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강책(제7부)

제 002 회 이번 일은 네가 진행해봐라

금박(金舶) 2017. 4. 23. 16:57


9월 26 일에 회수부에서 흑대형에게 보고가 있었다. 이제서야 노상에서 회표발행 건에 대해 합의해 주었으며, 어제 전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미 수립된 회수부의 계획은, 청주부에서는 지부아문이 있는 익도현(益都縣)과 제성현(諸城縣), 몽음현(蒙陰縣) 세 곳, 등주부에서는 지부아문이 있는 봉래현(蓬萊縣)과 문등현(文登縣) 두 곳, 래주부는 지부아문이 있는 액현(掖縣)과 즉묵현(卽默縣) 두 곳에 지점을 내는 것이었다. 지점 한 곳 당 일할 회원을 삼십 명 뽑아야 하는 일이었으며, 그 중에 회표를 관리할 사람 열 명은 필히 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형님도 청주부, 래주부, 등주부에 흑응전장(黑鷹錢莊)의 지점 내는 일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전장의 지점은 앞으로 그 지역의 유력한 사람들과 연대를 잘해가야 하는데 지점 개설 초기부터 관계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요점이 대두되었고, 회수부에서는 각 지점이 들어설 건물을 짓는 일부터 회표발행을 관리하는 전반적인 일의 틀을 짜는 데에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등주부 출신인 마평중 육영대장이 등주부 일을 맡고, 청주부에는 청주에 연줄이 좀 있는 서익필 서기대장이 일을 맡고, 진원성에게 교주 아린촌 출신인지라 래주부의 일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지점을 내는 것은 일을 맡을 사람을 해당 지역에서 선발하고 교육을 시켜서 그 지점에 배치해야 하였다. 지역마다 다소간 지역감정이 있어서 해당지역에서 사람을 뽑는 것이 유연하게 사업을 진입시키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진원성은 래주부에 가서 전장 지점을 맡을 사람을 선발하여 내년 3 월에 제남에 와서 석달 동안 교육을 받고, 7 월부터 전장 지점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진원성은 마차를 한 대 동원하여 월이부인과 여자 하녀 하나를 태우고, 유래타와 경비 두 명과 함께 래주부로 향하게 되었다. 소주총관도 데리고 갈려고 했으나 마유친은 마음 속에 아직 갈등이 남은듯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였으며, 그래서 진원성은 월이부인만 동행시켰다. 마유친은 다른 부인들이 아이를 갖는 것을 보고, 자기도 아이를 갖고 싶은 욕심이 조금 생겼으며 그래서 마음이 이럴까 저럴까 반반이 되어 있었던 참이다. 진원성은 총관들이 아이를 갖은 것 때문에 일이 부실할까봐서 해녕총관과 소주총관 둘에게 회주부가 해야할 일을 소흘히 하지말도록 한번 더 부탁하였다.


늦가을 9 월 29 일, 바람은 이미 차가웠다. 진원성 일행은 인원 6 명, 마차 한 대, 말 다섯 필이 되어 래주부로 떠나갔다. 매일 일백 리를 가기로 하였으며, 가는 도중에 월이와 여자 하녀는 마차의 창을 통해 주변을 두루 구경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음이 갑갑할 때면 여행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월이부인은 세상 구경을 하면서 마음 속에 시원한 바람이 조금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마침 계절은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으며, 몸이 차가운 월이에게는 겨울이 만나기 싫은 계절이었지만, 진원성이 밤마다 도와준 덕분에 이젠 오히려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진원성은 가는 길에 시간을 내서 회수부에서 얻은 지도(地圖)를 보고서 어떻게 진행을 할까 하는 연구를 하곤 하였다.


