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사인묘(제6부)

제 003 회 여덟 총관과 소풍가다

금박(金舶) 2017. 2. 2. 11:03


4 월 15 일은 진원성과 여덟 총관이 대청하 변으로 놀러가는 날이었다. 미리 준비하여 사시 경에 사람 타는 마차 한 대에 항주, 남해 두 총관을 태우고, 한 쪽에는 숯, 석쇠, 집게 등을 실었으며, 유래타에게 마부가 되어 마차를 몰게하였다. 총관조들은 떨쳐두고 나머지 여섯 총관들은 각자 말을 타고 함께 내장원의 문을 나섰다. 말 여덟 필에 마차 한 대의 일행이었으며, 저 멀리서 의사청 입구에서 회수부의 두 사람이 잘 다녀오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진원성은 출발하고 나서야, 사람 수가 좀 많으니 물고기를 여러 마리 잡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다들 좋아했지만 그래도 제일 신나는 것은 역시 하미총관이었다. 장원에만 있다가 밖에 나와보니 그것은 마치 새장 속에 갇혀지내던 새가 새장 밖으로 나온 것과 같이 즐거웠다. 일행은 옛날의 해녕총관이 장어를 먹었다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이것은 진원성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오래 전 해녕총관이 아린과 석도에게 약속한 적이 있었으며, 오늘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장소는 흑응장원에서 흑돈으로 간다면 한 시진 너머 걸리는 거리였지만 말을 타고는 천천히 걸어도 반 시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한참 농사일이 바쁜 철이라 인근 전답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참 팔자 좋은 사람들'이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을터이지만, 진원성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서 지나쳤다. 해녕총관이 옛날 그 자리에 왔다고 하자 모두들 내려서 강변 쪽에 내려서서 자리를 잡았으며, 유래타는 마차를 한쪽으로 비치해두고 말을 풀어 풀을 뜯도록 적당히 분산배치하여 두었다. 소주총관은 돌을 모아 조그만 아궁이를 만들고 해녕총관은 마차에서 물고기 구울 도구를 가져와서 구울 준비를 하며 진원성을 쳐다보았다. 진원성은 이미 옷을 다벗고, 속바지만을 입고 물에 조용히 내려서고 있었다. 해녕총관은 과거에 진원성의 고추를 보자고 했던 일이 생각나서 속으로 쿡쿡 웃게 되었다. 아린과 석도, 북경, 항주, 남해 등도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신기한 일을 놓치지 않고 보려고 두 눈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으며, 하미총관도 진원성이 속바지만 입고서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찌되나 보자 하는듯 강변으로 바짝 다가가서 지켜보고 있었다. 소주 총관은 어느 새 젖은 몸을 닦을 면포를 들고 있었다.


뱀장어는 해마다 봄과 초여름 철에 바다에서 강물로 들어서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뱀장어는 야행성 물고기로 낮에는 수초와 진흙 사이에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중상류에서 3, 4 년 동안 다 자란 성어(成魚)가 된 뱀장어들은 찬바람을 피하여 바다로 들어가며 바다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이 되면 민물을 찾아 강으로 오게 되는 것이다. 꼭 뱀장어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서 진원성은 열 몇 번 정도 자맥질을 한 끝에 엄지 두 개 굵기가 되며, 길이 석 자 되는 뱀장어를 한 마리 씩 잡아서 강변 언덕으로 던졌으며, 한 마리 씩 던져질 때마다 한 총관이 꿈틀대는 놈을 하나 씩을 잡아서 들었다. 모두 여덟 마리를 잡았는데, 손가락 사이에서 움직이는 뱀같이 생긴 물고기가 미끌하며 징그러웠지만, 놓치면 큰일 날까봐 놓친 총관은 하나도 없었다.


