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61 회 조직을 정비하다
혼례 당일이 되어 흑응장원에는 흥을 돋는 놀이패들도 초대되었으며, 제남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복을 빌어주고, 밥을 얻어먹고 돌아갔다. 그날 찾아 주신 분들 중에서 신분이 귀한 분들을 모실 천막을 따로 구분하여 두고, 그곳에는 별도로 음식을 정갈하게 준비하였으며, 흑응회의 흑돈식솔 들 중에서 손이 남는 사람들이 봉사를 하면서 정말 흑응회 전체의 잔칫날이 되어 하루 종일 잔치가 벌어졌다. 오시(午時)에 세 쌍의 신랑, 신부는 어디에서 혼례 관복(冠服)을 빌려서 입고는, 집례자(執禮者)의 말에 따라 서로 몇 번의 절을 하였으며, 여러 사람들 앞에서 집례자(執禮者)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해주고, 이로써 공식적으로 부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용달 부부 만은 살림살이를 2 년 후로 기약해야 하였다. 이 혼례식은 세 쌍이 함께 하는 점에서도 이야깃 거리가 되었으며, 흑응장원의 수많은 흑돌 모습과 함께 만성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게 되었다.
진원성은 4 월이 되어 혼자서 새벽 시간을 내어 제남 인근의 각 산들을 쭉 살펴 둘러보았다. 천불산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사람들이 거의 출입을 하지 않았음인지, 산의 숲들은 더욱 빽빽해지고, 각종 짐승들도 더 많이 살고 있는 흔적을 볼 수가 있었다. 소산에도 가보았다. 소산은 옛모습 그대로였으며, 여전히 제자리로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참 신기한 일이지만 이것을 물어볼 사람이 누구일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낙양에서 만난 양무기 도박사의 말처럼 마음 속에 길이 있는 것일까? 거산에는 감추어둔 활과 화살, 칼 등 녹이 슬어 그대로 있었으나 이미 누군가의 손을 탄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진원성은 비룡방 감찰대와 또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았을 것임을 짐작하였으나 그것이 어떤 물증으로써의 가치가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므로 무시하기로 하였다.
진원성은 또 제남지부를 만나뵐 수 있었고, 지부님의 칭찬을 많이 들었으며, 제남지부님의 협조에 감사를 드렸다. 제남지부는 광감세사의 세금 징수에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하였으며, 진원성은 지부님께 세금이 너무 가혹하다며 중재를 부탁하였고 결국 매년 은자 일천 량을 세사 환관에게 납부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몇 일을 빨리 지내게 되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일로써, 회주에게 일임한 백호파와의 합병은 몇 차례의 회의를 한 후에 타결이 되었으며, 백호파의 경비대에 참여할 만한 인원은 150 명 정도임이 밝혀졌으며 그에 따라 만들어진 합의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흑응회는 백호파를 합병한다. 그 대신 백호파는 백호대라는 이름으로 흑응회의 경비대로써 존재한다. 흑응회는 150 명의 백호대원들에게 월례를 지급하며, 월례의 금액은 흑응회에서 결정한다. 또 흑응회는 백호대원들의 주택 150 호를 지어서, 흑응회원들과 같은 조건으로 제공하되 주택은 기존 흑응회의 주택과 동일한 규모로 한다. 또한 백호대원들에게는 기존의 흑응회원들과 차별없이 동일하게 모든 예우를 제공한다. 또 제남 인근 20 개의 백호파 무술관은 흑응회에서 무상 인수하되, 백호대에서 계속 유지한다.'
진원성은 흑응회주와 상의하여 백호대장 감으로 기존의 백호파 인물 중에서 가장 인망이 있는 사람을 골라보니, 장도년(張導年)이라는 35 세의 인물을 대장으로 임명하게 되었다. 또 무술관도 계속 명맥을 유지해나가도록 하여서, 이로써 무술관은 흑응회의 경비대 대원 발굴을 위한 장치로 활용이 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거복이는 아직 나이는 좀 어리나 덩치로는 왠만한 어른 이상이었으므로 백호대원으로 일할 수 있게 조치를 하였다.
