에서 이렇게 험악하게 당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버릴 수도 없고, 일단 좋은  말로 구슬르고 달래서 위기를 모면하자. 한번  달래서 안 들으면 두  번 달래고 또 달래자. 그러나 벽려혼은 뻔뻔스럽게 몰아부쳤다.


  "가만있어."


  "안돼. 이건 강간이야."


  사비공주는 엄중하게 강간이라 말해놓고 생각했다. 과연 나같은 여자도 강간당할 수가 있을까? 절대로 어떤 남자도 그녀를 거슬리지 못한다. 절대로 강간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놈, 삼화취정의 내공을 가진 괴물 벽려혼은 좀 다르다. 아무튼 사람이 도리를 알아야지 이러면 안되지. 엄연이 부인이 바로 옆에 있는 놈이 이러는 것은 탐욕이고  나는 결코 그 탐욕의 제물이 될 수 없어.


  "안돼."


  사비공주는 다시 그를 밀었다.


  "이러면 군사 안할거야."


  그러나 벽려혼은 밀려나는 듯하더니 다시 덥쳐왔다.


  "병정놀이는 내일 하고 오늘밤은 소꿉놀이나 하자."


  사비공주는 작은 목소리로 벽려혼을 위협했지만 벽려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신이 떨려오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 산도적은 자신보다 힘이 세다. 무공도 강하다. 그녀를 내다 치면 그녀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참아, 남들이 모두 보잖아."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들리기만 하지. 저들에게 부부간인 것을 확인시켜주는 거야."


  벽려혼이 능글능글 웃으며 그녀의 가슴을 자신의 가슴으로 짓눌렀다. 그러더니 만졌다. 그런데 그의 두 손은 그녀의 두 손과 같이 서로 깍지를 끼고 그녀의 머리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 뭐가 그녀의 가슴을 더듬고 어루만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비단처럼 부드러운 손길같았다. 치우손에 맞게 만들어진 천잠사로 만든 치우갑이었던 것이다. 사비공주가 누운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서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니 치우손은 어느새 그녀의 젖꼭지를 꺼내어 주무르고 있었다.


  가슴에는 하루종일 말을 달려서 땀이 많이 난 상태였다. 벽려혼은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그녀의 젖 위로 가져갔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상의가 풀어진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필요도 없이 갑자기 몸이 뒤틀릴 정도로 긴장된 몸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기분이 되고 점차 분노로 다가왔다.


  "하지 마. 난 준비되지 않았어."


  "이런 실례. 그 준비는 내가 잘해."


  벽려혼의 두 손은 그녀의 두 손을 깍지낀 채로 그녀의 두 뺨에 내려와 있었고 벽려혼의 입은 그녀의 가슴 위에서 젖꼭지를 삼키고 있었는데  어느새 또 그 무엇이 그녀의 허리띠를 풀어버리고 그녀의 매끄러운 엉덩이 밑으로 들어와 그녀의 하의를 벗겨내었다. 그리고 그 무엇은 그녀의 엉덩이를 허벅지로부터 거꾸로 쓸어올리고 허리의 장골을 타고 내려와서 그녀의 양 허벅지 사이로 들어왔다.


  "안돼."


  그녀는 다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무엇이 갑자기 되게 날카로와져서 허벅지살이 쓰라려서 다리를 조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두 다리로 조이는 쪽은 치우손의 바깥면으로서 교룡의 거칠은 가죽이라서 힘을 주어 다리로 조이면 그녀의 연약한 허벅지에 피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무리하게 다리에  힘을 주다가 결국  다리에서 피를 흘렸다. 벽려혼은 끝내 치우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렸고 피가 흐르는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사비공주는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두 팔은 벽려혼의 억센 두 손에게 잡히고 다리는 힘이 다빠졌고 저항할 수 없어 입술만 깨물었다. 그 무엇이 마침내 그녀의 동굴 입구를 뭉개고, 헤집고 또 치모마저도 위로 쓸어올리자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물을 흘렸다.


  "이건 강간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고 있어서 비장하였다. 하지만 벽려혼은 그녀가 바로 조강지처인 사비공주였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에서는 아주 흔히 있는 일이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야."