진원성은 나와서 대충 닦고서 옷을 입은 다음에 뱀장어 배를 가르고 창자를 빼고 토막을 내어 소금을 쳤고 숯불을 피워서 굽기 시작하였다. 진흙으로 이겨서 물고기를 싸서 굽는 것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림으로 집에서 굽는 기구를 가져오게 한 것이었다. 이렇게 뱀장어를 두미(頭尾)를 제하고 세치 넘는 크기, 여덟 토막으로 잘라서 구우면, 여덟 총관들이 소금을 조금 쳐서 한 토막 씩 먹는 사이에 또 구우면 또 먹고, 하여 다섯 마리를 구워먹으니 여덟 총관은 얼굴표정이 흡족하여졌다. 아마도 총관들이 먹은 량은 평소 먹는 량의 두 배는 이미 되었을 터였다. 진원성은 이제부터 세 마리를 잘라 구워서, 유래타를 불러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였다. 해녕총관은 과거에 뱀장어를 구워 먹을 때에 입가심을 하였으면 했던 아쉬움을 기억하여 전날 덜익은 신맛 살구를 한 보따리 사서 마차에 실어놓았는데, 그것을 꺼내려고 마차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으며, 진원성은 유래타를 불러서 내려오라고 말하였다. 그 다음에는 진원성과 유래타가 구어진 뱀장어를 실컷 먹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시큼한 살구로 입가심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마차에 물통이 하나 밖에 없어서 진원성은 총관들에게 순서대로 물통을 갖고서 강변에서 물을 떠서 타고온 자기 말에 물을 주도록 하였으며, 여섯 명이 말 물먹이기를 한 다음 유래타는 마차를 끄는 말과 진원성이 타고온 말에 물을 먹였다. 그리고 소주총관과 하미총관 둘이는 말을 타고 서쪽으로 얼만큼 신나게 달리다가 돌아왔으며, 다른 총관들은 물가에서 바람을 쐐며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다시 장원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이 때에 남해총관이 항주총관에게 오줌이 마렵다고 한 모양이었다. 항주는 해녕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해녕형님, 남해아우가 오줌마렵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이 때에 여덟 총관이 모두가 오줌 마려운 상태였으며, 별도리가 없이 뚝 아래의 언덕에다가 엉덩이를 까보이며 오줌을 눌 수 밖에 없었다. 진원성과 유래타는 항주총관의 말을 듣고 뚝 건너편으로 넘어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유래타가 진원성에게 물었다.


"대형님, 주모님이 많으니까 좋으십니까?"


"응. 아주 좋다. 래타, 너도 이번에 혼례를 올렸는데, 처가 하나뿐이니 좀 부족한 것 같더냐?"


"그 말이 아니에요. 저의 처는 백룡단 때부터 아버지의 친구이자 부하인 분의 딸인데, 저와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 잘 알고 있었던지라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었다가는 다음 날로 집에서 쫓겨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대형님께 궁금한 것은 여덟이나 되는 주모님들을 어떻게 잘 통솔해 가시는가 하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할까요? 대단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덟 명의 주모님 중에 고기를 구어서 자기들 입으로 먼저 넣지, 대형님에게 먼저 맛보라고 하는 주모님은 한 분도 안계시는 것 같데요?"


"구운 물고기는 원래 맛있어서, 굽는 냄새를 맡게되면 그 때부터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 자기의 입속으로 넣을 것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야. 래타, 청해 옆에서 물고기 구워먹을 때에 너도, 회원 모두 다같이 자기들 입으로만 넣었지 나에게 먼저 먹어보라 한 회원이 있었더냐? 그리고 한 밤중에 소나기가 내리자 미리 약속한 것마냥 모두들 빗물을 받아서 한 통에 모아두고... 구운 물고기 한번 더 먹게 해달라고 나한테 압력을 넣지 않았냐 말이다. 오늘은 아주 운이 좋았어... 뱀장어가 한 백 여 마리가 떼로 몰려 있어서 많이 잡게 되어 너와 내가 먹을 것이 남았지,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 둘은 입맛만 다시게 되었을 거다."


