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79 회 이단(異端)의 단법(丹法)
"참, 들은 이야기 중에...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를 때에 머리꼭대기에서 뿔이 나고, 눈이 세 개가 된 다음에, 하늘에서 세 발 달린 새가 내려와 천국으로 데려간다고... 그런다고 들었는데요?"
"그것은 과거에 천손들이 천국에서 신선이 될 때에 그랬었다 하네. 그 때에 신선되는 일이 많을 때는 하루에도 두 세 번 씩 있었고... 그래서 그것이 신기한 일이 아니라 응당 그러려니 하는 절차였다 해요. 하지만 지금은 신선되는 일이 어쩌다 한번 있는 일이니 ... 괜히 그런 일이 소문나봐야 잡음만 난무하고 보탬이 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이제 신선도는 없어져야 할 운명인가요?"
"그것이야 하늘의 상제님이 주관하실 일이지요. 지금은 여러 도(道)가 있어서 사람의 원정(元精)과 원기(元氣), 원신(元神)을 지키자 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된 셈이네. 또 앞으로 언젠가 상제님께서 다시 땅 위에 천국을 여신다면 그 때는 다른 일들이 일어날 것이지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상제님께서 땅 위에 천국을 열지마시고, 신선도도 가르치지 마시고 그랬더라면 오히려 혼란도 생기지 않고 좋았을텐데요?"
"그런 오해를 할수 있겠다 싶구만... 이것은 좀더 내밀(內密)한 이유가 있다네. 사람을 땅에 내어놓은 이유는 ... 사람마다 자기의 속에 신(神)을 모시고 있어서 세상살이에서 신이 발현하여 여러 일을 하게 하자는 것이라 하네. 이것은 진시주가 신선이 될 무렵이면 신(神)을 볼 수 있고 그러면 자연 알게 될 것이니 더 말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
"왜 사람이 살아야하는지 삶의 목적을 알게된다는 말인가요?"
"사람이란 삶이네. 삶을 늘려서 말하면 사람이고, 사람을 줄여서 말하면 삶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람 속에 살고 있는 신의 삶이지. 사람의 신이란 영혼을 말하는 것이에요. 사람의 목적은 그 신의 삶이네. 하지만 이것은 세상에는 알려져서는 안되는 비밀이에요. 또 말해줘도 알지도 못하지. 왜냐하면 사람 속에 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사람의 목적이 그 신의 삶이라면, 나의 삶은 내 심체 속에 들어있는 영혼의 삶이군요. 나는 내가 아니고 내 영혼이군요. 그런 말인가요?"
"사람들이 이걸 알면 나쁜 짓은 모조리 신을 핑게로 삼고, 좋은 일은 신과는 무관한 일이라 꾸밀테지. 그것은 말로 하자면 복잡하고 길어서 오해가 많고... 그러니 나중에 진시주도 직접 겪어서 알면 되요. 자연히 알게 될 걸세. 이건 처자식이나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될 것이에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예, 그런데 복수하는 것은 잘못하는 일인가요? 상대가 아주 큰 잘못을 했어도 복수하면 좋지 않은가요?"
"진시주는 복수를 꼭하려고 마음먹고 있구먼. 한번 이 말을 들어보게. 여기에 큰 붓이 있어요. 무게가 한 백 근(= 60 킬로그람)이 나가는 큰 철필(鐵筆)인데, 진 시주가 이것을 가지고 복수(復讐)라는 글자를 쓴다고 생각하면, 그 글자를 잘 쓸 수 있을까?"
"그렇게 무거운 붓으로 복잡한 글자를 쓸 수 있겠습니까? 한 일(一)나 날 일(日) 글자라면 혹 모르지만요? 그것도 어렵겠네요."
"복수하는 것은 이것과 비슷하다네. 세상 살이가 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선도에서는 무위(無爲)의 법을 가르치는 것일세. 무위란 사람이 도모하는 일이 하늘의 뜻을 거스리기 쉽다는 것이니 제발 아무 일도 하지말라는 뜻이라네."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을 거스린다..."
