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체(제3부)

제 023 회 미곡운송대 습격 받을 준비를 하다

금박(金舶) 2016. 7. 9. 11:24


"예, 그런데 그들에게 포위되어 목숨을 위협받는 각박한 상황이 되면 ..."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들이 아니겠지요. 우리가 하는 빈민층에게 미곡을 판매하는 일에 딴지를 걸자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미곡을 강탈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죽이겠다는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도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먼저 관에 신고를 하고 협의를 하는 것이 좋을 텐데요?"


"물론 관에 신고는 해야하겠지요. 그러나 언제나처럼 관은 관망을 할 것입니다. 관을 움직일려면 그 전에 우리가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만든 다음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지주들이 하는 일에 과연 관에서 협조적으로 할려는지 ... 정탐조가 지금부터 바짝 긴장해서 일을 해주어야 합니다. 성 안팍으로 고정망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시고, 특히 몇몇 세가들의 장원에는 출입하는 사람들 눈여겨 보게해야 합니다. 그들 중에 이상이 있는 세가가 아마도 이 일을 하는 중심축이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하남부 각지에 퍼져있는 늑대들에게도 유사가 임박하였다는 것을 미리 통지를 해둬야 하겠네요? 그건 바로 통지를 돌리겠습니다."


"바로 적목장에 집결하라고 통지를 하시오. 아무래도 유사가 멀지 않을 것 같소."

 

"낙양에서 상단들의 대행수 격인 비룡방주 님께 어떤 중재를 부탁드려서 불상사가 터지기 전에 봉합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작년에 적대형님이 비룡방주님을 뵈었을 때에, 비룡방주는 이 일에 대해서는 일절 더 관여를 하지 않겠다고 언명을 하셨고, 그 이후로 왕래가 없었습니다만, ... 일단은 이런 일이 제남에서 일어났다는 정도는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총관 께서는 내일이라도 당장 비룡방주님을 찾아 뵈시요."


"예,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적목단이, 지주 세력들이 싫어하는 일을 굳이 하겠다고 해서 그것이 단초가 된만큼, 우리가 나서서 지주세력들에게 먼저 머리를 자꾸 수그리고,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남부 내에서만 이 일을 계속할테니 그것으로 서로 어떤 타협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단주님, 저 수금조 양방(梁邦)이 한 말씀 올립니다. 지금 적목단이 보호세 걷는 것만 하더라도 적목단 먹고 사는 것에 큰 문제가 없는 형편인데 꼭 미곡 판매사업을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해봐야 이문(利文)도 별로 없다던데요?"


"양조수, 그것은 대형님이 하라고 명령하셔서 하는 일입니다. 대형님이 얼마나 중하게 생각하시느냐면, 미곡판매 사업에서 은자 십만 량이 손실이 나더라도 계속하라는 그런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적목단이 지금 이만큼 자리를 잡은 데에는 우리가 하는 미곡 판매가 큰 공을 세운 것임을 알아야 하오."


"그래도 그렇지요. 십만 량이 손해가 나도 계속한다니 그것은 좀 ..."


"지금 양조수가 수금을 할 때에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마도 만성들이 적목단에서 하는 미곡판매를 알고서, 자기들이 낸 돈 중에 다소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쓰인다 그리 생각하고 ... 다 그렇게 연줄이 닿아있는 것이라는 말이오.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아마 흑응회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오. 만성들이 흑응회가 미곡 300 석을 강탈 당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누군가 강탈해간 놈들을 마음 속으로라도 많이 원망을 하고, 또 흑응회에 하나라도 어떤 보탬을 주려고 마음이 기울어질 것인데, 이런 것들이 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포 정탐조수가 지난 해 말에 우리 미곡운반대가 지나오는 길목을 한번 세세하게 답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들었던 포 조수의 소감을 나는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운반대가 지나면, 길가의 반점들의 점소이들이나 지나던 행인들 조차 적목단 깃발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는 이유가 무엇이겠소?"