"아, 청해에서 그랬던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에 그랬었네요. 대형님 그 때에 많이 서운하셨나요? 우리가 밤 중에 비 올 것을 알고서 빗물을 받자고 미리 약속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모두 그렇게 하게 된 것 뿐이에요. 말없이 뭐가 통하게 된 거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신기하네요. 말없이 뭐가 통한 것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다니..."


"아니다. 구운 물고기가 맛있는 것이 죄지, 회원들이나 총관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냐? 물고기 잡는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청해에서도 딱 회원들 먹을만큼 잡고나니까 내 먹을 것은 더 잡고 싶은 맘이 없어지더라."


"대형님. 제게도 두 손으로 물고기 잡는 법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되나요? 제 처한테도 한번 먹여주고 싶어서요..."


"이것은 누가 누구에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혼자서 물 속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을 때까지 물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굳게 맘먹고 도전한다면 어떤 사람은 성공하게 될테지... 그렇게 배우는 수 밖에 없다."


"흐음, 그렇다면 쉽지는 않겠군요. 같은 물고기인데 사다가 구워먹으면 이런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아있는 것을 금방 구워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구워먹기 때문일까요? 아마 여기서 구운 것을 집에 가져가도 지금 이 맛은 나오지 않겠지요?"


"래타야, 혼례식 올린 그날 네 처를 내가 처음 보았는데 참 이쁘더라. 그렇지?... 총관들이 우리를 기다리겠다. 어서 가보자."


"예, 대형님, 내일 북경으로 가시면 언제 쯤 돌아오십니까?"


"아마도 5 월 말이나 더 늦는다면 6 월 중순 경이 될 거라 보는데, 래타, 너는 회우님이 말씀하신 10 강령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서, 일기이심삼사사출이 우리 회에 잘 적용 되도록 도움을 주기 바란다. 여섯 등급으로 나누는 것도 중요하고 은자의 소유 한도를 정한 것도... 내가 대형으로써 해야할 일 중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은 바로 이것이다. 회의 규율을 세우는 것.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총관들을 잘 다스리는 일이고... 내가 래타 너를 그날 회의에 배석시킨 것도 네가 중요한 사안을 듣고 배우도록 하려는 생각에서야. 너는 이런 중요성을 알고 앞으로 내게 도움을 주어야한다. 흑응회가 잘 되려면 올 해부터 삼 년 아니 사, 오 년 정도만 잘 하면... 잘 되면 좋을텐데..."


"예, 제게 10 강령과 제도 연구를 많이 하라는 말씀이지요? 대형님 안계신다고 농땡이 부리지 말고요?"


진원성과 유래타가 뚝방을 건너와보니, 여덟 총관들이 큰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원성이 둘러보니 모두 흡족한 표정이었다. 하미총관이 진원성을 보자 얼른 일어서서 두 사람 앉을 자리를 만들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대형님, 여기에 앉으세요. 유 회원님도 옆에 앉으세요."


"하미총관이 앉으라고 하니 잠깐 앉아야겠구만. 래타도 앉아라."


"대형님, 우리 총관들의 말을 모아보니 앞으로도 이렇게 자주 와서 물고기를 구어먹는 것이 좋겠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음에 언제 오지요?"


"하하하, 해녕총관이 하미총관에게 그리 말하라 시킨거요?"


"아니에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이런 기회를 갖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지요."


"모든 총관들이 다시 이런 자리를 원하는 것 같으니, 꼭 날을 정하지는 못하나 나중에 다시 이런 기회를 갖기로 합시다. 하지만 내가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그 수고료는 어찌 할거요? 해녕총관이 말해보시요."


"시장에서 물고기 한 마리에 동전 1 푼이니 모두 동전 10 푼으로 하면 너무 헐값인가요?"


"그럴거면 시장에서 사다가 집에서 구워먹으면 될텐데, 내가 물고기를 잡을 필요가 있겠소?"


