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9 회 황제의 교합
"그건 그래요. 난정 누이가 이쁘기는 제일이지요. 유친 누이도 이쁘고, 키도 커서 늘씬하고 ... 앗, 이게 아닌데..."
"다른 부인을 누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니, 질투가 좀 납니다. 저와 단 둘이 있을 때는 다른 부인들을 총관이름으로 부르셔야 듣기 좋겠습니다. 진랑, 여자는 표현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지만, 다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니 대형님은 모든 부인을 공평무사하게 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황제에게는 사가 없다는 말 뜻입니다."
"흐음... 부용이 꼬이는 바람에 내가 오늘 실수를 했어요. 사실은 부용이 제일이에요. 나는 삼만 리 여정에서 틈틈히 시강을 되새기면서 매번 부용을 사부처럼 여기고 마음 속에서 존경과 믿음을 느꼈다오. 이건 믿어도 되요?"
"예, 그것만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자 오늘 시강은 주례에서 황제는 몇 명의 부인을 거느렸느냐 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황제는 자기 마음대로 부인을 무한정 둘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그런데 주례에는 그런 것 까지 다 정해두었나요?"
"주례에는 정해두었지만, 황제들은 그것을 어기고 맘대로 하는 일이 많았던 것이에요. 물론 그런 황제들은 대부분 뒤가 좋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주례를 중요시 하는 것입니다."
"그럼 황제는 부인을 몇 명 두게 정했는가요?"
"주례에서는 황제가 거느릴 부인은 총 121 명입니다. 그리고 부인들도 각각 품계가 있어서 서열이 정해져 있답니다. 먼저 품계가 가장 높은 황후(皇后)가 한 명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비(妃) 3 명이 있고요, 빈(嬪)이 9 명이 있고요, 세부(世婦)가 27 명, 여어(女御)가 81 명 입니다. 모두 121 명 이지요."
"와! 그렇게 많아요? 하루에 한 명이라면 한 부인에게 차례가 돌아오려면 넉 달은 걸리겠구만."
"그리고 잠자리 순서까지 정해져 있어요. 새 달이 시작되면 먼저 여어가 9 명 씩이 함께 황제의 침소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9 일이 지나면 여어들의 잠자리가 끝나고요, 그 다음은 세부 9 명 씩이 황제의 침소에 3 일간 들어갑니다. 그 다음은 빈 9 명이 함께 1 일간 황제의 침소에 들어갑니다. 그 다음은 비 3 명이 황제의 침소에 1 일간 들어갑니다. 그 다음은 황후 1 명이 황제의 침소에 1 일간 들어갑니다. 이렇게 하면 15 일 반달이 지나며, 다시 반달은 새로 여어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정말 그런 것까지 정해져있나요? 아, 정말 어떻게 10 명이 한 침대에서 잘 수 있을까? 아니 그러면 침대가 얼마나 커야 될까요?"
"또 다른 의문은 없는가요? 궁금한 것이 많을텐데..."
"부용 그러면, 다른 부인이 보고 있는데서 다른 부인과 그... 무엇을 했다는 것인가요?"
"또 요? 또 다른 의문은? 참 무엇이 아니고 교합이라고 합니다."
"황제는 하루도 쉬지않고 교합을 했다는 것인가요?"
"제가 요약해서 답을 해드릴께요. 먼저 황제의 침실에는 침대가 없었습니다. 방 전체가 침대인 셈이지요. 그리고 침실에는 이부자리와 베게 말고는 아무런 물건도 들이지 않았고요. 다른 물건은 황제를 해칠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 황제는 여러 부인과 함께 교합을 하였어요. 그리고 매일 교합하지는 않았고요. 황제의 기분에 따라서 하지 않을 때도 많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인들은 항상 이 순서대로 황제의 침소에 들어갔었지요."
"그렇게 여럿이 잠자면 잠 들기에도 불편할텐데..."
"여러 부인들은 사실은 각 지방의 대표적 세력의 황제 측근에 근무하는 연락책인 것입니다. 주나라는 전국을 9 개 지방으로 나누고 각 지방을 다시 9 개의 작은 지역으로 나눈 것이지요. 부인들은 각 지방 지역에서 미녀들을 뽑아 왕과 연락을 책임지게 하였지요. 실제로 부인은 황후와 비, 이렇게 4 명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다른 부인과도 교합을 했지요. 그러나 주 목적은 각 지역의 정보를 얻고 요구사항을 듣는 그런 것이었어요."
