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02 회 통물장원(通物莊園)
"우리 정탐대에서는 지난 해 8 월 때부터 11 월까지 넉 달 간 제남 역참 사거리에서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물목과 댓수, 나오는 물목과 마차 댓수를 조사했습니다."
"그래서요?"
"만일에 역참 사거리에다가 왠만한 창고를 지어놓고요, 선착장으로 들어갔다가 되나올 물목량만큼을 창고에 주저 앉혀놓으면, 우리 흑응회는 그들이 역참 사거리에서 선착장까지 아마도 십삼 리 정도 되는 길삯만큼 창고료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것은 왕복 이십육 리 입니다. 이것은 마차로 한 시진 이상에 해당하는 거리이고요, 때에 따라서 이 한 시진이 하루의 요금을 소용하는 것이지요. 마차 한 대 부리는 하루의 삯이 얼마인가요? 이것은 각 대장들은 절대로 비밀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마차가 하루에 몇 대나 오가는 것입니까?"
"많을 때는 400 대 적으면 150 대 정도이며 평균을 내보니 하루에 280 대 분량인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250 대는 된다고 봅니다. 이 250 대가 쓸데없이 매일 한 시진 이상씩 헛걸음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므로 우리 회가 2 장원에다 창고를 짓고서 그 물목을 쌓아두면 창고로써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창고를 운영한다면 각부 1 명이 마차 한 대를 물목을 올리고나 내린다 쳐도, 남정 250 명이 각부로 필요해집니다. 그러면 낙양 적목단에서 온 사람들 중에 250 명은 일거리 걱정 안해도 된단 말입니다."
"정말 창고를 해서 운영이 될만큼 물목들이 몰려온다면 좋겠지만, 과연 추측대로 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겠는데요. 선착장 옆에 있는 창고들도 물목을 뺏기지 않으려 노력할테니까요."
"에... 그것은 회수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낙양 건으로도 좀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포대장에게 낙양 건으로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좀 있다가 듣지요. 지금까지 포대장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포대장이 설명 중에 하나 빼먹은 것이 있는데, 마차 중에 3 할은 선착장 옆에 있어야할 물목을 옮기는 것이에요. 이렇게 길을 줄이는 것은 흑돈들이 역참에서 선착장 까지의 길이 통행량이 많아서 너무 혼잡하고 자꾸 지체가 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흑돈들이 이 길이 막혀서 어쩔 때는 한 시진을 갇혀있기도 한다는데, 흑돈이 막혀있으면, 마차들도 그렇게 막혀있는 것이라 할 수있고요, 마차들은 사실 한 시진 절약 되는 것이 아니라 두 세 시진이 절약된다고 봐야 맞습니다. 이게 거의 하룻길이죠. 게다가 겨울철에는 눈길이 미끄러워서 하룻길 줄이는 것뿐 아니라 ... 또 그 길에서 마차들이 줄어지면, 우리 흑돈들에게도 시간 상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 여기부터는 회우님께서 말씀하시지요."
"그래요. 흑돈들이 선착장에서 역참까지에 길이막혀 하루에 네 다섯 탕 치기를 할 걸 세 탕 치기 밖에 못한다고 불평이 많았지요. 그래서 제가 역참 동서편으로 창고 할만한 지역을 물색해 보았는데, 대명호(?明湖) 맞은편 북쪽으로는 모두 부자들의 장원들이 쭉 들어서 있어서 적당한 곳이 없었고, 역참에서 서쪽으로 가까운 땅은 우리 제 2 장원 자리 말고는 없어요. 2 장원 부자가 창고로 딱 안성맞춤입니다. 회원들 주택을 달리 생각하면 되고요. 제 2 장원은 회원들 주택 대신 창고와 상가와 주택 조금을 섞어서 짓도록 그렇게 설계를 바꾸도록 했어요. 먼저 건설을 다해놓고, 그 다음에는 10 대 상방들에게 창고와 상가, 주택을 임대를 해 쓰라고 권고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임대를 해서 쓸 것입니다."
"그들이 임대를 하여 들어올까요? 만일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우리들이 직접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먼저 권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과 척지지 않기 위해서 먼저 선의로 권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속마음은 그들이 임대를 들어오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지요..."
"흐음..."
"마차가 하루 250 대 이고요, 하루 노정이 절약된다면 마차 한대 당 사용료 하루 분이 절약되는 셈이니, 은전 한푼 즉 동전 100 개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마차 250 대 분 만큼의 물목을 은전 한푼 즉 동전 100 개 만큼 비싸게 받고 팔아도 될 수 있다... 이것은 실제로 시간도 그만큼 절약이 된다는 점도 있지요. 이것의 가치는 하루에 25 량, 일 년에 7500 량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물목을 마차에 올리고 내리는 각부들 당례가 흑응회에 떨어진다는 것은 따로 계산해야 하지요. 우리는 각부를 300 명 즉 피난민 300 가구를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와... 정말 대단하구만요."
"하루 마차 한 대 사용 값이 동전 100 개면 너무 비싸게 계산된 것 아닌가요? ..."
