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행(제4부)

제 041 회 황금씨족 보호의 행적

금박(金舶) 2016. 9. 29. 10:57


여기까지 읽으니 진원성은 그동안 사부용에게서 배운 역사부터 얼마전 데시쵸키에게 들어 배운 역사까지 머릿속에서 혼돈 상태로 빠지게 되었다. 수많은 나라와 부족과 황제라니, 전문적으로 역사를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주먹잡이에 불과한 사람으로서, 진원성이 그동안 먹은 먹물의 량이 방대한 역사를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세 가지 사항은 알 수 있었다. 즉 청랑대라는 준갈이 부족의 무인은 쿠빌라이의 후손인 황금씨족을 아리크부카의 세력이나 다른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란 것이다. 또 징기스칸이 애써서 동서화합을 만든 것은 몽골초원 밖으로 뻗어가기 위한 것이었으며, 명나라의 조종에 의하여 동서화합이 무너졌으므로 몽골족은 몽골초원 밖으로 뻗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나라의 입장에서 다행한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회밀음종이라는 무공은 없어져야할 나쁜 무공이며, 심의파 호공두 어르신의 뜻에 따라서 없애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마침 준갈이족들도 회밀음종 무공을 없애기로 결정했다니 참 다행이라 여겨졌다. 무공을 배운 사람이 무공을 버리기는 쉽지않은 일이다. 마유친과 공동파의 사부, 사형을 보더라도, 또 흑묘파의 소제와 사형들을 보더라도 무공을 버린다는 결정은 쉽지않았을 것이다. 최왼계약이 파기된 후 이십 여 년간 준갈이족은 청랑대를 유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갈등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혹을 이기고 무공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은 참 다행스럽다고 할수 있었다.

 

이렇게 진원성이 한 시진 남짓 혼자서 글을 읽고 있는데, 마유친과 하라하슨이 게르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진원성이 글을 읽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대형님께서도 글을 아셨군요? 글을 읽으시는 걸 처음 봅니다."


"나는 글을 잘 모르니 아주 천천히 읽어야 뜻을 알 수 있어요. 하라하슨은 중원 글도 잘 읽을 수 있나요?"


"예, 말 배울 때에 글도 배웠지요. 중원 글은 아주 배우기 어려워요. 우리 몽골 글은 소리글이어서 금방 배우는데..."


"마유친이 무슨 할 말이 있군요?"


"대형님, 여기에서 서쪽으로 이백 리쯤 가면 제 고향 땅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왔으니 한번 찾아보고 싶어서, 대형님의 허락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아참, 마유친의 고향이 여기서 가깝겠구만요. 이백 리라면 적어도 5 일은 걸릴텐데, 누구와 같이 가야할까? 여자 혼자서 다니면 위험해요. 옛날의 마유친이라면 걱정 없겠지만... 하라하슨, 젤메조와 밸구대리에게 말해서 마유친을 호위해서 말 여섯 마리를 끌고서 갔다 오도록 하세요."


"대형님, 제 고향이래봐야 이제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그저 제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가 어떻게 되었나 한번 보려는 것 뿐이에요. 선물을 가져갈 일이 없으니 말 여섯 필은 필요없고, 젤메조와 밸구대리 둘이서 호위를 해준다니 그것은 고맙습니다."   


"그건 말을 두 필씩 끌고가서 바꿔타면서 빨리 갔다오라는 말입니다. 혹시 모르니 유래타에게 말해서 은자도 서른 량쯤 가져가 보세요."


"대형님, 그러면 고향에 다녀오겠습니다."


"마유친 누이, 무사히 다녀오길 바랍니다. 하라하슨, 젤메조와 밸구대리에게 마유친호위를 부탁하고, 다시 돌아와서 내가 글 읽는 걸 좀 도와주세요. 글 읽는 게 참 힘드네요."


마유친과 하라하슨이 게르 밖으로 나간 뒤로 진원성은 한번 읽었던 서류를 다시 한번 뒤적이며 확인하여 읽고 기억하려고 했다. 쿠빌라이 황제가 홍모파와 최왼계약을 맺었는데 그 후손은 왜 황모파와 최왼계약을 맺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최왼계약의 성격을 짚어보았다. 이것은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간에 최고의 남녀임을 인정한다는 것과 유사한 뜻임을 알 수 있었다. 즉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든 않든 간에 제 3 자와 바람을 피우면 그 사랑은 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때에 하라하슨이 다시 들어왔다.