"흐음, 그러니까 부인이 그냥 부인이 아니라 각 지방의 강한 세력들과의 연락과 조정을 하는 수단이었군요."
"예, 그러니까, 한달에 두 번씩은 황제를 만나서 연락을 전달하는 일을 꼭 해야만 하였지요. 물론 황제가 원하면 교합도 하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부수적인 것이란 말이에요."
"예, 잘 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다음은 황제가 부인과 교합을 할 때에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드릴께요. 물론 저는 책에 있는 것을 읽어보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황제의 방은 정(正)으로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습니다. 황제의 머리는 항상 북쪽에 두게 됩니다. 그러니 두 발은 남쪽에 놓이지요. 교합하기로 정해진 부인은 황제의 왼쪽에 반듯이 눕습니다. 물론 이 때에 황제와 부인은 모두 벗은 몸이지요. 황제와 부인은 환관과 시녀가 옷을 벗기고 입혀주게 정해져 있으니까요."
"......"
"그 다음은 황제가 왼팔을 부인의 목 아래에 집어 넣으며 오른 손으로는 부인의 온 얼굴을 36 번 만집니다. 그 다음은 양쪽 가슴을 각각 36 번 씩 만집니다. 그 다음은 배를 36 번 만집니다. 그 다음은 양쪽 허벅지를 각각 36 번씩 만집니다. 그 다음은 양쪽 다리, 종아리를 각각 36 번씩 만집니다. 그 다음은 양쪽 발을 각각 36 번씩 만집니다."
"무조건 36 번씩 만지는군요. 밤새 숫자만 세고 있겠구만요."
"그 다음은 부인의 온 몸을 황제의 온몸으로 만져줍니다. 그래서 부인의 몸이 뜨거워질 때까지 만집니다. 마침내 부인의 몸이 뜨거워지며, 황제는 부인의 음부(陰部)에 손을 데어본 후 촉촉한 감을 느낄 때에, 부인의 몸을 자기의 몸 위에 올립니다. 그 때에야 교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인은 황제의 몸 위에서 더욱 뜨거워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 때에 황제는 부인의 뒷 편 등과 허리와 온몸을 만져주어 더욱 뜨겁게 하며, 용종(龍種 황제의 씨)을 내놓지 않고 참습니다. 마침내 아주 뜨거워지면, 부인이 황제의 아래로 내려오며 황제가 부인의 위로 올라갑니다. 이 때에야 황제는 용종을 뿌려줍니다. 다음에 황제가 몸에서 내려오면 부인은 두 발을 모으고 무릎을 붙이며, 용종이 흘러나가지 않게 하여 몸을 구부리고, 오른 쪽을 보며 옆으로 누운 채로 일각을 기다려 용종이 밭에 잘 스며들도록 합니다."
"그런데요, 황제는 가장 높으신 분인데 아무리 부인이라도 그렇지 황제의 몸 위에 올라갈 수 있나요?"
"이것은 책에서는 주역의 괘 중에 지천태(地天泰) 괘를 빌려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하늘 위에 땅이 있는 괘입니다. 설명을 하면,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으면 어찌 되겠습니까? 땅은 아래로 내려오고자 요동을 칠 것이고, 하늘은 위로 올라가려고 요동을 칠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생명이 치열하게 만들어지는 원리이며, 이렇게 잘 만들어진 생명의 기운이 가득 담긴, 용종과 옥전(沃田)이 되어서 위치를 바꾼 다음에, 뜨거운 기운은 위에서 아래로, 차가운 기운은 아래서 위로 움직여서 교합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라 합니다. 그러면 아주 훌륭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 합니다."