"그게 너무 비싸다고 정 그러면 동전 50 개만 친다고 합시다. 거기에 하루가 단축이 된다는 시간의 문제도 있으니 이것은 거의 필승의 싸움일 것입니다."
"마차를 장기로 빌린다고 해도 하루에 동전 70 개는 쳐야할텐데..."
"거기에다가 선착장의 창고 보관료도 조사를 해보았는데, 소금의 경우는 마차 한 대에 염인 6 개를 싣는 것으로 보자면, 염인 한 장이 500 근이니까 마차 한 대에 3000 근을 싣는 것이에요. 소금 마차 한 대분을 창고에 60 일 동안 창고에 묵혀두면 창고보관료가 은자 한 량에서 한 량 두 푼입니다. 하절기에는 비싸고, 물동량이 적은 동절기에는 싸게 됩니다. 나중에 설계도를 보면 알겠지만, 제2 장원의 창고는 모두해서 마차 5000 대 분이 보관될 수 있어요. 아주 넉넉하게 잡은 것입니다. 보관료를 반 만 계산해도 두달에 2500 량인데 ..., 어떻습니까? 이게 일 년에 창고료가 1만5천 량이에요."
"......"
"그리고 지금 창고료를 이야기 한 것은 창고료를 그렇게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 2 장원의 가치를 설명하고자 말씀드린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창고료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흑응회를 안정시키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 제 2 장원이 흑응회의 이름으로 물목들이 원활하게 통물이 된다면 우리는 경비대의 보호비와 각부들의 월례만 생각해도 된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잘되면 임대료를 조금만 더 올려서 우리 투자비를 찾아야 하겠지요. 이렇게 흑응회 제 2 장원은 흑응회의 발전에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서기대장님께서 회주부 총관님들과 각 대장님들께 제 2 장원 설계내용을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예, 제가 그럼 설계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땅 아래에는 하수도와 우물 공사가 모두 끝났고, 목수대 유대장님이 작년에 땀좀 흘리셨지요. 유대장님의 소감 한마디만 들어봅시다."
"모두들 잘 도와주셔서... 이제 집짓는 것은 모르지만 집 아래에 뭐가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는 왠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학숙에서 공부한 우리 아들놈들이 어쩜 그렇게 다들 똑똑한지 ... 그것을 알게 된 것이 즐거움이었지요."
"이제 상부에 기둥 세우고 지붕 얹는 것만 하면 됩니다. 물론 벽도 세워야 하지요. 자 여기 도면을 보세요... 이것이 제 2 장원, 일명 통물장원(通物莊園)입니다."
서익필 대장은 벽에 세워 두었던 두루마리 도면을 펼쳐서 벽에 걸었다. 그리고 모두들에게 도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침묵의 시간을 베풀었고 한참 후에 설명을 시작하였다.
"첫 번째 그림은 흑응장원 위치와 우물 16 개, 경비를 위한 망대 5 개, 동서남북 문 12 개, 전체 면적을 16개로 분할하여, 사이사이에 길을 내어 마차가 여섯 대 나란히, 세 대씩 서로 비켜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외곽으로는 허리춤 정도까지는 흙돌 담장을 올려놓았습니다."
"......"
"두 번째 그림은 16 개 지역을 각각 하나의 물목으로 통일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그림은 하나의 지역을 다시 6개로 소분하여, 그것을 각각 임대해주기로 할 예정입니다. 제남에 나와있는 5 대 상방에서 하나씩 임대해가면 좋겠지만 그것은 두고볼 일이고요... 그러나 여섯 개 중에 하나는 반드시 우리 흑응회가 맡아서 하게 됩니다. 이 지역에서 물목 별로 상점과 창고는 각각 물목에 맞게 설계될 것입니다. 대목(?木)들에게서 이번 달 중순에 처음으로 지을 미곡 지역의 설계도면이 나온다고 하니, 바로 공사를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림 흑응회 제 2 장원 평면도 3]
"아! 우리 목수대가 지금 이것을 지을려고 지난 해에 땅 속을 헤집고 다녔구만요."
"우리 회원들이 들어가 살 집을 짓는다고 그렇게 제 2 장원을 시작했는데... 결국은 큰 저자거리를 짓게 되었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저자거리는 흑응회의 것이고, 먼 훗날에는 거기에 지어진 주택에는 흑응회원이 살고 있을 것이며, 상점에는 흑응회원이 장사하고 있을 것이며, 창고에서는 흑응회원들이 각부가 되어 물목을 올리고 내리고 하고 있을 것입니다."