"대형님 물고기 한 마리에 은전 한 푼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가 월례받는 걸로 한달에 서른 번 먹을 수 있는데요."


"하미 총관은 좀 후하게 쳐주는구만. 내가 총관들의 은자를 받아서 뭐하겠소? 차라리 내가 숙제 하나를 내어주지? 그리고 그것을 해내는 총관들이 한 명이 나오면 한 번씩 여기 대청하 변에 놀러오기로 합시다."


"어떤 숙제인가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어요? 하미총관 어떻게 두 종류가 있나요? 누가 말해보세요?"


"남자와 여자가 있지요."


"어린이와 어른도 있지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도 있고요."


"석도 총관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 했는데, 석도총관은 좋은 사람이요, 나쁜 사람이요? 스스로 판단해 보시요."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착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악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대형님 맞는가요?"


"석도총관도 맞는가 하고 묻는 이유는 좋고 나쁘다고 할 기준이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요. 선과 악은 한 마디로 정할 수 없는 문제요. 내가 말하는 두 종류는 어린이와 어른의 구분과 비슷한 것이오. 사람은 15 세를 기준하여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육체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요. 나는 심체를 기준하여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겠어요. 알기 쉽게 마음이라 해둡시다."


"마음으로 구분하신다니... 활불님이시니 착한 마음과 악한 마음으로 구분하실 수 있지요?"


"모든 사람은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은 물과 같아서 동그란 그릇에 담기면 동그랗게 되고, 사각진 그릇에 담기면 사각형이 됩니다. 그러나 물이 점점 차가워지면 굳어서 얼음이 되듯이 사람의 마음도 굳어지면 단단하게 변합니다. 얼음이 되면 사각진 마음은 동그란 그릇에 들어가도 사각진 형태 그대로 남아있고, 동그란 마음은 사각진 그릇에 들어가도 동그랗게 남아 있지요. 이렇게 사람은 마음이 굳은 사람과 풀어진 사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과는 다른 구분입니다. 악한 마음도 단단하게 굳으면 악한 마음이 다시는 변치않고 죽을 때까지 악하게 그대로 지속되는 거지요. 나는 총관들 중에 우선 가장 맏이인 해녕 총관의 마음이 나 진원성의 아내로써 그리고 우리 흑응회의 총관 우두머리로써 할 바를 잘 감당해내겠다는 굳은 마음이 될 때에 그 때에 이 대청하에 다시 물고기를 구워먹으러 올 것이오. 해녕 총관, 여러 총관들 모두 알겠소?"


"대형님, 대형님은 사람 마음이 얼음인지 물인지 아실 수 있나요? 법술을 펴서 아시는가요? 우리가 마음이 굳었다고 말하고 절대 변치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어떻게 아시나요?"


"하미 총관은 항상 이야기를 먼저 꺼내서 대화를 이끌어 주니 고맙구만요. 나는 대단한 법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계가 높아져서 마음을 얼마간은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 나는 알 수 있지요. 사람은 자기 마음을 진흙덩이처럼 주물주물해서 무엇을 만들고, 그것을 단단하게 만들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 사람과 아직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사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 것이오."


"대형님이 해주신 시강에서 진흙으로 모형만들기가 그것을 가르치기 위함이었군요?"


"석도 총관의 말은 반쯤 맞는 말이오. 하여튼 마음을 굳게 하여 뜻을 세우시오. 공자님의 말씀에서 '서른 살에 섰다'는 말이 바로 마음이 굳었다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어요. 내가 응신제에서 독수리를 날려서 회원들의 마음에 보냈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마음 속에서 만든 독수리를 회원들의 마음에 보낸 것이요. 도가 높아지면 마음으로 살아있는 독수리도 만들 수 있는 것이오. 오늘 내가 한 말은 혼자 기억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마시오. 전해지면 오해만 많이 생길뿐이니, 총관들은 내 말을 꼭 기억하세요. 래타야, 너도 혼자만 알고 있어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