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11 회 북경성(北京城)을 구경하다
창주에서 북경까지의 며칠 여정에서는 이렇다할 일은 없었으며, 4 월 29 일 진원성 일행은 북경에 도착하여 지난 겨울에 묵었던, 우안문 근처에 있는 객점을 찾아들었다. 해녕과 북경 총관은 북경성에 들어서자 그 웅장한 성곽의 모습에 감탄하였다. 이곳이 바로 황제가 머물고 있는 황도(皇都) 북경성인 것이다. 제남의 만성들 중에서 북경성을 본 사람은 아마도 백 명에 하나도 되지 않을 터였다. 제남에 돌아가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잘해주어야 하겠기에 두 총관은 바쁘게 북경성을 둘러보았다.
우선 북경성 밖 주변으로 만성들이 살고있는 민가들이 떼를 지어 들어서 있었다. 또 북경성은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는데, 내성에는 황성에서 일하는 중앙정부의 관료들과 환관들, 그리고 성 수비 군병들의 가족들이 머무는 주택과 일용잡화를 취급하는 상가들로 가득차 있었으며, 외성에는 북경과 13 개 성과의 연결에 필요한 상단과 창고 들이 위치하여 시가를 이루고 있었다.
진원성은 가장 먼저 왕준서에게 보낸 편지의 행방을 객점의 점소이에게 물었으며, 지난 12 월 중순 경에 왕준서에게 전달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왕준서에게 새로 갈 편지를 '전번 그 객점에 머물고 있으니 저녁에 와달라'고 짧게 써서, 다음 날 아침에 황궁에 들어갈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해두었다. 진원성은 이번이 네 번째로 북경성이 온 셈이었지만 그동안에 성 안을 고루 둘러보지는 못하였으며, 고작해서 외성의 절반 정도만 구경하였었다. 이번에 두 부인들에게 북경성을 잘 구경시켜 주어야 하며, 두 부인 때문에 자기도 좋은 구경을 하게 된다 생각하였다.
다음 날 오후부터 진원성은 두 부인을 데리고 성안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여러가지를 보게 되었다. 외성은 물론 내성에도 들어가서 경성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참고 자료 : 도읍지 세곳, 북경, 장안, 낙양, 조선의 한성의 규모입니다.
* 북경성 자료
- 자금성(궁성)의 크기 가로 * 세로 = 753 * 961 미터이며, 둘레는 3428 미터, 넓이는 0.72 제곱킬로미터, 성곽의 높이 7.9 미터임.
- 황성의 크기 대략 가로 * 세로 = 2334 * 2642 미터이며, 둘레 9952 미터이며, 넓이는 6 제곱킬로미터
- 북경성(외성 + 내성)의 크기 대략 가로 * 세로 = 7978 * 8110 미터이며, 넓이 63 제곱 킬로미터, 둘레 32176 미터이며, 성곽의 높이는 12 미터임
* 섬서성 서안의 장안성 자료
- 궁성의 크기 가로 * 세로 = 2820 * 1492 미터이며, 둘레는 8624 미터, 넓이는 4.2 제곱킬로미터
- 황성의 크기 대략 가로 * 세로 = 2820 * 1843 미터이며, 둘레 9326 미터이며, 넓이는 5.2 제곱킬로미터
- 장안성의 크기 대략 가로 * 세로 = 9721 * 8651 미터이며, 넓이 84 제곱 킬로미터, 둘레 36744 미터이며, 성곽의 높이는 5.1 미터임. 성곽 기저 3 미터.
* 하남성의 낙양성 자료
- 낙양은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전란을 겪은 도시이며, 성도 여러차례 불타고 무너졌음, 현재 남아있는 냑양성은 명 대에 축소하여 지은 성임. 명나라가 낙양의 성을 축소시킨 이유로 낙양에서 다시 일어날 어떤 왕조를 경계하는 뜻으로 축소시켜 축성하였다고 필자는 추리해봄.
- 당나라 시대의 낙양성은 장안성보다 약간 작음. 이 때에는 낙하가 성의 중심부를 관통하여, 남방의 미곡과 비단이 운하를 통해서 낙양성에 직접 들어오도록 하였음.(이상아래수치는 다시 자료확인 필요함)
- 당나라 때의 낙양성의 크기 대략 가로 * 세로 = 7816 * 7633 미터이며, 넓이 60 제곱 킬로미터, 둘레 30898 미터
* 조선국 한양성 자료
-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조선국 한성의 크기 둘레 약 만 보(步 = 5 척 송 원나라 기준 일 때 1.5 미터임) 즉 15 킬로 즉 한변의 길이 3.75 킬로미터 되는 사각형을 생각하면 됨, 넓이는 14 제곱킬로미터. (진 한 시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1 보가 1.35 미터이며 한성의 둘레는 13.5 킬로인지요.)
