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07 회 유래타에게 요령을 가르치다
"흐음, 그러니까 모든 물목들의 원인 행동 결과를 따져서, 그에 대신할 다른 행동을 찾아 넣는다는 말이지요. 몰이그물의 바라는 결과란 그물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몰아가는 것이란 말이지요."
"바로 그것이지요. 수 만 명의 군사작전 짜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이것과 동일합니다. 자,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가로막이 그물을 먼져 쳐놓고, 하루쯤 지나서 물고기 몰이를 하여, 몰이그물을 재빨리 넣어서 가두는 것이지요. 그 다음은..."
"배를 타고 삼지창으로 물고기를 집어내듯 얼음에 적당한 구멍을 몇 군데 뚫고, 그곳에 삼지창을 이리 저리 넣어서 물고기를 찍어내면 되지요."
"아하! 알겠습니다. 저는 오늘 아주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동일한 원인에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새로운 행동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네요."
"진회주님께 말씀드린 김에 하나더 말씀드립니다. 여기에서 행동 두 개를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라 하며, 전략전술은 더욱 효과가 있게 바뀔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행동을 나누어보고, 합해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고... 하면서 그것이 효과적이냐 아니냐 하고 자꾸 따져나가는 것이 전략전술 개발입니다."
"오늘 가르침이 참 좋은 말씀입니다. 오늘 사실은 이런 문제가 있어서 혹시나 하고 천호장님을 뵈오려 하였는데 맘만 급하여 예물도 없이 왔습니다. 내일 삼거리반점에 말하여 화주 열 통을 보내겠습니다. 아래 군병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오늘 말씀 참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책에 모두 나와있는 것을, 별거 아닌데...그래도 진회주님께서 화주를 보내주시면 아래에 풀어서 병사들 추위를 녹이는 데에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화주를 주신다니 화주값이라고 할려면 한 말씀 더 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관심도 있으신 것 같으니..."
"예, 가르쳐 주십시오."
"원인, 행동, 결과, 이렇게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장수 교육을 받은 수 백 명의 군장(軍將)들이 알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 명장(名將)이라고 할 수 있는 장수는 아마 열도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설마 그들이 명장이 되지 않을려고 맘먹어서 그렇지는 않을텐데요?"
"그건 물이 얼지 않았다가, 혹한이 몰려와 물이 얼어붙는 것처럼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기(機)이라고 하며, 다시 기에 대항하는 것을 변(變)이라 하고, 이것을 임기응변(臨機應變)이라고 하지요. 날씨도, 지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장수 역시 변을 만들어내서 대응해온다는 점입니다. 전쟁이란 군장들의 전략전술의 대결이지, 병졸들의 화살이나 창 싸움 대결이 아닙니다. 응변 때문에 전쟁에서는 원인과 행동이 같았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것이지요. 그래서 뛰어난 전략가를 부하로 둔 장군이, 또는 본인이 뛰어난 전략가인 장군이 전쟁에서 이깁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애타게 찾아간 것처럼 사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렇지요. 이것만 명심하신다 해도 화주 값으로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전략가라... 전략가는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습니까?"
"겉보기로 보아도 알 수 없고, 실제로 전쟁을 치루어 보지 않으면 알수 없으니 그야말로 운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전략가가 되기 위하여 오래 공부한 사람 중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역시 운이고 복이 있어야 될수 있다할 것입니다."
"예, 오늘 뜻밖에 좋은 공부를 배웠습니다. 천호장님께서 전략가로 추천해 주실 분이 있으면, 제남 흑응회로 추천을 해서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예, 기억해 두었다가 운이 닿는 사람이 있으면 추천을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갑니다."
