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34 회 황제의 전교(傳敎)
만력 44 년 8 월 5 일 신종 황제는 동창을 맡고있는 병필태감과 병장국을 맡고있는 병필태감을 불러서 여진족 누르하치에 대한 것을 묻기 시작하였다.
"지난 1 월 누르하치가 금국을 세웠다고 하기에, 요동으로 가는 물목들을 반절로 줄여서 목을 조르라고 하였는데, 요즈음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느냐?"
"폐하, 아직까지 새롭게 전해진 소식은 없사옵니다. 아마도 누르하치는 요동에 남아있는 명나라 만성들을 약탈하는 것으로 경제란을 벗어나려 할 것입니다."
"달단의 차하르 쪽과 접촉을 해보았느냐?"
"예, 차하르의 리그덴 왕은 자기들이 나서서 누르하치를 막아줄 것이니 그 값으로 은자를 내라고 말합니다."
"폐하, 소신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옵소서. 은자로 누르하치를 견제할 것이면, 건주여진을 가장 잘 알고, 가장 가까이 있는 해서여진의 예허부족에게 은자를 지원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누르하치의 창끝이 목에 닿아있는 셈이니 결사적일 것입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바로 여진으로써 여진을 제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달단 차하르의 입장은 은자를 욕심내서 자기들이 일을 맡겠다고 하지만 자기들의 목숨을 걸고서까지 우리 제국을 위해 힘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같은 여진족이라면 언제 마음 바꿔먹고서 한편으로 붙을지 어찌 알겠냐?"
"누르하치는 한번은 용서를 해도 두 번은 결코 용서를 해주지 않는 사람이라 합니다. 그런데 예허부는 누르하치에게 이미 한번 용서를 받은 적이 있고 다시 배신을 하였으므로 예허부는 이제 살아남을려면 누르하치를 대적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더욱 필사적일 것입니다. 게다가 누르하치가 더이상 용서할래야 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용서할래야 할 수 없다니, 그건 무슨 말이냐?"
"예, 폐하. 예허부에는 여진 제일의 미녀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동가(東哥)라 하는데, 예허부 족장의 여동생이지요. 누구나 그녀를 한번 보기만 하면 얼이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예허부의 족장은 작년에 그 미녀를 누르하치에게 시집보낸다고 했다가 달단족에게 시집을 보냈는데, 그녀가 금년에 병들어 죽었습니다. 그러니 누르하치는 예허부를 용서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만일에 그녀가 살아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미녀를 누르하치에게 보내면 화해가 될 것입니다만, 죽은 여자를 시집 보낼수 없으니 불가능이지요."
"아무리 미녀가 좋기로서니... 이미 시집을 간 여자가 되돌아온다고 하여 틀어진 관계가 좋아진다니 그것은 너무 심한 억측이로다. 너의 말을 믿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 천하제일의 미녀는 아홉 번 혼약을 합니다만 실제로 시집을 간 것은 마지막 한 번 뿐이었습니다. 그 전 8 번은 정략적으로, 혼인의 약속 말로만 이용당한 것이지요. 어떤 남자나 그녀를 한번 보면 그녀를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누르하치 역시 예허부 족장이 그녀를 자기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펄쩍 뛰었다합니다. 그러나 작년에 33 살이 된 그녀는 달단족 족장에게 시집을 가서 1 년 만에 병으로 죽었답니다. 그녀는 9 살 때에 처음으로 혼약을 했는데, 이 후로 그동안 8 번 혼약만을 하느라 나이가 33 살이 되고 말았지요. 그 첫 번째는 예허부족 족장인 그녀의 아버지가 하다부족의 족장에게 9 살 짜리 딸을 준다고 하자, 하다부 족장은 좋아서 예허부로 신부를 맞이하려 와서 예허부 군병들에게 잡혀 죽습니다. 그녀와 관계하여 이렇게 저렇게 그녀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여진족의 족장들은 모두 다섯 명입니다. 그래도 누구나 한번 보기만 하면..."
[1591년 해서 여진의 정세는 우라(烏拉), 후이파(輝巴), 하다(哈達), 예허(葉赫) 4개의 부족 중 하다부족이 가장 강세였으며, 평소 하다부를 경계하였던 예허부의 족장은 미모로 소문이 자자한, 당시 9 살 된 딸 동가를 미끼로 하다부의 족장과 약혼시키고, 신부를 맞아가려 온 족장을 살해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하다부는 지도자를 잃고 침체되기 시작하여 마침내 누르하치에게 1599 년 흡수되어 사라진다.]
"9 번이나 혼약을 했다?"