- 현재 서울에 있는 조선의 한양성은 둘레가 약 10 킬로이며, 넓이는 6 제곱킬로미터이므로 차이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이 자료에 근거하여 판단하면 동국여지승람의 한성이 현재 서울의 한양성인지 여부가 불확실함. 아니면 이 정도의 차이는 받아들일만한 지의 여부?
** 북경성과 장안성, 낙양성의 차이점
- 북경성은 황성이 궁성을 품고 있는 모양으로 신하가 황제를 보호하는 형상이며, 궁성에는 군병이 거주하지 않고 있음.
- 장안성, 낙양성은 황성과 궁성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양(탈출가능성 확보?)으로, 궁성 안에 황제의 친위대 군병을 머물게 하기 위하여 궁성 규모가 크게 정해졌으며, 이는 황제가 신하들을 경계하는 즉 황제에게 충성도가 부족한 구도임. (필자 의견)]
[그림 3황도 개략도(三皇都 槪略圖)]
저녁이 되자 왕준서는 저녁식사에 맞추어서 객점에 나타났다. 이렇게 하여 진원성은 왕준서를 두 부인에게 소개시키고 서로 인사(人事)를 한 다음 함께 반점 2 층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진원성이 왕준서에게 먼저 따지듯이 물었다.
"왕 아우, 내 편지를 받았으면 재빨리 답장을 해야지 왜 답장을 하지않은 것이냐?"
"응, 그게 편지를 받고서 답장을 쓸려는데 쓸말이 없지 뭐야? 그냥 나 잘있다고 한마디만 써서 편지를 보낼려니 편지 보내는 값이 너무 아깝더라고... 그래서 무슨 중요한 일을 적을 때까지 기다리자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니 자꾸 늦어진거야. 삼 월이 되어 아차 너무 늦었다 싶어서 편지를 보낼려고 하였는데, 그만 사정이 생겼어..."
"무슨 사정인데..."
"아 여기 두 형수님이 계신데 이걸 말해도 되나 모르겠네. 형 괜찮을까?"
"뭐 그게 비밀 이야기인 모양이구나."
"비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두 형수님이 아시면 걱정을 좀 하게되지 않을까 해서..."
"괜찮다. 비밀이어도 좋고, 걱정거리여도 좋다. 난 두 부인을 믿으니까 말해봐라."
"그때에 마침 소식 들어온 게, 우연히 내 귀에 형의 흑응회를 동창에서 뭘 조사한다고 하는 말이 들렸거든. 이래서는 내가 형에게 편지 보내는 것이 형에게 어떤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르게 되는 거야. 그래서 편지를 보내지 못한 것이야. 만약 내가 '형 나 잘지내고 있어' 이렇게 한마디만 써서 편지를 보냈다면... 그리고 동창 놈들이 이것을 알게 되면 더욱 이상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않겠어? 그래서 할 말도 없는데 하고서 참은 것이지... 황성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만약에 형에게 나와 무슨 연결이 된 것을 알게되면 형에게 의혹이 갈 수도 있어서 말이야."
"어쩜 편지 내용에 딸랑 잘 지낸다고만 되어 있으면 의심을 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번 북경에 오면서 알게 된 것인데, 동창에서 나와 흑응회에 대해서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게 되었는데,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좀 말해봐라."
"그게 좀 ... 내가 모시고 있는 어르신이 병필태감이신데, 성이 왕씨야. 그래서 나도 왕씨 성을 내려받은 것이지. 난 왕어르신을 이제부터는 삼촌이라 부를께. 삼촌이 어디 출입을 하시면 내가 따라가서 모시는데, 지난 삼 월에 삼촌이 동창의 어르신을 만나고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낙양성에서 사고가 있었는데, 동창 어르신은 앞으로는 소금장수 두목이라고 부르자고요, 그 사고를 친 흑응회가 어떤 놈들인지 조사를 해보라고 지시를 받았다면서, 흑응회 놈들이 좀 이상한 단체가 아닌지 하고 말씀하시더라고..."
"준서, 네가 모시는 어른은 삼촌이고, 동창의 어르신은 소금장수 두목이라고 하자는 게 무슨 말이냐?"
"우리 끼리는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고... 혹시 누가 듣기라도 하면 알아 들을 수도 있으니까? 또 궁을 방이라고 부르자고요."
"그러니까 비밀을 유지하자는 거구만... 그래 흑응회가 뭘 어쨌다는 말인지 말을 해봐라."
"그렇지. 그런데 여기 두 형수님이 들어도 괜찮은가?"
"야, 걱정말고 말해봐. 두 형수님은 믿어도 된다..."
"그럼 말할게요. 흑응회가 낙양에서 일을 저질렀는데,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은자를 욕심내지 않고 가뭄 때문에 욕보는 만성들을 위해 은자를 다 뿌렸다는 거야?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문제야. 왜 은자를 욕심내지 않았느냐? 바로 이 점이 문제가 된 것이야."
"그게 이백만 량의 은자를 도교와 불교 종단에게 나눠서 구제를 하게 한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앗, 형수님도 알고 계셨네요?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에요."