유래타는 진원성을 따라나섰다가 좋은 한마디를 얻어들었고 그 말이 머리 속에 깊이 세겨졌다. 진원성과 유래타는 마음이 급하여 되돌아 나왔으며, 다시 말을 달려 아린촌의 본부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금방 배운 것을 토대로 하여, 윗쪽에 꺽쇠 모양으로 설치할 그물 하나는 길게 고치고 다른 그물은 꺽쇠의 뚜껑 역할에 맞게 짧게 고쳐 짜도록 하였으며, 얼음에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라 지시를 하였다. 유래타와 갑수들은 배를 빌리는 대신에 얼음구멍을 팔 쇠 송곳 괭이를 열 개 구하고, 그물 설치할 곳을 정하여 얼음에 구멍을 뚫어보았다. 구멍을 뚫어도 한식경이 지나지 않아 다시 반 치 정도는 얼어붙는 셈이니 얼음구멍을 파는 데에 정밀한 계획이 필요하였다. 순서와 구멍 간 거리 등 생각할 것이 많았다.
물고기를 놀라게 하려면 얼음 위에서 큰 울림을 줘야 하므로 지름이 여섯 치가 되고 길이가 여덟 자가 되는 통나무에 양쪽을 줄로 묶어서 네 사람이 통나무를 누인 채로 들었다가 얼음을 내려치도록 준비하였다. 착착 준비가 되어가지만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 진원성 역시 이 얼음구멍을 뚫어서 과연 물고기가 얼마나 잡힐지 그리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회원들이 힘을 모아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으며,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함께 무엇을 해보는 그 과정만으로 가치있다고 생각하였다.
유래타와 경비 두 명과 갑수 3 명 들끼리 회의를 하여, 일을 결정해 나가는데, 물고기를 몰아가는 것은 아린촌이 있는 곳에서 부터 상류쪽으로 몰아가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물고기는 물이 오는 방향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는데 놀라면 바로 상류 쪽으로 도망치기 때문이었다. 또한 먼저 상류 쪽에 가두리 그물을 쳐놓고, 하루 뒤에 하류에서 물고기를 몰아오면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빨리 마구리 그물을 쳐야 하는데, 한자가 넘는 얼음을 길게 파내는 일이 시간이 너무 걸려서 쿵쿵 파내는 소리에 물고기들이 도망갈 염려가 있으므로, 미리 얼음 구멍을 판 다음에 짚덩이를 뭉쳐서 그 사이를 막아두어서 다시 재빨리 구멍을 뚫을 수 있게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계획이 세워지니 어쩌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추운 날씨이지만 인근의 촌민들은 가끔씩 나와서 얼음 바닥 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둘러보고 돌어갔으며, 어떤 사람들은 화톳불을 피워둔 곳에 와서 불을 함께 쪼이며,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걱정의 한마디 씩 해주기도 하였다.
11 월 19 일 본래의 일정보다 며칠 늦었지만 드디어 물고기 잡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 전 가두리 그물을 물 속에 넣었고, 오늘은 하류에서 먼저 한 자 이상 두껍게 얼어붙은 강 위에 네 사람씩 두 개 조가 통나무를 동시에 들었다가 쿵 하고 내려놓았다. 아마 울림이 물 속으로 전달되어 겨울잠을 자던 물고기들이 놀라서 상류 쪽으로 도망치기를 바라면서 회원들은 계속 앞 쪽에 있는 갑수의 수신호를 받아 내려쳤다. 이렇게 반 시진 쯤 하니 일 리 이상 물고기를 몰아온 셈이었다. 사하의 경험에 의하면 이 정도의 간격이면 큰 물고기가 적어도 일천 마리는 잡혀야 할 거리였으며, 그 때에 짚으로 막아놓은 곳을 괭이로 파헤치니 금방 구멍이 나서 마구리 그물을 얼른 내리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오십 평 정도 되는 넓이의 얼음판 위에 이곳 저곳 창질을 할 구멍을 뚫기 시작하였다. 얼음 아래에는 팔뚝만큼 큰 물고기들이 수백 마리가 들어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구멍 열 개를 뚫자 그 다음에는 삼지창으로 구멍을 이리저리 쑤셔서 물고기를 건져내기 시작하였다. 