                                            [그림 한구진낙양간 운송로]


"......"


"지주세력들도 적목단이 하는 행위가 맘에 들지 않아도 감히 어떤 수작을 붙이지 못하고 이제까지 온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외다. 그러다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하고 나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부터는 ... 우리 적목단이 막말로 한 열 대 얻어터지고 그것이 만성들에게 알려진 다음에 우리가 어떤 강경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명분을 얻은 후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나, 우리가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서면, 우리의 실력과 밑천은 근본적으로 지주세력들에게 상대가 안되니 명분도 없고, 힘도 없어서, 해보나마나 한 싸움이 되고 만다는 그 말씀이오."


"이런 사건이 소문이 나서 적목단 미곡을 먼저 주워 차지하는 놈이 임자다 하면서 이놈 저놈들이 마구 나서서 덤비면... 그런 일은 없을까요?"


"그래서 말이오... 정탐조에서는 강탈해가는 놈들을 잘 살피다가 혹 지주세력이 아니라 나쁜 소문을 듣고 흉내내서 한건 해보려는 무뢰집단인지 아닌지 살펴서 적당하게 대처를 해야합니다. 허접한 무뢰배들이 덤비면 그 때에는 가차없이 징계를 해야하지요. 그런 놈들은 모조리 포박해와서 새로 짓는 적목장원에 강제 노역 자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포조수, 지난 번에 대별산 산대왕하고 복우산 산대왕하고도 양해가 잘 되었다고 했지요."


"예, 그들에게 해마다 미곡 300 석 씩 으로 통행세를 가름하기로 하였습니다. 년에 삼만 석 이상을 운반하는데 300 석만으로 떼운 것은 그들이 적목단의 미곡이 빈민들의 식량이 되는 것임을 알기에 가능한 타협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벼룩만한 양심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통지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전투조는 만일에 결전이 벌어지면, 가급적 인명을 살리는 방법을 써야할 것이오. 고(古) 조수님, 그동안 끈 올가미와 그물망은 많이 준비를 해두셨지요. 우리는 힘이 약하니 그들을 사로잡아서 몇 일이고 몇 달이고 붙잡아 놓고, 적목단이 하는 일을 납득시키고, 앞으로는 우리의 일에 협조를 하던가 최소한 방해를 하지않게 만든 다음에 내보내야만 할 것이오. 그들을 죽이면 지주세력들은 더욱 강경한 방법을 쓸 것이지만, 그들을 살려서 우리편으로 만들어 돌려보내면 그들은 점점 적목단을 공생할 수 있는 어떤 상대로 생각할 것이오. 이것이 적대형님과 상의를 한 최종 목표요. 적대형님은 미곡판매 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십만 량 손해를 볼 때까지 계속하라는 말씀을 ... 명령을 하셨습니다."


"앗! 적대형님이 이 모든 것을 미리 아시고 단주님과 협의까지 하셨더란 말입니까?"


"남(南)조수 님은 대형님을 잘 모르시니까 그렇지만, 난 적대형님을 주군으로 모시게 되면서 아주 감탄을 하였소. 우리 늑대들을 흔쾌하게 한 품에 안아 들이시고, 처음에 말이 나왔던 백 명이 아니라 이백 명이 넘어간다는 것을 아셨어도 한마디도 없이 다 받아들이셨소. 지주세력이 앞으로 틀림없이 해코지를 할 것인데,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말해주셨던 것이오. 적대형님이 하신 말씀을 한마디 더 전하겠소. 이번 일은 서로 좋게하자는 뜻이니 사람 목숨이 죽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대형님은 그들의 목숨 한 개도 단원들 즉 북변에서 가져온 늑대들의 목숨 한 개도 버리지 않게 잘 간수하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소."


"흐음 ... 우리 늑대들이야 다른 것은 몰라도 도망치는 거야 다들 선수지 그렇지 않는가요?"