                                                 [그림 산동성 동3부 지도]


진원성은 이번 일은 유래타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유래타도 혼자 무엇을 책임지고 해내는 경험을 통해서 성장해야 자기가 없을 나중에 중요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 월이 부인은 스스로의 신분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평초(浮萍草) 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월이 부인도 일에 참여하도록 유도해볼 생각이었다. 흑응장원을 벗어난 첫날 객점에서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진원성은 이번 여행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래타, 월이부인, 이번에 우리는 래주부에 가서 일꾼을 60 명 선발해야 합니다. 래타 는 이미 들어서 대충은 알겠지만, 우리는 먼저 액현에 가서 30 명을 뽑아 내년 3 월에 제남으로 오도록 약속을 받고, 다시 즉묵현으로 와서 30 명을 뽑아 제남에 오도록 약속하면 됩니다. 30 명 중에 글을 배운 사람이 열 명이 되어야 하고, 전장 일을 잘해낼 사람, 또 경호 일을 잘해낼 사람을 뽑아야 해요. 유래타, 너는 이번 일을 네가 책임지고 진행해보거라. 도중에 항상 나에게 물어도 되지만, 묻기 전에 너는 충분히 생각하여 너의 생각을 정립한 후에 내게 물어야 한다. 또 부인도 이번에는 유래타의 참모가 되어 이 일을 함께 해주어야 겠소. 공밥 먹는 것은 안되요."


"아이쿠, 대형님,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녀자인데요. 게다가 전장일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세싱사 모든 일에 서투르니 전 할수 없어요. 공밥 먹는 게 안되면 제가 빨래를 하던가 뭐 다른 일을 할테니 사람 뽑는 일은 빼주세요."


"정 그리 어렵겠다면 우선 좀 회의에 참여하여 지켜본 후에 다시 말하기로 합시다."


"예, 저는 사실 이 나이 먹도록 항상 갇혀서만 지냈습니다. 혼자서 어디에 가본 적도 없고, 그래서 저는 홀가분한 이 여행길이 마냥 즐겁고 좋기만 합니다. 그래서 책임질 일을 하기가 마음 내키지 않습니다."


"흐음, 알았소. 당장은 옆에서 홀가분 하게 지켜만 보시요." 


"예."


"래타, 이번에 전장(錢莊) 지점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것은 새로 회원을 뽑아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데,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그것에 대해서 네 의견을 말해보아라."


"그야 전장 일을 잘 해낼 인재를 뽑아야 하겠지요."


"월이부인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구려. 내가 나중에 부인에게 물어볼 것이요. 물어서 대답을 잘하면 내가 좋은 선물을 줄 것이오... 래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할 사람이냔 말이다."


"전장에서 손님을 상대할 사람들은 글을 알아야 하고, 성격이 차분하고 친절해야 하겠지요. 또 경비들은 신체가 건강하고 몸이 잽싼 놈들이 좋겠지요. 무술을 배웠다면 더 좋고요."


"그러면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뽑아야 할까?"


"그것은 전장지점을 세울 액현과 즉묵현에 가서 사람 뽑는다는 방문(方文)을 여러 곳에 붙이고 객점으로 사람들을 불러서 만나보면 되겠습니다."


"흐음,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구나. 월이부인은 이 방법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모르겠다는 것이요?"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런 일에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이것은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인데, 배우고 말고 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래타, 그렇게 방문을 붙여서 사람이 찾아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테냐?"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여러가지를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월이부인은 어찌 생각하시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월이부인은 알 수 있겠소?"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결국 일을 시켜보아야만 알게 될 것입니다."


"일을 시켜봐야한다... 그러면 내년에 지점을 열고서 일을 가르쳐서, 하는 것을 봐야할텐데... 래타, 네 생각은 어떠냐?"


"경비볼 사람들은 제가 만나서 말해보고, 정 모르겠으면, 나하고 대련 한번 하자고 해서 한바탕 뛰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말만으로 알기는 어렵겠네요. '당신 일 잘할 수 있소?' 라고 물으면 모두 '잘할 수 있다'고 대답할텐데, 이것은 물으나마나한 질문일 것이고?"


