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사인묘(제6부)

제 079 회 위대함이란 아들, 손자에게 전했다는 점

금박(金舶) 2017. 4. 7. 18:23


"저는 준갈이 부족의 족장입니다. 아니 족장이었고, 지금은 흑응회의 부회수 입니다. 저는 중원에 올 때에 준갈이 부족의 앞날을 책임지는 족장이었는데, 중원에 와서 대형님을 만나니 대형님의 조직 이념에 따라 준갈이 부족은 자연스럽게 해체되었고, 그러니 자연 부족장도 필요없는 존재가 되었지요. 우룸치에서 중원에 올 때에는 대형님에게 아니 대형활불님께 귀의를 하였고, 흑응회에 귀부를 하여 온 것인데, 몽골의 관습대로 한다면 준갈이 부족은 그대로 부족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나, 흑응회에서는 부족이 해체되어 흑응회로 흡수되고 말았습니다. 부족민들 모두 불만은 없습니다. 중원사람들과 차별없이 대해주시고, 살기도 좋으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지요. 이제 종원인들과 혼인도 하나둘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십 년만 지나면 준갈이 부족은 흔적도 없이 완전히 없어질 것입니다."


"부회수는 준갈이 족장을 못하게 되어서 서운하신 거구만요?"


"아닙니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귀부를 하면 하나의 부족이 되며, 그 부족이 발전하고 커 나가기를 바라고 노력을 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운명체가 되니까요. 그러나 부족은 그대로 유지되며, 귀부하여 얼마간 지내다 정 가망이 없으면 귀부를 철회하고 다른 세력에게로 귀부를 옮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 흑응회와 공동운명체가 되었고요, 흑응회가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에 우리 준갈이부족은 흑응회를 떠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다른 상황인 것입니다. 대형님 아시겠습니까? 우리 준갈이부족은 흑응회와 한 몸이 되고 다시는 나눌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어떤 문제인지 아시겠습니까?"


"흐음, 구찰 부회수님의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요. 준갈이부족은 이제 없어졌어요. 그래서 다시 찾을 수는 없지요. 그러니 구찰 부회수는 이제 흑응회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와 함께 해 보십시다. 이건 흑응회로 들어온 다른 부족 사람들도 아니 모든 사람들 다 마찬가지일텐데..."


"그래서 저는 언젠가 대형님에게 이런 말씀을 꼭 드리고 답을 얻으려 하였습니다."


"어떤 답입니까?"


"우리 준갈이 부족을 품을 만큼 위대한 흑응회가 되어야만 준갈이 부족이 사라진 그 가치가 있는 셈이지 않느냐 하는 점이지요. 답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흑응회가 그런 가치가 있도록 대형님이 만들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흑응회가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흑응회가 은자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예, 은자도 많이 가지고 있고, 훌륭한 장군들과 신하들과 군병들과 만성들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준갈이 부족은 흑응회에 계속 귀부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준갈이부족은 떠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흑응회와 나눌 수가 없게 되었으니 이제 떠나갈 수도 없게 되었고, 그럼 우리 준갈이부족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할 수 없이 대형님한테 가치를 많이 가지고 있도록 만들자고 압박을 가하는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대형님은 이제 준갈이 부족에게 뭔가 밑천을 저당잡혀 주셔야 합니다."


"나는 갖은 게 없어서 저당잡힐 게 아무 것도 없는데요?"