"하라하슨 형, 여기서 부턴 같이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것을 좀 알려주세요. 참, 청랑대라고 들어본적 있나요?"


"청랑대요? 그게 뭐하는 사람들인가요?"


"못들어본 것이구만요. 황금씨족은 아세요?"


"예, 그것은 원나라 세조의 후손들을 따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황금씨족만 몽골칸이나 원나라의 황제가 될 수 있지요."


"청랑대란 황금씨족을 비밀리에 보호하는 임무를 갖은 경호부대를 말합니다. 비밀부대이지요. 여기서 부터 청랑대가 한 일들이 적혀있는데, 하라하슨 형이 빨리 읽고 내게 말로 설명해 주세요."


"대형님이 형이라 부르면 거북합니다. 그냥 해라를 해주세요. 그게 편합니다."


"내가 대형으로써 명령을 할 때가 아니면 난 평소에는 형이라 부를테니 그러려니 하세요."


"예, 여기부터 읽어보지요."  


'** 청랑대의 행적 :  큰 사건만 나열합니다.


1)명나라 영락제의 암살 - 명나라의 영락제(永樂帝)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사용하였으며, 몽골(蒙古)족과 오이라트(와라)족 사이를 끝없이 이간질 하였고, 오이라트족들에게 전쟁물자를 지원하여, 그들을 움직여서 몽골의 황금씨족들을 공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출정(出征)에 나선 대적(大敵) 명나라 영락제(永樂帝)를 암살하게 되었습니다.(서기 1424년 임)'


"이건 명나라 처음 때에 있었던 이야기인데, 이 전쟁으로 원나라는 아주 멸망했습니다. 명나라 황제가 직접 군대를 몰고 북벌(北伐)에 나선 것인데,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23만5천 명의 군대를 동원하였다고 역사기록에 나왔습니다. 참 대단하지요. 보급대 마차수만 11만7천 대였고, 동원된 마필 수가 총 34만 마리였다 합니다. 기록에선 명 황제가 갑자기 병들어 죽었다고 나왔던데, 이게 청랑대가 한 짓이군요."


"여기 이 자료엔 원나라가 전국옥새(傳國玉璽)를 가지고 있었다 하는데 황제가 그것을 빼앗으려고 쳐들어갔지 않았을까요?"


"전쟁이란 대규모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장사입니다. 무엇을 사고 파는 것이지요."


"흐음, 나도 사부님에게 그 말을 배운 적이 있지요. 석도총관은 바로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사부님이요."


"명 영락제는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사려고 했을까요? 전국새(傳國璽)는 가치가 얼마쯤은 있겠지만 설마 수십만 대군을 몰고갈만큼 가치가 있다 할수는 없지요. 저는 장사꾼으로써 짐작해보건데 영락제는 명나라가 평화기에 접어들어서 필요없어진 무서운 군병들을 소모시켜버리고, 그에 따라 북쪽에 있는 걱정거리 몽골의 세력을 마저 없애버리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화시기가 되면 군대가 필요없어지나요?"


"사람은 한번 피와 뼈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군인으로 길들여지면, 다시는 보통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합니다. 그러니 전쟁이 끝나면 그런 군인들은 쓸모 없어지는 거죠. 군인들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나라 안이 자꾸 불안해집니다. 그러니 군인들을 어디에 데려가서 모두 죽여버려야 하는 거죠. 그게 뭐든 필요하면 그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큰 전쟁의 뒤끝은 마무리로써, 필요없어진 군인들을 쓰레기처럼 치우는 마지막 전쟁이 필요하게 됩니다. 똑같은 이유로 몽골 징기스칸도 몽골 내부의 통일 후에 군인들을 몽골 밖으로 출정시켜 정복전쟁을 시킵니다. 일본의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도 군인들을 조선에 보내서 전쟁을 하게 되고요..."


"전쟁도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끝내지 못하는구만요. 천천히 점점 규모를 줄이면서 그렇게 해가야 되겠군요. 좋은 말입니다."


"다음을 읽어보지요."

