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73 회 노상과 합동으로 회표를 운용하는 방안
"만일 우리 회가 수수료를 2 푼으로 한다 하고요, 이것을 산동성이 아니라 북직예와 남직예, 하남성, 절강성 까지 넓혀서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도 불가능할까요?"
"예? 그것은 좀 복잡한 이야기가 됩니다만."
"금방 생각해본 건데, 항주에서 북경까지, 회음, 양주, 남경, 소주 등 대운하를 따라서 큰 시진들 열 곳에 지점을 내고, 하남성에는 낙양과 개봉 두 곳에 지점을 내고 산동에 스무 개 지점을 내면 총 32 개 지점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이익맞추기가 좀 어떻게 될까요? 제가 대운하를 따라가면서 큰 시진에서는 하루를 묵으며, 시진들을 대충은 둘러보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달리며 둘러보면 여러가지를 보게 됩니다. 저는 경항대운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시진에 우리 흑응회 지점을 깔고, 10 대 상단 회표를 모두 취급한다면 사실상 지금 옮겨다니는 은자 실물 량의 3 할만으로 가능해질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점차 다른 상단들도 우리 회표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상회(商會)들과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남경과 북경 간에 수수료를 오 푼 받는 것으로 회관들끼리 협정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2 푼으로 한다면 그것이 꽤 어려움을 몰고 올 것이라 짐작되고요... 다른 회관들이 견제를 심하게 할테니까요. 또 우리가 구전 2 푼으로 회표 발행을 해서 감당할수 있을까도 의문입니다."
"우리가 회표발행을 산동성 밖에서 한다면, 결국은 다른 회관들이 맡고있는 물량을 뺐어와야 하는데, 똑같이 수수료를 오 푼으로 하면 누가 우리 회표를 찾겠습니까?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두 푼으로 한다면, 싼 맛에서나 흑응전장을 쳐다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수수료를 두 푼으로 해서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문제는 다른 상단들도 회표는 흑응전장을 이용하면 더 좋겠다 이런 말이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수수료를 두 푼으로 하면, 다른 상회들이 우리 이제 회표발행은 그만두고 흑응회에 맡기자 그렇게 되면... 그럴수 있다면... "
"대형님도 말씀이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중원 10대 상단 회관마다 전장업이 사실상 중심이고 그것의 핵심이 회표발행인데... 그것은 양보할 리 없다고 생각됩니다."
"낙양에 계신 조무웅 부회수님이 쓰던 방식인데, 저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조 부회수님은 안문관 밖에서 부터 무슨 문제가 생기면 각 대장들에게 해결방법을 한 가지씩 연구해오라고 명령을 하고 삼 일간 시간을 주어서 그 대답을 듣고 어떤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나도 그 방법대로 삼일 후에 다시 이곳에서 회의를 하겠습니다. 그 때에는 회수님과 부회수님과 회우님 모두 한 가지씩 답을 만들어오시길 바랍니다."
"무슨 답을 말인가요?"
"중원 10 대 상인들이 흑응전장의 회표를 이용하게 즉 자기들이 회표 발행을 하지 않고 흑응전장에서 회표를 받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에 대한 답이지요. 이에 대한 답을 만들어 오세요. 틀려도 좋고 엉터리라도 좋고 말이 되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니 그 답을 만들어서 가져오세요. 알겠지요? 말해놓고 보니 조무웅 부회수님이 보고 싶어지네요."
"대형님, 정말 회표발행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은 모르겠어요? 세 분 중에 어쩌면 한 분은 정답을 만들어 오실지도 모르지요. 그 때에는 회표발행을 하게 되겠고요, 세 분 모두 정답을 말하지 못하면 못하는 것입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세 분이 서로 상의하시면 안됩니다. 상의를 하면 의견이 하나 밖에 안나오니 그것은 안됩니다. 서로 말하지 말고 답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말을 답으로 내놓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니 보통의 생각으로는 답을 만들 수 없으니까요."