"이미 준비할 것은 다 준비를 해 놓았는데. 하지만 전투를 하면서 우리도 죽지 않고 적도 죽이지 말라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참 내 알만하신 분이 할 말은 아닌데 ..."


"참고로 들어두시요. 나도 전해 들었지만, 제남에선 흑응회주의 한 발과 한 팔을 파괴하고 목숨을 잃게한 죄로 흑대형님은 비룡방 67 명을 죽였다고 들었소. 아직도 빚이 33 명이 남았는데 그건 나중에 따지신다는 말도 있었소."


"혼자서 67 명을 죽이셨단 말입니까?"


이 때에 난정은 가슴이 좀 떨려오면서 적목단주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 무술 씩 한다는 비룡방 경비조원들이라는데 어찌 한 사람이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신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 아버지 임향주가 하셨던 '까만돼지 그놈은 살인마'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흑대형님에게는 도와주는 세력이 또 있다오. 그들을 동원해서 죽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손만 빌린 것일 뿐, 결국은 흑대형님이 직접 죽인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소?"


"그럼 적대형님에게 또 다른 회(會)나 단(團)이 있나요?"


"그것은 나도 모르겠소. 그러나 그런 것이 없다면 경가장 전쟁이 왜 일어났겠으며, 하남지부나 포정사 님이 왜 적대형님을 깍듯하게 대했겠습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라 묻기도 그렇고 ... 아무튼 그런 정도만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 생각합니다."


"아! 그래서 포정사님이 딸을 적대형님에게 보내주셨군요."


"그 때에 하남지부님께서 중매를 하셨다 그러데요."


난정은 가슴을 좀 쓸어내리는 심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적대형이라고 하는, 요 꼬마 녀석은 부를라치면 호칭부터 헷갈리는 것이 맘에 너무 들지 않았다. 흑대형이라고 하든가 하지 여기서는 적대형은 또 무슨 적대형이란 말인가? 잠시 오가는 대화를 놓치고서 난정은 딴 생각을 하였다. 보고싶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며, 벌써 얼굴을 못 본지가 한참 오래 되어서 좀 계산을 해보고서야 못보았던 정확한 기간을 알 수 있었다. 


"자, 오늘 회의에서는 우리 적목단이 우리의 적인 그들을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소. 우리가 안문관에서 배웠던 전투수법들을 총동원해서 우리는 하나도 죽지 않고, 적을 모두 죽였던 바로 그런 전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오. 아니 이번에는 적을 모두 죽이지 않고 모두 포로로 잡는 것이오. 아시겠소? 남 조수님은 제남 흑응회에 가서도 대형님의 의중을 오해없도록 잘 전해야 할 것이오. 우리가 니네들이 한 짓을 알고 있지만 이번 한번은 참고 넘어가겠다, 뭐 이런 식으로 경고만 해두잔 말이에요."


"예, 단주님 잘 알겠습니다."


"단주님, 적대형님 소식은 없습니까? 우리가 목숨을 아끼다가 미곡을 강탈당하는 것이 대형님에게 나중에 꾸중 받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말한 것이 바로 적대형님이 지시하신 내용입니다. 그러니 쓸데없이 걱정하지 마시요. 적대형님이 말씀하시길 적목단 늑대 한 명 값은 은자 천 량이라 하셨습니다. 미곡 4000 섬이 우리 목숨 하나 값이요. 그러니 웬만하면 죽지않고 도망치는 것이 남는 장사요."


"우리 목숨 값이 비싸게 쳐주신 것은 좋은데, 실제 값어치가 그만큼 있느냐 이건 다른 문제일 수 있겠구만요?"


"나에게 단주를 맡기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무조건 목숨을 아끼라 하셨어요.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잘 도망치라고 부하들에게 똑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적대형님이 하시는 일은 병을 고치자고 하는 일이니 당분간 우리가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서안에 가셔서 분명 좋은 결과를 만들어오실 것입니다."


회의를 한 다음날 남조수는 직할조 1 갑 11 명을 데리고 행장을 꾸려 제남으로 말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