"예, 누르하치는 이미 예허부 족장의 누이를 부인으로 삼았었지요. 과거에 누르하치가 세력이 약해서 도망다닐 부렵 예허부의 영역을 지나다가 예허부 족장에게 잘보여서 아직 어린 딸을 누르하치에게 주기로 약속합니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나자 정말로 딸을 시집 보냈습니다. 그 예허부 공주가 누르하치의 여덟 번째 아들(이 아들이 홍타이지 청태종임)을 낳아준 다음 해에, 그 때에 달단과 여진의 9 부족은 비밀동맹을 맺고서 3만 군세로 건주부 누르하치를 기습합니다만(1593 년임) 오히려 큰 피해를 보고 패퇴합니다. 이 때에 예허부족장은 누르하치에게 잡혀서 죽고, 누르하치는 배신자를 응징하는 뜻으로 그 시체를 반으로 잘라서 상체만 예허부로 보냅니다. 예허부의 새로운 족장은 누르하치가 두려워서 그 미녀를 누르하치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혼약합니다만, 그녀는 아버지를 반토막으로 자른 놈에게 시집갈 수 없다고 버텨서, 오빠는 할 수 없이 고모(청태종의 친모의 동생 즉 이모임)를 누르하치에게 대신 시집보내고 무마를 합니다. 이렇게 한번의 배신과 용서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작년에 누르하치는 33 살 먹은 그녀를 잊지못해서 예허부 족장에게 두 번째로 청혼을 합니다. 예허부 족장은 그녀를 누르하치에게 주기로 했다가 달단족 할하만인대의 한 족장에게 시집보내고 맙니다. 누르하치는 분기탱천하여 당장 군병을 끌고 예허부를 침략하겠다고 나설뻔 했다는데... 지금 부하들까지도 이를 갈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녀가 이미 죽어서 예허부는 그녀를 데려올 수 없기에 누르하치와 화해할 방도가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누르하치가 맘 변해서 예허부와 화친할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흐음, 너의 이야기가 재미는 있지만 과연 야만족들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야?"
"폐하, 틀림없습니다. 소신을 믿어주십시오."
"난 너는 믿지만, 그 말을 듣고 예허부 놈들을 믿기에는 어쩐지 부족하구나."
"폐하,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달단 차하르의 리그덴왕을 생각해보지요. 지난 무신년(戊申年 만력 36 년 1608년 임) 즉 8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건주여진의 공격을 받은 달단부족 하나가 리그덴왕에게 구원을 청하자 리그덴왕은 출병을 합니다. 이 출병소문을 들은 건주여진은 곧 후퇴를 합니다. 이때의 건주여진 장수는 누르하치의 장남인데, 그 자가 맹장으로 소문이 자자하였던 추잉(衣+者 英 저영)입니다."
"누르하치의 장남... 이름이 추잉이라고..."
"예, 폐하, 추잉은 작년에 누르하치에게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자식인데, 왜 장남을 죽였을까?"
"폐하, 추잉은 전공이 워낙 탁월하여 감히 다른 아들이나 신하들 중에서 견줄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전쟁에는 아주 뛰어난 게지요. 그래서 4 년 전 임자년(壬子年 만력 40 년 1612년임)에 누르하치의 후계자로 책봉을 받습니다만, 그 후로 다른 왕자들과 신료들의 모함을 받고 작년에 죽임을 당하였다 합니다. 너무 뛰어나면 사람들이 그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합니다. 또 이것은 본인의 탓도 절반 이상일 것입니다. 도광(韜光 재능이나 학식을 숨기고 감춤)의 도리를 배우기가 쉽지 않은 법이지요."
"그건 우리 입장에선 잘된 일이라 할 것이구만."
"누르하치를 견제하려면 누르하치 보다 큰 세력에게 부탁을 하여야 되겠지요. 그래서 차하르의 리그덴왕이 적당합니다. 은자를 주어 포섭을 하면..."
"그래 리그덴왕은 은자를 얼마나 달라고 하느냐?"
"일 년에 오만 량을 달라고 하는데..."
"지금 누르하치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알고있느냐?"
"예, 그동안 누르하치가 각 부족을 병합하여 모은 군병이 육만 명 정도라 하옵니다. 그들의 군제(軍制)는 기제(旗制)라 하여 8 기가 있으며, 1 기가 7500 명이므로 육만 명이 됩니다."
"육만 명이면 뭐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구만... 그러면 사만 량을 줘서 잘해보라고 말해봐라. 그 정도면 될 것이야."
"예, 폐하 그리 하겠나이다."
"그리고 밀린 일 중에 염운사사 건인데... 양회염운사사의 일은 호부의 상주문 그대로 실시하라고 하거라."
"예, 폐하. 그리 하겠나이다."
