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행(제4부)

제 058 회 전국옥새(傳國玉璽) 위조(僞造)를 제안하다

금박(金舶) 2016. 10. 16. 11:08


아린총관도, 해녕총관도, 석도총관도 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 아 그리고 낙양단에 잠시 있을 때에 낙양 근처의 마을 들을 오가며 보게된 농노(農奴)들도 노예들인데, 그들은 좀 신분이 다른 노예들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본시 노예들은 가족과 자기 재산을 갖을 수 없는 것인데, 그 농노들은 자기의 가족과 재산을 갖을 수가 있었으며, 그러나 도망을 갈 수는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였다. 또 토번에서 보게된 농노들도 있었다. 그들도 가족도 있었고, 자기 재산도 있었지만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농장 밖으로 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진원성은 나름대로 사람의 신분을 나누어 보았다. 제일 하층에는 노예가 있었다. 그들은 돈으로 사고팔고 하는 물건이었으며, 자기의 가족도 자기의 재산도 갖을 수 없었으며, 죽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 위에는 자기의 가족과 재산을 갖을 수 있는 노예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의 가족과 재산을 자기 마음껏 갖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어떤 한계가 있었으며, 또 언제든지 주인이 맘 내키는 대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주(移住)의 자유는 없었다. 주인이 정해준 곳에서 살아야하였다. 농노들이나 또 명나라에서 황제를 모시는 신하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명나라에서는 모든 만성들이 다 여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보통 만성들이라고 할 것이다. 자기의 가족과 재산을 갖고서, 자기 맘대로 옮겨다닐 수 있는 사람, 즉 자유민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명나라에서는 그런 사람은 만성들 중에는 없었다. 신사들 중에도 없었다. 신하들 중에서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명나라에서는 모두가 황제의 노예였던 것이다. 그러나 도적들이나 강도들이나 적목단원이 된 과거에 안문관 밖에서 늑대로 살았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자유민이라면 자유민이었다. 그리고 황제의 영토 안에서 살더라도 진원성 자기처럼 황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사실은 황제의 노예이지만, 자기는 그런 것을 알지 못하고 자유민인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 만성들은 황제의 눈에 벗어나지 않으면, 즉 대명률(大明律)에만 따르면, 노예의 굴레가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자기였다. 황제의 눈에 띄지 않고서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황제는 관아를 두고서, 또 세사들을 두고서 세금을 많이 걷어간다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 많은 세금을 다 내면 자유롭게 살 수가 없는 셈이었다. 제남에서 흑돈을 끌어서 육백 량의 세금을 제남부에 냈었는데, 세사들에게 다시 이천 량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데에서 진원성은 그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지긋이 주먹을 쥐면서 생각하였다. 흑돈을 끌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노고를 절대 알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흑돈을 끌어서 세금을 내고나니 여유 은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진원성도 알고 있었다. 관아에서는 자기들이 세금을 걷기 편하게 할려고 흑돈회를 키워준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생각하였다. 그래서 흑돈회를 만들게 하였으며, 그것이 흑응회가 되었고, 이제는 흑응회는 은자 이천육백 량을 매년 꼬박꼬박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뭔가 개선해야할 일이구만' 진원성은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흑응회원들은 또 적목단원들은 나를 주군이라고 부르면서 무엇을 기대할까?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고 노예가 되겠다는 것일까? 대형이나 주군이나 호칭 그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은 진원성이 무엇을 주어야, 그들은 진원성의 노예가 되어줄 것인가? 이런 문답으로 이어져 가게 되었다. 걸어가는 말 위에서 사부용, 석도총관에게서 배운 시강들도 가만히 되새겨 보면서, 또 코코훌란 족장에게서 받은 청랑대 이야기(읽고 태우라고 했기에 얼마 후 진원성은 자료를 불태운다)를 몇 번이나 다시 음미해보면서 진원성은 하미로의 행보를 계속하였다. 이런 시간은 진원성의 사고력, 판단능력이 성숙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 될 것이었다. 