"아무튼 신선이 되고 싶지않다는 사람을 처음 만났으니 기연(奇緣)이라 할 수밖에 없고, 또 엉뚱한 질문을 하다니, 시주는 하늘을 닮은 사람임에 틀림없으나, 선인이 될지 못될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의 뜻을 거스릴까 하는 의문은 ... 진시주는 나중 선계에 들면 그 때에 천사(天使)님에게 물어서 답을 들으세요. 이 답은 사람을 땅 위에 내어놓으신 상제 님의 뜻이니까요."
"예, 제가 신선이 되면 천사님에게 묻기로 하지요. 그런데 혼천기가 무엇인가요? 이것은 물어봐도 되지요?"
"혼천기란 아직 하늘이 열리기 전에 가득차 있던 기운일세. 그런데 혼천기 안에서 갑자기 번개가 쳤어요. 그렇게 하늘이 갈라지면서 양기와 음기가 생겼고,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졌으니 우주가 열렸단 말이에요. 양기와 음기가 땅에 내려와 땅에서 만들어진 것이 여섯 가지의 기운입니다. 맨 처음에 만들어진 것이 질기(質氣)라 하며, 다시 질기 위에 오행기(五行氣)가 만들어집니다. 오행기는 영활성(靈活性)이 있어서 천지간에 온갖 생명과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사람이 지어진 것이라 하네요. 하지만 사람에게 들어간 기운은 영활성이 더욱 발전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도가 넘쳐서 하는 일마다 하늘의 뜻을 거스리게 되고 말았던 것이에요."
"말씀해주신 이야기는 제가 곰곰 생각하여 깊은 뜻을 차츰차츰 깨우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몸 속을 들여다 보니 여러가지의 진기들이 여러 색갈을 입고 한데 어울려서 움직이던데요. 정말 신비롭고 영활한 것이 끝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그 여러 진기들이 하늘과 땅과 사람의 진기들이 함께 어울려진 것인가요?"
"그렇다네. 그 기운들이 비가 되어 내려서 뭉쳐지고 자리가 잡혀서 다시 몸이 만들어지고 ... 그렇게 되는 거지요. 흐음, 이제야 알겠어. 내가 보니, 진 시주는 코리(Cori)족 후손인데... 코리족은 뿔뿔히 다 흩어졌지만 코리족 후손들 중에 얼마간은 지금도 자기들의 땅에서 살고 있다네. 신선이 될 그 때 쯤에 코리족들이 사는 땅으로 가서 거기에서 승천을 맞아도 좋겠지. 거기 사는 코리족들은 아마 지금도 전래되어온 환국의 습관을 지키며 살고 있을 것인데... 어쩌면 지금 이야기했던 것을 기록한 책들도 다소간 남겨두고 있을 테고..."
"제가 코리족이라고요? ... 코리족들이 사는 땅은 어디에 있는가요?"
"이곳 초승달 바다 북쪽 끝에서 오백 리쯤 더 동쪽으로 가면 있다네. 그곳에는 흑룡강(黑龍江)이라는 큰 강이 있어요. 코리족들은 한 때는 몽골 초원을 전부를 지배하였던 적도 있지만 주로 흥안령 산에서 터전을 가꾸고 살다가 점점 남쪽으로 내려갔어요. 북쪽에 있는 코리족은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 곳이에요. 흥안령 산 속에도 아직도 살고있는 사람이 얼마 남아있을 거구요."
[그림 몽골에 있는 고구려 성터 유적]
[몽골, 내몽골 지역은 모두 고구려의 터전이었습니다. 대흥안령산맥 서쪽은 물론이고, 지금의 하북성, 산서성, 섬서성, 감숙성의 북쪽도 고구려 성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만주에만 고구려 성터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외국에서 고구려 성터라 주장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지요.]
"제가 코리족의 후손이라고 할만한 증거 같은 것은 무엇이 있나요?"
"그런 증거는 없고 혹시 우연히 알게 된다면 그러려니 하면 되겠네."
"코리족이라는 게 뭐 특별할 이유가 있나요?"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어요. 단군이라고 환웅의 적통을 이어받은 탱구리 칸이신데, 불행하게도 점점 영력(靈力)을 잃으시고, 신선이 되지못하게 되었어요. 그 바람에 연방국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독립을 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 부리(Boori 피이)족과 코리족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단법(丹法)을 새로 만들어서 신선이 되는 기적을 만들었지요. 그러니 특별한 이유가 되지요."