"나는 그게 이해가 잘 안되네요. 은자를 욕심내서 감추고 만성들을 돌보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이해가 되지만, 아니 만성들을 돌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형수님, 또 원성 형, 그게 말이야 한 두 량도 아니고, 그 많은 돈을 ... 그러니까 소금장수 입장에서는 흑응회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만성들에게 인기를 얻을려고 일을 벌리느냐 혹시 반역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에요. 보통 반역을 벌일려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만성들에게 선심을 써서 인기(人氣)를 끌어들이는 일이랍니다. 그러니 소금장수가 관심을 갖는 것이지요. 형이 소금장수 입장이 되어봐요? 이제 이해가 좀 되시지요?"
"야,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너무 억울한데... "
"그러니 제가 원성 형에게 편지를 보낼 수가 있겠어요? 참아야지요. 그래서 소금장수는 즉시 흑응회를 뒷조사하고, 원성 형의 뒷조사도 하게 되는 것이에요."
"나는 본래부터 그런 생각이 없으니 염려는 하지 않겠다만, 소금장수 입장에서는 그리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된다. 그럼 나는 이제 어찌하는 게 좋을까? 내가 소금장수를 찾아가서 사실은 이렇고 저렇고 하니 결백하다고 해명을 하는 게 좋겠냐? 아니면 나는 결백하니까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고서 어찌 될 것인가 기다려야 하겠냐? 준서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 아무래도 관아에 관련해서는 네가 나보다는 많이 알테니..."
"형 그것은 내가 삼촌에게 부탁을 해서 한번 알아봐달라고 해야겠어. 소금장수 두목은 워낙 높은 분이라서 아주 조심을 해야되거든. 형이 직접 만나기는 좀 그래. 그리고 이것은 확실하지 않는데... 낙양에 복왕부(福?府)가 있는데, 거기 복왕도 소금장수에게 형에 대해서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나봐. 복왕부는 두부장수라고 하자고. 형 두부장수와는 무슨 일 없었어?"
"이거 점점 복잡해지는구먼. 소금장수도 나왔고, 두부장수도 나왔고, 조금있으면 땅콩장수도 나오겠구나."
"형. 농담이 아니야. 우리는 지금부터 방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구... 형 두부장수와 무슨 일이 있었냐니까?"
"아 그게 말이다. 내가 두부장수네 장원의 총관 이름을 빌려서 거짓말을 한 가지 한 게 있다만. 아무래도 오늘 그 이야기를 좀 길게 해야할테니. 밥 먼저 먹구서 객방에 가서 차분히 이야기 하자구나."
"응 그렇게 하자구. 형수님들도 많이 드세요."
"참 내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너 그렇게 위험한 곳에 있으니 혹시 호위가 필요하지 않냐? 누가 네게 주먹질을 하면 그것을 대신 나서서 몸으로 막아줄 사람 말이다."
"아직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하지만 몇 년 지나면 필요해질 수 있겠지."
"너같이 몸이 좀 부족한 아이를 내가 데려다가 권술을 가르쳐서 네게 보내주면 어떻겠냐? 네가 내게 두 명만 골라주면 내가 3 년간 권술을 잘 가르쳐서 너에게 한 명 보내고 내 장원에도 한 명 두어야겠어. 내가 없을 때에 부인들을 지켜줄 사람을 한 명 두고 싶어서..."
"형의 말을 듣고보니 호위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냐. 황성에서 나와 같이 출입을 할려면 나 같이 부족해진 아이들 중에 권술을 배울만한 아이들을 사와야겠구만. 형 우리 같은 아이들은 값이 좀 비싸. 하나에 은자 오십 량은 내야 되요."
"나는 어렸을 때에 다섯 량인가로 팔렸는데... 그래 그렇게 하자구. 두 명만 네가 나에게 데려와. 내가 백 량을 줄테니. 좀 신체가 빠릿하고 머리도 좀 잘 나가는 애면 좋을 것인데..."
"그것은 형과 내가 같이 가서 고르자고, 그러면 될거야. 내가 그건 좀 알아볼께."
명나라 때에 환관이 되려면 거세를 해야하는데 그 때에는 전문적으로 거세를 하는 사람에게 시술을 받아야 하였다. 시술비는 보통 은자 여섯 량이며, 이는 시술과 회복할 때까지 서 너 달 정도의 일체 비용을 포함한 것이다. 또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체력이 약할 경우에 - 환관 지망자는 가난한 경우가 많아서 심한 영양결핍 상태가 많았으므로 - 이런 이유로 시술이 실패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고 하며, 시술 받기 전에 얼마동안은 체력이 좋아지도록 섭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였다. 예쁘장한 어린이 환관의 경우 노예로 사올 때의 값 은자 여섯 량, 시술료 여섯 량, 그 외에 사망할 경우에 대한 손실 보전비, 팔릴 때까지 체제비 등으로 은자 20 량 정도 소용된다고 보면 은자 오십 량이 결코 비싼 값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