우룸치를 떠나서 열흘이 지났으니 하미까지는 3 일 정도의 여정을 남겨두고 있을 것이었다. 진원성은 간부들에게 자기들의 맡은 바 일 중에서 서로 협의할 일을 매일 저녁에 서로 상의하도록 하였었다. 그리고 결정된 것들이 있으면 자기에게도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것은 앞으로 가욕관에서 진원성 자신이 북쪽으로 떠난 후에 서로 상의를 하며 의사결정을 하도록 그런 연습을 시키려는 것이다. 그동안 진원성은 며칠 전부터 소제와 하라하슨 등 간부급 들이 저녁이면 하나의 천막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무슨 토론을 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내용이 무엇인 줄은 몰랐다. 앞으로의 일정에 필요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간부급들이 모두 진원성의 천막으로 찾아들었으며, 회의와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진원성이 찾아모여든 간부들에게 묻자 소제가 대답하였다.


"무슨 일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가요?"


"대형님, 제가 우룸치를 떠나서 다음 날인가 하라하슨을 보게 되었는데 허리춤에 뭐가 불룩하게 메달려 있어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라하슨이 그것이 무엇인지 말을 해주지 않아서 궁금하였다가, 사 나흘 졸라서 결국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지요."


"왠만하면 말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소제 대장이 하두 귀찮게 해서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형님께 입이 가볍다는 말을 듣기도 해서..."


"저는 그것이 옥새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지요. 저는 어려서 부터 수많은 골동품 귀금속품 들을 보면서 자랐고요, 또 그런 귀물(貴物)들을 감식(鑑識)하고 공부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더더욱 옥새라 하면 보통 사람들도 한번 쯤은 어떻게 생겼나 하고 보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옥새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배운 바가 있었고요, 그래서 하라하슨에게 하루 내내 한번 만 보여달라고 졸랐고요. 그래서 결국 그 물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가 보기로는 틀림없는 진품(眞品) 전국옥새(傳國玉璽)였습니다."


"대형님, 제가 결국은 소제 대장에게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두 졸려서... 한번 보여주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안되겠지요?"


"하라하슨 옥새를 꺼내보세요... 대형님, 이 옥새는 바로 중원의 천자(天子)가 주인입니다. 몽골족의 소유가 아니지요. 또 어느 누구, 어느 부족의 소유도 아닙니다. 중원의 천자가 바로 임자입니다. 그러므로 이 옥새는 몽골의 칸에게 돌려줄 물건이 아니라 중원의 천자가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아시겠습니까?"


"그래서 결국은 소제대장이 간부를 모두 천막에 불러놓고서, 옥새를 모두에게 구경을 시켜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밤마다 간부들 사이에서 여러 말들이 오고가게 된 것입니다."


"대형님, 이 옥새는 거의 이천 년 전에 진시황제가 만들어서 사용하던 옥새입니다. 그 때부터 중원의 황제가 다음 황제에게 물려주던 것이었고, 이 옥새를 소유한 사람은 황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삼국지에서도 오나라의 손견(孫堅)이 낙양에서 이 옥새를 얻은 후에 나중에 황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 옥새가 원술(元述)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위나라의 조조(曹操)에게 넘어와서 대대로 넘겨지다가, 제갈공명과 싸우던 사마중달의 손자 사마염(司馬炎), 위나라의 신하가 옥새를 얻어 진(晉)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옥새가 대형님께 들어왔으니... 이말은 ... 흐음, 대형님께서 황제가 되시겠다고 맘만 먹으면 황제가 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하라하슨에게 이러한 역사를 다 알려주고, 이 옥새는 몽골 칸의 소유가 아니고, 대형님의 소유로 하면, 우리 대형님께서 황제가 되실 것이라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대형님께서 몽골칸에게 전해주기로 약조한 것이니, 몽골칸의 소유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잠깐만... 대형님은 아무 말씀 마시고 조금만 더 들어보시지요. 우리 명나라를 세우신 홍무제 태조께서도, 또 영락제께서도 몽골이 이 옥새를 가져갔다고 생각해서 계속 몽골을 추격하여 옥새를 찾으려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내 못찾으셨지요. 아마 그래서 우리 명나라 천자님들이 모두 정치를 제대로 못하는 업보를 지게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옥새를 지금의 우리 명나라 황제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도 생각합니다마는... 그것보다는 우리 대형님께서... 아니지요, 우리 주군께서 천자가 되어 황제로 오르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라하슨, 또 유래타, 지아쿰렉, 마유친 모두 생각을 말해보세요. 내 말이 틀립니까? 우리 주군은 황제가 되실 분이고, 자격도 충분하신 분이에요?"