"경비볼 사람들도 유래타 너와 대련을 한번 해보면 신체가 튼튼한지, 무술을 좀 배웠는지는 알겠지만, 그 이상은 알기가 어려울텐데..."


"아, 알았네요. 대형님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일을 시켜서 체험을 해보고 사람을 고르자는 말이지요."


"래타, 그 말이 맞았다. 그런데 또 전장에서 일할 사람들이니 은자를 많이 만질텐데, 혹시 은자를 들고 도망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문제도 생각해봐야 할텐데... 결국 처음부터 믿을만한 사람을 골라서 다시 어떤 일을 얼마동안 시켜보고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을 해야할텐데... 이 두가지 점에서 어찌 해야할지 생각해주길 바란다. 월이부인도 어떤 방도가 없을지 생각 좀 해주구려. 나도 쭉 생각을 해봤는데,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소. 래주부 액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계획이 세워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객점에서 날짜만 까먹게 될텐데..."


"대형님, 내일 다시 말하기로 하지요. 제가 하루동안 잘 생각해보렵니다."


"내 생각으로는 래타 너 같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와준다면 거기에 더 바랄 것이 없다 생각한다만."


"저야 워낙 오랫동안 대형님을 모셔왔으니 그렇지만... 그런데요, 대형님을 제가 오랫동안 모셔왔는데, 이번에는 대형님 얼굴표정이 한결 가뿐한듯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딸을 하나 얻으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참 잘된 것 같습니다."


"흐음, 너에게도 그리 보이더냐? 그게 내게는 아주 잘된 일이라 할 수 있지... 아린총관은 딸을 낳아서 좀 실망했다고 하던데, 내가 표정이 좋다고... 총관들이 다들 딸을 얻었어도 내가 서운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렇게 들었으니 잘되었다. 아들은 조금 기다리면 총관 누구한테서든 나올테니 ..."


진원성은 오래된 복수(復讐) 일을 아무도 몰래 처리하고 나니, 자기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아무래도 그 표정에서 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회수부에서는 어디 갔다가 돌아오면 은자를 몇 십만 량 씩 챙겨오는 진원성을 어쩌면 요술쟁이가 아닌가 생각했으며, 특히 진원성의 표정이 이번에 더욱 좋아진 것은 얻은 은자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하였을 것이다.


액현으로 가는 길에 저녁 마다 서로의 이야기는 쌓여가고, 월이 부인도 자꾸 듣다보니 점점 이야기에 동화되어 왔다. 유래타는 지점이 설치될 현의 촌장들의 추천을 받아서 회원으로 뽑을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만량전을 가르치고 그것을 하도록 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었고, 월이부인은 만량전이 무엇인지 몰랐으므로 낚시질을 가르쳐서 낚시를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어떨까 하는 말을 하였다. 진원성은 월이부인에게 낚시질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 어떻게 관계가 있는 것인지를 되물어 보았으며, 월이 부인에게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관계가 있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이것은 월이부인이 과거에 기방에서 만났던 남자로부터 낚시 역시 오랜 경험과 지식이 쌓여야 잘할 수 있는 것임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월이부인은 그와 같은 말의 근거를 말할 수는 없었다. 


진원성, 유래타, 월이부인 셋이서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나눴지만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당기간 노력하여 어떤 수준에 오르기 전의 상태라면, 만량전은 체력을 시험하는 의미 밖에는 없을 것이고, 낚시질도 운을 시험하는 의미 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각 현 산하 촌의 촌장을 찾아가서 사정을 말하고 촌장 마다 1 명 씩 적당한 젊은이를 추천 받는다면, 은자를 들고 튀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런 결론을 얻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하나의 촌에서 한 사람을 추천 받는다면 30 명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면 30 개의 촌에서 흑응전장을 알고 앞으로 이용해줄 고객이 될 것이란 생각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