"단법을 특별히 만들다니, 무엇인가요?"
"아까 별종의 법술이라 말한 것이 바로 새로운 단법을 말합니다. 내단(內丹)을 다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진기부족임을 깨닫고, 네 사람의 진기를 모아서 한사람의 내단을 만들수 있게 한 것이에요. 지금 진시주의 몸에 여러 사람의 진기가 모여 있을 수 있는 게 바로 그것이네."
"앗, 그러면 제가 코리족이기 때문에 여러사람의 진기를 모을 수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라 부리족이나 코리족이 만든 방법 즉 이단의 법술을 어떻게 배워서 여러 진기를 함께 갖을수 있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제가 어렸을 때에 무상도인께 배운 것이 부리족이나 코리족이 만든 단법을 배운 거란 말이지요? 흐음, 부리족들은 어떤 부족인가요? 또 코리족은요?"
"부리족과 코리족은 서로 이웃하여 사이좋게 지낸 부족인데, 그들이 연구한 단법은 서로 달랐어요. 단군조선이 멸망하고, 부리족은 단법을 성공하여 신선이 되고, 세력이 커져서 부리국(夫餘國 부여국 = 비류국, 비리국, 벽려국)을 이루었고, 코리족 역시 단법을 성공하여 신선이 되고, 세력이 커져서 코리국(句麗國 구려국 = 고리국, 구리국, 고려국)을 이루었네. 그러니 특별한 것이지요."
"신선이 되면 세력이 커지나요?"
"아무렴, 조선국 이전에 있었던 환국(桓國)이나 배달국(倍達國)은 오천 년간 제국을 유지해 오면서도 큰 반란 한번도 없이 지내왔었다하네.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하면 선인들이 통치를 하였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난리가 없었던 거야."
"오천 년간 반란이 없었다 하면... 아! 그것은 영원한 제국이라 할수 있겠지요. 영원한 제국..."
"그 후 환국 연방은 해체되고, 조선이 들어서서 각 봉국들은 서로 자기가 천국의 적통(嫡統)이라고 주장하며 다투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어느 봉국도 신선이 나오지 않았던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무시함으로써 가능해진 사태라 하네. 만일에 어느 봉국이라도 신선이 한분만 나왔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리지 못하였을 것이야. 신선도는 그 때부터 맥이 끊어진 셈이지... 그러나 신선이 나오지 않더라도 한번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심어진 신선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네. 조선에서도 신선이 몇 분은 더 나왔지만, 그 이후 각 나라들 간에 이제 본격적으로 약탈을 하기 위해서 벌리는 전쟁이 자꾸 일어나자 결국 커다란 도는 희미해지고, 사람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신앙으로 변질되어 남게 되었지."
"제가 토번에 가서 들었던 이야기인데요. 선비족이라고 있는가요? 토번에서 나라를 세운 왕족들이 자기들이 천자국 후손이라고 하며, 선비족의 후손이라고 하였지요."
"12 봉국 중에 선비국이라고 그런 나라가 있었지만, 이것은 워낙 오래 전 역사인지라, 그 선비국이 이 선비족인지 아닌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네. 당시에는 12 개의 봉국들이 모두 자기들이 천자국이라고 주장을 하였으니... 그러나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것인가? 이젠 아무런 가치도 없는 말장난일 뿐이라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천손들이 어딘가에 남아있고, 아직도 가끔씩 신선이 되어 몰래 하늘에 오른다는 것이네."
"아직도 신선이 되는 일이 있기는 하군요."
"진시주 같은 경우도 있고..., 지금도 오십 년이나 백년마다 한번 씩은 신선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네."
"영모님은 여기에 계시면서도 다 볼 수 있는지요?"
"이것은 영계(靈界)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라 영안(靈眼)으로 다 볼수 있네. 진 시주도 오 년이나 육 년 후에 눈이 밝아지면 볼 수 있을테고, 또 진 시주가 세상 어느 곳에서라도 신선이 되어 승천하게 되면 나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네."