"저는 대형님을 한 일 년 겪어보고서 좀 놀랐지요. 어떻게 놀랐는지 말씀드리겠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흑응회에 와서 부회수라는 자리를 맡겨주셨는데 처음엔 그게 대형님이 부족들 인원수가 많다고 맡겨주신 걸로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고 회수님과 회우님이 그렇게 결정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대형님의 반대가 있었다면 될 수 없었겠지만, 대형님이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이지요. 주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년에 한 차례만 부르도록 하고... 저는 대형님이 권력을 행사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 후로 저는 회수부에서 이런 저런 흑응회의 사정을 보고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은자 일만 량이 비룡방에서 들어왔고, 그 다음 이십만 량을 회의 관고에 집어넣으셨더군요. 그 다음에 토번에서 가져온 황금 2만 량을 넣었고 이건 은자로 치면 20만 량이지요. 그리고 또 20만 량을 넣었고요, 그 다음에 은자 39만 량을 넣었고요. 이렇게 은자 100만 량이 관고에 들어왔는데 대형님은 은자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여러 총관님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부인들 수가 많아서 처음엔 대형님이 여자에 관심이 많은 가보다 그리 생각하였다가, 총관님들을 보니 미녀가 없었고, 대형님이 여자 욕심에서 부인을 많이 둔 것이 아님을 알았지요. 대형님 이게 뭡니까? 대형님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계시는지요? 대형님이 이래서는 안됩니다. 흑응회는 대형님의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니 대형님의 것이에요. 지금 관고에 있는 은자도 대형님이 입고시킨 것이 전부라 할 것이고요. 대형님이 흑응회를 좀더 장악을 하고, 흑응회를 자기 것처럼 여기시고, 회원들을 부하로 여겨주시고... 뭔가 이게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대형님이 좀더 주인으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흑응회는 나의 것이고, 흑응회원들 모두가 나의 부하들이고, 나는 흑응회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생각하고 있어요..."


"나라마다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나라든 권력의 안정이 없으면 혼란이 금방 옵니다. 그 다음 수습이 잘 안되면 망하지요. 그러므로 권력자가 유고를 당하면 위기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권력의 불안은 안정된 나쁜 권력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대형님이 흑응회를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더욱 발전시켜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권력의 불안은 안정된 나쁜 권력보다 더 나쁘다... 흑응회는 회수부가 결정해서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회수부가 결정이 어려울 때에는 회주부가 결정을 도와줄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일과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은 회수부가 모두 알아서 잘하면 되고요, 처음 일어나는 일이거나 결정이 아주 어려울 때에는 회주부에게 물어보세요. 대부분의 일은 회수부가 알아서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갈 것입니다. 흑응회는 안정되어 있어요. 회수부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회수부가 안정되어 있나요? 회수부의 초 회수나 백 회우나 나를 포함한 다른 부회수들 모두 대형님의 부하일 뿐이지, 흑응회의 주인은 아니지요. 대형님이 그만 두라고 말하면 그 때부턴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흐음... 이렇게 정리를 합시다. 저는 회수부의 누구도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누구도 자기 혼자의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지요. 회수부에 한번 들면 죽을 때까지 회수부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흑응회가 누구 것인들 무슨 상관입니까? 백시준 회우님에게 흑응회를 준다고 했더니 거절하더라고요. 구찰 부회수 님에게 흑응회를 드릴테니 갖으실래요?"


"히익... 농담하지는 마시고요. 아무래도 저의 능력으로 흑응회를 감당하기는 힘에 벅차겠지요. 그냥 대형님이 갖고 계십시오."


"내가 초 회수님과 비무를 했어요. 그래서 초 회수가 나를 이기지 못하였고, 그래서 초무량 형은 흑응회의 회주가 되었어요. 그 때는 회주였고 그렇게 흑응회를 맡게 되었지요. 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가 백 회우님에게 흑응회를 갖으라고 그랬는데, 백 회우님이 아주 좋은 말을 하더군요. 자기가 다 알아서 할테니 나한테는 조그만 동네의 의원이 하는 만큼 조금만 일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회수부의 누가 마음이 아프면 그것만 치료를 해주라고... 마음이 아프면 없던 욕심도 생기고, 판단에서 잘못도 생길테니 그것만 치료해주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잘 할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저는 네 차례에 걸쳐서 응신제를 올려서 회원들의 마음을 굳건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놓았어요. 이제 회수부는 회주부 눈치보지 말고 맘껏 일을 하세요. 또 회원들 누구나 흑응회가 누구의 것이든 따지지 말고, 이곳에 살고있는 회원들 모두가 편하게 즐겁게 살수 있다면, 그런 회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에요. 피난와서 살다가 자립할만큼 은자를 모아서 밖으로 나가도 되고, 그냥 살아도 되고... 흑응회가 누구 것이면 뭐 하겠어요?"