6 월 18 일 미시 경, 회수부 초 회수, 구 부회수, 백 회우가 내장원 빈실에 왔으며, 진원성은 해녕총관과 석도총관을 불러서 회의에 함께 하여 듣도록 하였다. 찻물을 한 잔씩 나누고 나니, 진원성이 두 총관에게 회의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주었다.
"오늘은 회수부와 회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흑응전장이 그동안 회표를 발행하지 않았었는데, 산동지주회에서 임향주님을 대표로 하여 흑응전장에서 회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행조건이 좀 어려워요, 회수부 세 분에게 각자 연구를 해서 방도를 만들어 오라고 하였고, 삼 일이 지나서 오늘 다시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어요. 두 총관도 좀 들어두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먼저 초 회수님이 말씀을 시작하실까요?"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회표발행은 아직 시기상조이니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정 회표를 발행해야 한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노상(魯商)과 합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노상과 합동으로..."
"현재 노상은 우리 성의 동쪽 3 개 부에 지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흑응전장은 동쪽 3 부에만 지점을 냅니다. 청주부 3 개, 래주부 2 개, 등주부 2 개, 이렇게 7 개를 내면 그 비용이 지난번의 이익맞추기 그대로 보자면 일년에 4200 량이 소요됩니다. 우리전장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동쪽 3 부의 회표 환 은자의 예상량 63000 량에 대하여 환 수수료 3 푼을 적용하여 1890 량의 수익을 예상하였고요, 임향주님은 수수료 2 푼을 말씀했는데, 그것은 너무도 헐하여 3 푼으로 높였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해볼 점이 있다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 흑응은자로 은자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보았고요, 회표 환 은자와 합해서 일년에 70000 량이 흑응은자로 바뀔거라 보면 그에 따른 수익이 1400 량이 됩니다. 이로써 수익은 3290 량이 되는데, 저는 지점들을 운영의 묘를 살려서 지점 당 비용 600 량을 470 량으로 줄인다면 거의 손실없이 회표를 발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노상과 합동으로 한다는 것은 노상의 회표를 우리 지점에서 은자로 환해 주기도 한다는 거지요?"
"그렇지요. 우리 회표도 노상에서 환해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노상의 지점은 수수료가 오 푼이고, 우리 지점은 세 푼입니다. 노상에서 우리가 발행한 회표를 우리 지점에게 가져오면 우리는 세 푼을 제하고 은자로 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상이 발행한 회표를 모으면 발행 지점별로 찾아가서 수수료를 물지 않고 전액 찾아올 것입니다. 원래 발행점에서 다시 회표를 환 할 때에는 수수료 없이 환해주었으니까요. 우리 전장은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그렇게 하는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이로써 회표발행을 하게되는 즉 전장 업무에서 진일보 하는 효과를 얻으며, 대외적으로는 산동 전역에 회표를 상통하게 하는 기여를 하게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구전 주지않으려고 발행된 지점별로 은자를 찾으려하면 노상이 반발할지 모르겠군요."
"그것은 노상과 협업계약을 할 때에 약조를 해야할 것입니다. 서로 회표를 상호 은자로 교환해주기로 하면서, 우리가 동 3 부에 지점을 열 때에 입는 손실을 그렇게라도 보전을 해야한다고 설득을 해야할 것입니다. 노상 역시 동삼부가 회표유통이 되는데에 따라 회표 취급량이 얼마간 증가할 것이므로 손해가 얼마간 줄어지게 되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발행한 회표를 해당 발행점으로 가서 은자로 환하면 수수료 없이 내주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흑응은자는 은고에 재고가 좀 쌓이는가요?"
"근자에 이만 량 전후가 남아있습니다만 이제 하세(夏稅)낼 시절이 오니 금방 소진 될 것이에요. 대형님이 교주에서 가져오신 악전들은 이미 다 응자로 찍었고요. 아직까지 응자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지요. 노상도 응자에 대해선 호평일테니 그점은 우리의 강점이 됩니다."