"아, 혼천일기공 법문에서도 천지교합(天地交合)으로 혼천기가 생성된다고 나오는데... 그렇군요. 예, 잘 들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주의사항이 있고 복잡한 것이 있으나 이 정도로 그치도록 하지요. 지금 진랑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황제가 교합을 하는 것은, 황제에게는 하나의 큰 노역이 될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황제는 자기의 아들 중 하나가 바로 다음 천자가 되어야 하니 천자를 만드는 일에서 아주 성의를 다해야 합니다. 이런 연유로 황제는 부인과의 교합을 자주할 수 없었지요. 그리고 옆에서 다른 부인들이나 환관이나 시녀들이 교합을 도와주기도 하였답니다."
"다른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요. 주로 부인들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제 때에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차대로 진행되도록 도와주었지요. 황제가 36 번씩 만지는 것이 너무 힘들면 옆에서 부인들이 대신 만져서 36 번을 채워줘야 했고, 황제가 부인의 몸이 뜨거워지기 전에 교합하려 하면 못하게 막았고요. 또 황후는 혼자 황제와 만나야 하므로 비빈을 불러서 도와달라고도 하였지요. 황제의 교합은 하나의 큰 행사였고, 이것은 반드시 기록하여 천자의 아기씨가 잘 관리되도록 하였습니다. '몇 월 몇 일, 부인 누구가 용종을 받았다' 이렇게 기록하여 남겨두어 나중에 임신이 되었는지, 또 정말 출산과 날짜가 맞는지 확인하였던 것이지요."
"그것 참 황제노릇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많은 황제들이 정해진 대로 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오늘 시강은 이걸로 끝이구요. 이제 주무셔야지요."
"부용, 몇 일전 부용은 할 말을 오늘 하겠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무슨 말인가요?"
"이 시강이었어요. 진랑께서는 이 시강 내용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나중에 몸이 다 치료가 되면 그 때에는 꼭 이렇게 각 부인들에게 아기씨를 주셔야 합니다. 참 오늘 시강의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황제는 각 부인들에게 각 지방을 담당하게 하여 정보를 얻도록 해야한다... 이 말은 결국 황제가 할 일을 부인들에게 나누어 시킨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몸이 다 치료되면... 부인들을 온몸 각부를 36 번씩 만져라..."
"그렇습니다. 나는 진랑에게 시강을 하면서 항상 만족했습니다. 가르치고자 하는 요점을 놓치지 않았으니까요. 진랑은 앞으로 잠자리에서 부인과 누울 때는 부인을 왼편에 누이고, 뭐 교합은 불가능하니까, 잠들기 전에 부인의 각 곳을 36 번이 아니라 한번씩만 어루만져주세요. 그러면 부인들은 진랑에게 더욱 잘할 것입니다. 저는 사부니까 특별히 두 번씩 만져주고요. 이것은 나의 제자에게 사부로써 명하는 말입니다. 호 호 호.... 진랑, 이제는 주무셔야죠. 시간이 꽤 되었을 겁니다. 아참, 대형이 돌아와선 회원들을 모아놓고 시강을 한번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진랑은 잊지않으셨지요? 지금 모두 진랑을 집중해서 쳐다볼 때이므로 이 때에 한마디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이제 정말 자야죠."
촛불을 끈 후로 진원성은 석도총관의 오른 쪽에 누워서, 아주 오랫 만에 부용의 온 몸을 어루만져 보았다. 긴 여행 중에서 사실이지 세 총관 중에서 진원성이 가장 그리워한 부인이 있다면 그것은 사부용일 것이었다. 사부용은 만져주는 것이 좋으면서도 진원성이 피곤해할까봐 '그만 주무셔요'라고 몇 차례나 말렸다. 그러나 진원성은 사부용을 구석구석 안마해주며 잘 살펴보았다. 쇄음수의 흔적은 이제 완전히 없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절룩거리는 다리에도 기맥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다시는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사부용에게 그런 부분을 설명해 주고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식사의 자리에서 모든 총관들은 석도총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해녕총관은 '어디 아픈 곳을 대형님이 잘 치료를 해주었나' 하고 생각을 하였으며, 아린총관은 '설마 대형님과 내가 한 것처럼 그렇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며, 소주총관은 '대형님과 자고 나면 활선님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으니까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이지' 생각하였고, 하미총관은 '대형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해주시나보다.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즐겁고 행복해져서 다들 미소가 저절로 나오나봐'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