이렇게 하여 양회염운사사에서 발생한 포상현 염운사 횡령 탈주 사건은 이미 충분히 설명이 되어진 사인이었으므로 그 처리에 대하여 황제의 재가(裁可)를 얻게 되었으며, 또 하나 달단족 차하르부의 리그덴칸에 대한 은자의 지원 건도 함께 재가를 얻게 되었다. 호부낭중 원세진은 통정사(通政司 황명을 출납하는 관부)를 통해서 내려온 전교(傳敎 임금의 명령) 즉 상주문의 비답(批答 황제가 뜻을 말하면 병필태감이 그것을 상주문에 주필(朱筆 붉은 글씨)로 기록하였음)을 읽고서 바로 후속처리에 임하였다. 원세진은 문안(文案)을 만들어 호부상서에게 보고를 하였고 승인을 받아 회음으로 내려보내게 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강법(綱法)
양회염구에서 미지급으로 있는 200만 매 염인(鹽引)의 처리에 대하여 정사년(丁巳年 1617년임) 부터 다음과 같이 시행한다.
- 미지급 염인 200만 매를 구인(舊引)이라 칭하며, 한 해에 20만 매씩 10 년 간 나누어 소금을 지급한다.
- 금년까지 매년 500만 매를 발매했던 염인은 480만 매로 줄여서 발매하고 이것을 신인(新引)이라 칭하며, 신인 480 만 매에 구인 20만 매를 더하여 매년 500만 매로 맞추며, 10 년 간은 신인 1 매당 염세를 1량 6푼으로 정한다. 10 년 후에는 구인이 없어지는 대신에 염세를 본래대로 은자 1량 4푼으로 한다. 또 10 년간 염인 1 매당 지급되는 소금은 1할 줄인 450 근으로 조정하여 소금값을 지켜준다. (이렇게 하여 양회염구의 사고도 수습하였으며, 전국 염세 총액도 유지하고, 소금 가격도 유지시키는 양수겹장의 묘수를 찾아낸 것이다.)
- 래(來) 10 년간 11 개 염구별 발매 및 지급 염인 수는 다음과 같다. 단 구인은 이미 발행된 염인으로 갈음한다.
장로염구 합계 25만 매, 구인 1만 매, 신인 24만 매
하동염구 합계 45만 매, 구인 1만8천 매, 신인 43만2천 매
산동염구 합계 42만5천 매, 구인 1만7천 매, 신인 40만8천 매
양회염구 합계 125만 매, 구인 5만 매, 신인 120만 매
양절염구 합계 80만 매, 구인 3만2천 매, 신인 76만8천 매
복건염구 합계 40만 매, 구인 1만6천 매, 신인 38만4천 매
광동염구 합계 35만 매, 구인 1만4천 매, 신인 33만6천 매
사천염구 합계 50만 매, 구인 2만 매, 신인 48만 매
운남염구 합계 5만 매, 구인 2천 매, 신인 4만8천 매
섬서염구 합계 50만 매, 구인 2만 매, 신인 48만 매
요동염구 합계 2만5천 매, 구인 1천 매, 신인 2만4천 매
- 신인은 1 년에 10 회 2 월 부터 11 월 초하루에 각 염운사사에서 일괄 발매하며 각 상단은 호부에 당월 염세를 일괄 납부하고 염인교환증서(이것을 인와 引窩라고 칭한다)를 받아갈 것이다. 상단은 인와를 초이틀부터 해당 염운사사에서 염인으로 교환하여 사용할 것이다.
- 염구별로 신인에 참여할 상단의 해당 수량은 다음과 같다.
장로염구 총 24만 매이며, 매 월 초, 년 염세 1 할에 해당하는 은자를 납부할 것이다.
진상 48,000 매, 휘상 48,000 매, 노상 24,000 매, 절상 28,800 매, 용유상 9,600 매, 동정상 9,600 매, 강우상 9,600 매, 민상 14,400 매, 월상 28,800 매, 섬상 19,200 매
산동염구 총 40만8천 매이며, 매 월 초, 년 염세 1 할에 해당하는 은자를 납부할 것이다.
진상 86,400 매, 휘상 76,800 매, 노상 115,200 매, 절상 24,000 매, 동정상 9,600 매, 강우상 9,600 매, 민상 38,400 매, 월상 28,800 매, 섬상 19,200 매
양회염구 총 120만 매이며, 매 월 초, 년 염세 1 할에 해당하는 은자를 납부할 것이다.
진상 153,600 매, 휘상 192,000 매, 노상 96,000 매, 절상 105,600 매, 용유상 124,800 매, 동정상 96,000 매, 강우상 96,000 매, 민상 144,000 매, 월상 96,000 매, 섬상 96,000 매
- 중략 -
섬서염구 총 48만 매이며, 매 월 초, 년 염세 1 할에 해당하는 은자를 납부할 것이다.
진상 76,800 매, 휘상 67,200 매, 노상 48,000 매, 절상 28,800 매, 용유상 28,800 매, 동정상 28,800 매, 강우상 28,800 매, 민상 38,400 매, 월상 28,800 매, 섬상 105,600 매
각 상단별로 세부적인 배분은 첨부한 염강책(鹽綱冊 = 상단 속하의 각 상방 별로 염인을 배부할 기준을 기록한 책자를 부르는 말)에 따르되 상단 내부의 협의 하에 원만히 진행되게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