"회수님, 회우님, 아까 열여섯 가지 물목에서 흑응회가 한칸 씩은 임대를 주지않고 직접할 거라 그러셨는데, 그 말은 결국 흑응회가 10대 상방처럼 모든 물목을 다 취급하는 만물상인(萬物商人)이 되는 것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대형님께서 말씀하신 큰 장사를 할려면 모든 물목을 취급해야 할 것이기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먼 훗날에는 누가 '흑응회에서 이것도 취급하느냐' 물어보면, '그것은 취급하지 않으니 다른 데 알아보시구려' 하고 말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경비대 장도년입니다. 결국 제가 경비를 맡아야 할텐데... 어떻게 경비를 해야할지... 저자거리에 흑응회원 아닌 사람들이 수없이 오갈텐데... 난감하네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가 회수로써 말씀드리지요. 장대장님 맘대로 하세요. 결과적으로 강도나 도둑들이 설치지 못하고, 무뢰질하는 놈들도 얼씬 거리지 못하여, 장사하는 사람들과 찾아온 손님들이 걱정없고 무탈하게 일을 잘보면 되는 것입니다. 망루가 5 개 있는 것은 비상시에 중앙에 있는 대장에게 빨리 연락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맘대로 하라고 ... 5대 상방에서 임대를 들어온다면 자기들 사람들로 경비도 세우고 각부도 쓴다고 할텐데..."
"장대장님은 어떻게 할지 연구를 해서 회수부에 안을 올려주시면 함께 다시 연구를 해봅시다. 미래의 일이니 어찌될지 모르니까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해야겠지요. 또 다른 질문은 없나요?"
"각 지역을 부를 호칭을 정해야 하겠군요. 예를 들면 미곡을 취급하는 곳을 미곡방(米穀方)이라 하고요, 6 개 호는 가장 동남쪽에 있는 호를 1호로 정하고, 동남서북으로 돌아가면서 순번으로 부르기로 하시는것은 어떨까요?"
"흐음. 그게 좋겠군요. 그렇게 합시다. 그러면 누구나 기억하기 쉽겠군요. 제가 지금 바로 써넣겠습니다."
"저는 금번 회수부의 생각이 아주 좋은 것으로 일단 느낌은 들지만 갑작스럽게 들은 것이라 아직 뭐가 뭔지 알솔달송하다는 느낌입니다.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하다가 필요하면 회수부를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좋은 말씀이고요, 이 모든 것이 다 함께 뜻을 모으자는 것이니까 나중에라도 생각날 때마다 찾아와서 한마디를 해주세요."
"예, 양방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은덩어리 주무르면서 열심히 했는데, 회수님, 부회수님, 회우님, 그리고 다른 대장님들도 모두 열심히 맡은바 일을 하셨다는 것을 알고 감명 받았습니다. 오늘 제2 장원 건설 계획을 듣고 회우님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모두에게 금년도 좋은 한해 되시길 빌면서..."
"육영대 마대장님이 작년 말에 등주부 식민지에 갔다왔던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예, 작년 겨울에 의원님들 2 분과 학숙 의생 4 명을 데리고 등주부 식민 분들을 한달 동안 쭉 순방했습니다. 식민 분들 중에 몸이 아프신 분들을 둘러보고 약처방을 드렸고, 또 도움을 좀 드렸지요. 그런데 그 분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환관 세사들이 강탈하다시피 은자를 뺏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농사 그만두고 제남으로 갈테니 아무 일이라도 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을 잘 달래놓고 왔습니다. 이 부분은 흑응회 회수님을 모시고 서기대에서 두 분 정도가 동행해서 등주부와 해당되는 현에 이야기를 하고, 세사들과도 어떤 협의점을 찾아야 하리라 봅니다."
"주위에 군병들과는 무슨 문제가 없던가요?"
"위소(衛所)들과의 거리가 먼 탓인지 군병들에 대한 별말은 없었지요."
"산서성 대동부에서는 군병들이 때가 되면 갑자기 쳐들어와서 주인 모르게 가을걷이를 해가버리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만성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지요."
"그러면 어떻합니까?"
"못찾으면 할 수 없고요, 결국 도둑 군병을 찾으면, 일한 삯으로 얼마를 떼어주고 미곡을 받아오거나 은자를 받아오는데, 군병들이 제대로 쳐줄 리가 없지요. 그런 일이 없기가 참 다행입니다만. 세사들의 횡포가 문제로군요."
"2 월 중으로 제가 등주부에 갔다오겠습니다. 식민들을 먼저 만나보고 그 다음에 지부, 지현, 세사 들을 뵙고, 적당한 선으로 세금을 막도록 하여야지요."
"예, 또 한가지 세금이 잘 조정이 되면 식민들 중에 거기에 집을 지어서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식민들이 맡겨둔 돈이 있으니, 그것을 써서 집을 짓겠다면 흑응회가 도와주고 그 일에 필요한 것을 해서 우리회도 수입을 얻도록 해야지요. 또 우리 학숙의 목수반 아이들에게도 실무를 하며 제대로 숙달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요."
"그것은 육영대 대장님이 잘 말해주셨습니다. 학숙 아이들이 잘 커 나가도록 뒷바라지를 해줘야 합니다. 서기대에서는 등주부 식민들이 들어가 살 집 도면을 은자가 들어갈 량에 따라 몇 가지로 만들어 주세요. 그것으로 보여주면서 말을 해야지요. 2 월에 등주에 가서 주택 짓는 일도 조사해서 진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