"......"


"왜 아무 말이 없으십니까?"


"뭐라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한데... 오늘은 말이 안되니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지요."


"그럼 그렇게 하지요. 초무량 회수가 회주 역할을 하는 동안 저는 5 년간 천하를 떠돌다가 돌아왔어요. 작은 문제들도 있기는 했지만 큰 문제없이 이렇게 지탱해왔는데, 이제는 그 때보다 회수부에 사람도 늘고, 늘어난 사람들이 백 회우, 구 부회수 둘 다 능력이 있는 분이니 이제 뭐가 걱정입니까? 서로 상의해가면서 일하면, 나는 이제 한 십 년쯤 어디 가서 놀다가 와도 꺼덕 없을 것이에요. 구 부회수 님이 농뗑이 부리지 않고 잘해주시면 걱정이 없을 것이에요."


"뭔가 좀 이상한데... 이런 이야기가 아닐텐데요. 다시 생각을 해보고 내일쯤 말씀 드리지요. 대형님, 그리고 좀전에 말씀 드린 징기스칸의 생각원칙이 위대한 이유를 혹시 아십니까?"


"그 말을 듣고서, 저는 징기스칸이 위대한 이유로 흐르는 물과 같이 마음을 만들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렇게 해득하였습니다. 뭐가 더 있을까요?"


"징기스칸의 위대함은 징기스칸의 아들과 손자들까지도 전쟁에서 거의 패한 대장이 없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결과 징기스칸의 후예들은 동서 사만 리의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즉 징기스칸은 자기만이 아니라 자기의 아들, 손자들에게도 이 생각원칙을 물려준 것이지요. 재물이나 전토를 물려주기는 쉽지만 생각을 물려주기는 쉽지 않지요. 징기스칸에게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었을까요?"


"생각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문제를 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군요."


"대형님께 생각원칙을 말씀드린 것은 대형님의 아들에게 손자에게도 대형님의 생각원칙이 잘 전해져야 하겠기에 말씀드린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 준갈이족은 없어져도 흑응회는 대대로 잘 이어나가고 번영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자면 대형님이 회의 중심이 되고, 나중에는 대형님의 아들이 중심이 되고, 또 손자가 중심이 되고, 이렇게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준갈이족들도 그 속에서 함께 번영될 것이니까요."


"구 부회수님의 말은  저에게 좋은 깨우침이 되었습니다. 나중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니 구 부회수님에게 제가 평소 원나라에 관련해서 궁금했던 걸 묻겠습니다."


"무엇인지요? 말하십시오."


"몽골이라는 이름이 멍구리라고도 합니까?"


"예, 그것은 오래 전부터 징기스칸의 부족이 아주 소규모였을 때, 징기스 부족이 속한 큰 규모의 부족 명이었고 멍구리, 몽고리, 망구리, 몽구리 등으로 불렀지요. 예를 들자면 징기스칸의 원래 부족은 '키야트 망고리' 이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큰 바다를 '텡기스'라고 부르는데 고리족은 텡기스에서 나온 족속이랍니다. 텡기스라는 바다는 흥안령산의 북쪽 끝에 있는 큰 강의 이름이고요, 여기에서 나온 부족들을 구리, 쿠리, 거리, 커리, 고리, 코리 이렇게 부르는데, 그 중에 부족장의 성씨에 따라 아마도 멍구리, 고구리, 훙구리, 우구리, 부구리, 왕고리 등으로 불렀던 모양입니다. 물론 몽골초원에 멍고리 말고도 다른 부족도 많이 섞여살았지만 그것을 문제시 하지는 않았지요. 징기스칸이 천하를 정복한 뒤로는 모두 몽골이라고 부족 이름을 바꾸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