"여러가지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영모님을 뵙게 되면 드릴려고 예물을 가져왔는데, 배가 없어서 벗고 헤엄쳐서 오는 바람에 가져오지 못하였습니다. 어떻게 가져올 수 없을까요? 바다 동쪽에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을텐데요?"
"내일 아침에 내가 배를 내어줄테니 그 배를 타고서 나가게. 그리고 바다의 남쪽 끝에서 남쪽으로 이백오십 리 쯤 아래에 부리족 마을이 있다네. 셀렝그 강가에 있는데 마을 이름은 차강노르라 하네. 내가 부리족이기 때문에 아직도 그곳에서 필요한 물목을 받고 있지. 내게 줄 것이면 그 마을에 가서 부족장에게 맡겨놓기를 바라네. 여기는 아무나 맘대로 들어오는 곳이 아니어서, 부리족들도 함부로 오지 못하네."
"예, 알겠습니다. 셀렝그 강가에 차강노르 마을.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에게 더 해주실 말씀은 없는지요?"
"혹시 신선될 공부를 중간에 빼먹거나 하지 말기 바라네. 음기가 너무 많아서 혹 뜻밖으로 탈이 날수도 있으니, 날마다 쉬지말고 하라는 말이야. 또 신선이 될 거라는 말은 아무리 친하더라도 누구에게도 하지말게. 그 말을 하면 좋을 일이 없다네. 곰곰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수 있을테지만..."
진원성은 대영모님과의 대화를 마친 후에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이 되자 말해주신 바의 바닷가로 서둘러 내려와보니, 작은 쪽 배가 하나 있었으며 거기에는 어제 양떼를 몰던 처녀 즉 하얀 면포를 전해준 처녀가 동생 쯤 되는 소년과 함께 배에 타서 노를 쥐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원성이 보이자 손짓으로 어서 타라고 하였으며, 둘이서 노를 젓자 작은 배는 동쪽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가다가 진원성은 노젓기를 배워서 대신 노를 젓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물 속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아오기도 하였다.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서로 눈짓 손짓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되었다. 헤엄치면서 겪었던, 물 속에 있던 빠른 물줄기의 흐름은 거의 없어졌으며, 그래서 배는 노젓는 방향대로 잘 움직여갔다. 이렇게 진원성이 출발하였던 초승달의 볼록한 바닷가에 도착한 것은 큰 섬에서 떠난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진원성은 자기가 떠난 지 벌써 반 달 넘어 되었는데 어떻게 하고 있나 보니, 세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바닷가에 망을 보고 있었나 보았다. 하라하슨이 숨을 헐떡이며 다가왔다. 하라하슨이 처음에 모르고 몽골어로 무어라 말했지만 처녀는 알아듣지를 못하였다. 진원성은 하라하슨에게 은자 열 량을 처녀 뱃사공에게 주라고 말하였으며, 은자를 받은 처녀는 하라하슨에게 또 진원성에게 뭐라고 말하였다. 표정으로 보아 아마도 '고마워요, 안녕히 돌아가세요' 정도의 말일 것이다. 그러나 처녀의 표정은 돈의 가치를 알고서 은자가 많아서 고맙다는 그런 뜻은 아니라는 것을 진원성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진원성은 다시 남쪽으로 행로를 정하여 말을 몰았다. 그리고 밤하늘 달 모양이 초승달인 것을 보니 6 월 초 임을 알 수 있었다. 초승달 바다의 남쪽 끝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부리족 마을 차강노르를 수소문해서 찾았다. 셀렝그 강에서 십여 리쯤 떨어져 있는 유목 마을로 우량한만인대 속하의 작은 부족이었다. (몽골부족들은 크건 작건 간에 반드시 더 큰 부족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겨우 열 채 남짓의 게르를 지어놓고서 유목을 하고 있었다. 진원성은 하라하슨의 통역으로 그들에게 확인하여 보니 그들은 초승달 바다의 큰 섬에 살고 있는 영모님에게 생필품을 공급해주는 일을 맡아하고 있었다. 진원성은 그들의 부족장을 만나 대영모님에게 전해달라고 황금 백 량을 맡기고, 다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