  사비공주는 그녀를 강간하는 남자를 훗날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하면 보복할 수 있을까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장차 우리는 부부가 될거야. 부부사이에 설마 후회를?"


  벽려혼은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사비공주는 백 마디의 말이  소용없자 부림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제발 참아. 부림이 보고 있어."


  그러나 그순간 부림은 무정하게도 고개를 돌리고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벽려혼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더 이상 사비공주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에 무릎을 꾸부리고 그녀의 손을 허리 아래로 내려주고 여전히 자기 손과 깍지 낀 채로 그녀의 배꼽을 입술로 애무하였다. 사비공주가 소리없이 눈물을 터뜨렸다. 아직 소마적 여비에 대한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또다른 가짜 여비, 벽려혼한테 강간을 당한다는 것은 너무나 수치스럽고 분통스런 일이었다. 그녀가 우는 것을 보고 벽려혼은 손을 멈추었다. 너무 심했나?


  벽려혼은 여비로서 일년전 사비공주에게 힘으로 눌려서 발길질을 당하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토끼의 온갖 거짓말로 협박을 해서 거북이 스스로 껍질을 벗게 하고 뒤집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벽려혼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새처럼 거북 위에 올라타서 거북의 껍질을 강제로 뜯어내고 있었다. 잔뜩 움츠린 거북의 목을 물어 뜯어 빼내면서. 이러면 안되지만. 벽려혼은 다시 위로 올라와서 천연덕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핥고 눈물까지도 핥기 시작했다.


  "달군."


  한쪽에서는 분통해서 눈물을 흘리는데 한쪽에서는 그 눈물까지 달다고 하며 고소해하니 불행이 잉태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리를 꼬았다. 벽려혼의  만행이 그녀에게는 그토록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벽려혼은 그녀의 두 손을 움켜쥐고 가슴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드러난 가슴 위에는 자기의 까칠까칠하게 수염난 얼굴을 파묻었다.


  "여기가 바로 내 집이야."


  벽려혼은 그녀의 가슴이 자신의 둥지라고 말했다. 그의 치우손이 어느새 다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그녀의 꼰 다리를 다시 좌우로 벌렸다. 그녀의 다리 사이가 자기 집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사비공주에게 들렸다. 벽려혼은 사비공주를 조강지처로 생각하고 있고  결코 그녀를 강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비공주는 처음보는 불한당에게 강간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도대체 다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해도 무엇인가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벽려혼은 이번에는 치우손을 안쪽으로하여 부드럽게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의 치우손은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다리 사이를 문지르고 들어갔다가는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부드러워도 기왕에 상처난 허벅지 살이 너무 쓰라려서 그녀는 힘을 주지 못하고 다리를 벌렸다. 벽려혼은 부드러운 치우손으로 그녀의 동굴 입구를 벌리면서 쓰다듬었다. 사비공주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도대체 뭐야? 이 괴물은 손이 두 개가 더 있어? 정말로 사비(四臂) 괴물? 


  그러나 사비 공주의 어떠한 생각도 이내 끊기게 되었다. 그의 남성이 그녀의 여성 속으로 고개를 밀고 쳐들어간  것이다. 원기가 왕성한 벽려혼은 그녀의 집을 부숴버릴 것처럼 덤벼들었다. 이 기회에 집을 다시 져? 구들장을 뜯어내고 마루를 뜯어내고 다시 깔아? 문짝도 바꿔달고? 벽려혼이 집을 수선한다고 공사를 시작하자 그녀는 문창살을 뜯기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맞섰다.


  "우리, 순풍에 돛단 듯이 놀아보는 게 어때?"


  벽려혼이 말을 꺼내자 그녀는 기가 막혔다. 그녀는 어지러운 것이 멀미가 날 것 같은게 더 버틸 수도 없었다. 땀에 절었던 온몸이 근질거렸다. 벽려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가만이 있었다. 잠시후 독천왕의 목탁 소리가 고요를 뚫고 들려왔다. 벽려혼은 목탁 소리와 바람 소리에 맞추어 사비공주의  아래 위를 오르내렸고 그의 삿대는 그녀의 강 밑바닥을 지치면서 그녀의 영혼을 긁어대고 있었다. 여기는 바로 적진(敵陣)의 한가운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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