소제의 얼굴은 열이 올라서 뜨거워졌으며, 눈에서는 붉은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소제형, 일년에 한번만 주군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그것을 어기면 안돼요. 알겠어요? ...... 그러니까 요 며칠간 간부들끼리 저녁에 만나서 옥새를 가지고 어찌하면 좋을까 이야기하느라 그랬단 말이구만요? 참 쓸모없는 말 많이 했구만요."


"주군 아니 대형님,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적목단, 흑응회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마침 우리가 호탄에서 사들인 옥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옥새 모조품을 만들기에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 그것으로 가짜를 만들어서 몽골왕에게 주고, 진짜는 우리 대형님이 차지합시다. 제가 감식(鑑識)을 해보니 명문(銘文)은 전서(篆書)로 수명어천기수영창(受命於天旣壽永昌 : '하늘에서 받은 명이여, 그 수명이 길이 번창하리라'의 뜻)이 파였고, 대위수한전국새(大魏受寒傳國璽 : '큰 위나라가 전국새를 받았다'의 뜻)라는 문구가 옥새의 어깨에 새겨진 것이... 이것이 진품입니다. 이 옥새는 모조품이 많은데, 어찌어찌 해서 전서체로 '수명어천기수영창' 이라고 글씨를 거꾸로 새기는 것은 흉내를 냅니다만, 조조의 아들 조비가 옥새의 어깨에 '대위수한전국새'라는 글씨를 따로 새겨넣은 것은 모르고서 다들 빼먹습니다."


"......"


"또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후한시대에 왕망(王莽 신나라 개국황제)이 옥새를 가로채다가 떨어뜨려서 옥새가 한쪽이 깨져서 그것을 금물(金物)로 떼웠다고 합니다만, 여기를 보세요... 금으로 떼워넣은 것이 보이잖아요. 이것은 진품입니다. 여기 손잡이는 그동안 수많은 황제들이 잡았던 손때가 그대로 묻어있을 것입니다. 주군 아니 대형님, 우리가 이것을 차지합시다. 제가 낙양에 가면 옥으로 모조품을 만들어서, 열흘이면 아주 똑같이 만들 수 있어요. 그것을 몽골칸에게 주고, 우리가 이것을 차지 합시다. 이것은 수만 금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시장에 내놓으면 은자 십만 량 어쩌면 은자 백만 량도 낼 사람이 있을지 몰라요. 대형님, 이것을 그냥 넘겨주는 것은 바보 짓이에요."


"그러니까 소제 형은 다른 간부들에게 이 옥새를 적목단이 차지하자고 설득을 했단 말인가요?"


"예, 그랬지요... 아니 적목단이 아니고 주군께서 차지하셔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요... 처음에는 이것은 몽골의 소유가 아닌 것은 분명 하잖은가요? 그래서 돌려주지 말고 우리 명나라 황제에게 바치면 적어도 그 상금이 수 천 량은 아니 수 만 량을 내려주실 것이라 생각하였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 적목단이 아니 주군 아니 대형님에게 은자 수 십만 량이 대수가 아니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것은 우리 주군께서 옥새를 갖으시는 것이 순리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였지요. 지금은 우리 적목단이 낙양 한 구석에 머무르고 있지만, 세력이 커지면... 이것은 나중에 이야기할 것이지만요... 저의 생각으로는 이런 귀물이 손에 들어온다는 것은 분명 하늘의 크나큰 뜻이 계셔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대형님, 우리가 아니 대형님께서 이 옥새를 챙기십시오. 이것은 다 ... 나중에 하늘의 뜻이 나타날 것입니다."


"흐음, 소제형은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이지요? ... 다른 사람들도 생각을 말해보세요. 자... 마유친 회원부터 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