준비한 대바구니가 가득차면 강변으로 끌고가서 구경온 촌민들에게 동전 3 문 씩 받고 팔게 되었으며, 이날 저녁에 세어보니 동전은 1210 문이 모였고 물고기는 거의 사 백 마리가 팔리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러니 물고기는 적어도 800 마리 이상 잡았던 셈이며, 추위 때문에 물고기 판매는 부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가 되어 가두리 그물과 마구리 그물을 건져올렸는데 그물 사이에 쳐박혀 있는 물고기 100 여 마리를 더 잡게 되었다. 유래타는 갑수들과 회의를 하여 내일 현성으로 가서 남은 물고기를 팔기로 하였다. 흑응전장 이름을 내걸고 동전 3 문 씩에 싸게 팔면 선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두 가지 그물을 회수하여 다시 상류 지점에 삼 리쯤 올라가서 얼음을 파고서 가두리 그물을 설치하였다. 즉묵현성에 물고기를 팔러간 회원들 10 명은 현성의 객점에서 하룻 밤을 자고 다음날 돌아왔으며, 객점에서 얼마간 쓰고 동전 1000 개를 가져왔다.
이렇게 한번 더 물고기 잡기를 한 다음에 즉묵현의 행사를 마치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혹한인 데다가 즉묵현성에서 두 번에 걸쳐서 물고기를 판매하여 흑응전장의 이름이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진원성은 아린촌장에게 그물과 다른 도구들을 모두 기증하게 하고, 회원들에게 당례로 은자 한량 씩 나누어주도록 하였으며, 액현에서 처럼 냉증의 치료를 해주는 마지막 모임을 만들어 행사를 끝냈다. 즉묵현에서는 냉기에 침해를 받은 사람의 수가 3 명에 불과 한 것이 오히려 아주 추우면 더욱 단속을 하기 때문에 피해 입은 사람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래타의 보고를 들어보니 즉묵현 행사에는 은자 36 량이 소모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흑응전장 지점 2 개에서 일할 회원 모집은 이렇게 하여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진원성 일행은 다시 제남으로 길을 제촉한다.
이번 액현과 즉묵현의 여정에서 유래타와 경비 2 명은 추위에 고생을 많이 하였으나, 그 반면에 재미도 엄청 느꼈다. 어떤 사람은 겨울에 이런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만큼의 은자를 내고서라도 해보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먼 훗날 늙어 죽을 때라도 이번 경험을 생각한다면 '아 그 때는 참 좋았었지' 하고서 추억할 것이 틀림없었다.
진원성은 유래타에게 잠깐 시간을 내서 조언을 해주었다. '너는 앞으로 크건 작건 책임을 맡아 일을 추진하게 될텐데 그 때마다 이번 경험을 잘 생각해서 연구를 잘해서 성공하도록 해라. 얼음이 배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무슨 일이든 일의 요소를 잘 나누어 따져보고, 그 요소를 할 수있는 수단을 바꾸어보면 더 잘할 방법이 생각날 것이다. 이것이 원인과 행동과 결과의 전략 수립 요령이다. 대부분의 일은 어떻게 될지 처음에는 알수 없으며, 과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므로 결과를 과도하게 걱정하면서 머뭇거리는 것은 신중한 것과는 다르다. 신중한 것은 꼼꼼히 일의 요소를 따져보는 것에서 해야만 하고, 일의 시작에서는 과감해야 한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개인간의 생사비무와 전쟁에서 전략수립과 민간에서 일의 처리방법도 같은 요령의 임기응변인 것을 알았다. 너도 많이 생각하고 연구해두어라.'
진원성과 월이부인은 돌아오는 길에 객점에서 한 침대를 사용했지만, 월이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차 담담해지고, 의연해지는 것이 자기의 숙명을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엄마가 되면 그 일 때문에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원성은 월이부인이 갑자기 나이를 서너 살 더 먹어보이는 것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