"회우님과 부회수님, 초 회수님 이야기를 듣고 뭐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초 회수님의 방도는 우리 회가 회표를 어거지로라도 발행할려면 택해야 할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오래 가지 못한다니..."
"회표 거래가 제남부성이 큰 부분인데, 우리 회가 제남 이곳 본점에서 전장을 하지않을수는 없고요... 이곳 역성현에서는 누가 노상에서 회표를 은자로 바꾸겠습니까? 두 푼의 차이라면 모두 우리 회로 올텐데... 노상에서 과연 우리 회와 협업관계를 오래 끌고 갈런지 의문이라는 말이지요. 안그렇습니까?"
"그것은 구 부회수님 말씀이 정확합니다. 금방 문제가 되어 터질 것입니다."
"예, 저도 그것을 생각해보았는데요. 결국 얼마 후에 우리회도 제남에서는 수수료를 노상과 똑같이 다섯 푼으로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노상에게 책임을 떠넘길수 있지요. 우리 책임은 아니니 지주들에게도 우리 회는 떳떳합니다. 이것은 노상과 흑응회가 한 판의 비무를 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회는 지지만 않고서 버티면 되는 것이지요. 버티다 보면 노상이 지칠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대형님이 말씀하셨지 않았나요? 그 때에 제가 주군과 대련을 한 후에 들은 한마디는 '지지 않으면 결국은 이긴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이 귀에서 아직도 쟁쟁합니다."
"대형님, 이것은 노상과 흑응회가 어떤 경쟁관계로 진행해간다는 의미인데요..."
"우리 회는 언젠가는 노상과 경쟁관계로 나가야할 것이지요. 문제는 그 싸움을 표면화 시키는 그 시기는 우리 회에 아주 유리할 때가 올 때까지 연기했다가 결정적일 때에 우리가 표면화시키고 승부를 내도록 해야합니다. 우리 회가 그 싸움에서 쓸 패를 미리 준비해야하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회수님께서 말씀하신 경쟁관계 문제는 아직은 입 밖으로 꺼낼 단계가 아닙니다. 노상은 어쩌면 마지막까지 우리와 서로 힘을 합해서 다른 상인들과 경쟁을 해야할 그런 동반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크지요. 다음은 구 부회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십시다."
"우리 회가 최후에 중원 10 대 상인들과 한판 승부를 해야한다면 그 때에는 노상이 우리편으로 와줘야 힘이 될 것이란 말씀이군요."
"저는 회수님과는 달리 중원 10 대 상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먼저 10 대 상의 전장을 이용해 회표를 발행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 회가 구전 2 푼의 회표를 발행한다면 우리 전장으로 왕창 몰릴 것입니다만, 그 경우에는 10 대 상인들의 합동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이 때에 10 대 상인들의 반발을 누르려한다면 그만큼의 실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실력으로는 첫 번째가 은자를 옮겨주는 시간입니다. 항주에서 북경까지 지금 운하를 타고 움직이는데 정상적으로 약 45 일이 걸린다고 볼 수 있지요. 이것을 우리 회가 나서서 절반 즉 22 일 만에 항주에서 북경까지 회표를 옮겨준다면 10 대 상단이라 해도 감히 뭐라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회표만 빨리 옮기면 뭐하겠습니까? 은자 역시 빨리 옮겨주어야 회표 빨리 옮겨주는 가치를 할테니, 두 번째로 우리 회는 은자도 함께 22 일 만에 옮겨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구전을 다섯 푼이 아니라 처음에는 네 푼, 점점 세 푼, 두 푼 이렇게 내릴 수 있는만큼 내리는 것입니다."
"말이야 좋습니다마는... 10 대 상단보다 절반 기간을 걸려서 옮긴다니 무슨 수로 그걸 해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