 

'2)타이슨칸 옹립 -  아리크부카의 후손들이 몽골 칸의 자리에 올라서 몇 차례 지내는 동안, 몽골은 오이라트와 많은 전쟁을 치릅니다. 이것은 명나라의 동서대립 작전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이라트에 토곤 왕이 등장하였을 때에 청랑대는 황금씨족인 톡토아부가를 추천하여 오이라트 토곤 왕의 딸(토곤 왕의 아들인 에센 왕의 누이)과 통혼하게합니다. 그리고 토곤 왕과 톡토아부가의 연합군은 아리크부카의 후손인 아다이칸을 죽이고, 마침내 톡토아부가는 황금씨족으로 칸의 위에 올라서, 타이슨칸이 됩니다.(서기 1439년 임)"[몽골에서 칸은 황제이며, 각지의 왕은 칸에게 충성을 맹세한 봉왕입니다.]


"청랑대가 배후에서 황금씨족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중매를 섰군요. 이때는 아리크부카의 후예가 칸에 있었고요, 황금씨족 톡토아부가는 칸의 부하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칸으로 등극하게 되었군요."


"청랑대의 무공술자들이 마음 먹으면 암살하는 거나, 칸으로 올리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에요."


'3)오이라트 에센 칸의 암살 - 오이라트의 토곤왕이 죽고 그 아들 에센이 왕이 되어 타이슨칸과 협력하여 명나라 북변을 공략합니다. 이 때에 명나라의 정통제(명나라 6대 황제 영종 英宗)는 50만 대군으로 반격에 나섭니다. 그러나 명군(明軍)은 몽골연합군에 패퇴하고, 정통제는 포로가 됩니다. [이것을 토목보의 변이라 함, 서기 1449년임, 정통제는 1 년만에 조건없이 풀려나 북경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나름 힘을 비축한 타이슨칸은 자기의 후계자를 정할 때에 오이라트 에센왕의 누이의 아들이 아닌 다른 비(妃)의 아들로 대를 이을 칸으로 세우려고 하자, 에센왕이 분노하여 못하게 합니다. 타이슨칸이 명색으로는 에센왕의 상위(上位)이지만 힘은 상대가 못됩니다만, 그래도 타이슨칸은 에센왕에게 도전하여 전쟁을 일으키지만 패하여 죽게 됩니다. (서기 1452년 임) 이에 격분한 에센왕은 몽골 내에서 황금씨족의 남자 중 오이라트 계 어머니를 두지 않은 모든 남자를 잡아 죽이고맙니다. 이로써 황금씨족은 거의 다 죽고 씨가 마르게 됩니다. (이것을 황금씨족 대몰살이라 부름) 그리고 에센왕은 스스로 칸의 자리에 오릅니다.(서기 1453년 임) 청랑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에센칸을 살해합니다.(서기 1454년 임)'


"저도 우리 몽골의 역사를 배우기는 했지만 그 밑에 이런 비사(秘史)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참 청랑대가 대단하군요. 칸을 가까이에서 호위하는 사람들 숫자가 적어도 수백명을 넘을텐데요."


"청랑대가 몽골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타이슨칸을 빨리 구해주지 못한 것이 실책이군요. 그랬더라면 에센 왕을 죽이지 않아도 되었을걸."

 

'4)만도룬칸의 옹립 - 황금씨족을 찾기 어려웠던 가운데, 타이슨칸의 배다른 동생(異腹弟)의 아들을 겨우 찾아내서 칸으로 옹립하나(서기 1463년 임), 4년 만에 차카타이(징기스칸의 셋째아들)의 후손에게 공격을 받아 죽게됩니다. 이로써 황금씨족은 모조리 없어지고 맥이 끊어지게 됩니다.'


"몽골초원은 십 년에 한번은 기후가 나빠져서 기근이 발생합니다. 가뭄이 오거나 강추위가 오거나, 수백만 마리 양떼가 하룻 밤 사이에 얼어 죽기도 하죠. 그러면 할 수 없이 전쟁을 해야하게 됩니다. 먹을 것이 적어지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고기는 저장하기에 아주 불편하지요."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미곡은 몇 년이라도 보관할 수 있는데, 오래 보관하면 질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고기보다는 보관이 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