이렇게 합병이 성사되니, 흑응회에서는 백호파에 속한 식솔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어린 아이들은 나이와 필요에 맞는 학숙으로 배치하고, 당장에 필요한 응철 공방에 일할 아이들을 몇 명 골라서 부모들의 동의 하에 철공방에서 일하도록 하였다. 또 당장에 땅을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 되었으며, 흑응장원 관도 맞은 편 땅을 500 무 정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서 서기에게 그렇게 추진을 하게하였다. 또 4 월 13 일에는 광감세사로 부터 세금을 감당하여 수납하겠다고 흑대형이 약속한 것을 치하한다는 편지가 도착하였으며, 그에 대하여 6 월말까지 상반기 해당 분 은자 오백 량을 납부하겠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하였다.
다른 몇가지 일 중에 기억할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제남지부님의 소개로 어의를 역임하였다 물러난 의원을 모시기로 하였으며, 이로써 8 월 부터는 의숙(醫宿)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또 쌀을 구입하여 빈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일을 강구하도록 지시하였다. 이것은 호공두 어르신이 바라는 일일 것이며, 은자 이십만 량의 의미를 생각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이익을 붙이지 않고 우선 제남부 산하의 26 개 현(縣)에만 일을 전개하도록 하였다. 진원성은 시일이 지나면 이일을 낙양에서도 하게 할 생각이었다. 이것은 이익은 없으나 흑응회가 꼭 해나가야 할 그런 일임을 초무량에게 다시 강조하였다. (이 일은 나중에 제남과 하남의 미곡 상들의 큰 반발을 불러오게 되는 일이 되었다. 미곡상들은 수해(水害)나 한해(旱害) 등으로 흉작이 되면 그것을 빌미로 미곡가(米穀價)를 엄청 올려서 폭리를 취하였었는데, 그것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음이다. 이 폭리는 광감세사들과 해당 관리들에게도 맛있는 먹거리가 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원성은 회주, 총관, 서기를 불러서, 심의파 관련 일을 제외하고 낙양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하였고, 경가장 전투에서 부상당한 자기 몸의 병상태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였으며, 낙양에서도 기업을 크게 일으켜서, 흑응회와 적목단을 합하여, 본인의 병을 치료한 후에는 흑응회가 결국은 바다로 나가서 큰 무역을 하는 그런 포부까지 설명을 하였다.
또 흑응회의 당장의 조직이 너무 체계가 없음을 서 서기가 지적하여, 조직을 정비하게 되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외문제는 회주가 담당하여 흑응회를 대표한다. 또 흑응대(黑鷹隊)를 조직하여 아린 총관이 대장을 맡고, 흑응대는 흑응장원과 흑돈 사업을 관장하며, 또 흑응회의 모든 자금 출납을 담당한다. 서 서기는 총서기(總書記)라는 직책으로 서기대(書記隊)를 조직하여 담당하며, 서기대는 집짓는 일과 전답이나 토지를 구입하는 일을 관리한다. 또 모든 흑응회 각 분야에 서기를 꼭 파견하여 각종 일들을 자세히 기록하도록 하였으며, 그러므로 서기대는 흑응회 내 각 조직의 모든 일들이 기록으로 만들어져 보고되는 곳이 되었다.
마 서기보는 육영대(育英隊)를 조직하여 육영대장을 맏고, 수지원과 학숙의 일을 전담하며, 각종 자선 사업과 만성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일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백호대(白虎隊)는 장도년을 대장으로 하여 흑응회 전반의 경비를 총괄하고, 무관들을 관리하며, 응철대(鷹鐵隊)는 기왕의 이름 그대로 응철점으로 부르되, 용달을 대장으로 하여 각종 철공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흑응회도 그런대로 흑응회주, 총관, 총서기, 육영대장, 백호대장, 응철대장 이렇게 회주 아래에 5 개의 대(隊)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림 흑응회 조직도]
난정은 흑응반점의 일만을 수행하며, 흑응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진원성에게 빨리 자기 집에 와서 청혼을 하라는 그런 의미인 지도 모르겠으나, 진원성은 자기의 병이 낫지 않으면 청혼하고 싶은 맘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갔던 것이며, 난정은 가끔 사람을 통해서, 자기가 흥국선사의 스님에게 물어서 만든, 환(丸) 모양을 지은 곡식가루 덩어리와 육포를 진원성에게 전하고는 하였다. 그것은 적당량의 소금이 들어있어서 진원성의 입에도 맞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도 감당이 되어서 나중에는 진원성이 오히려 부탁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며 날이 지나가서, 4월 25 일이 밤이 되자, 둘만의 시간을 갖은 사부용은 진원성에게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을 하였다. 이런 적이 없었던지라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 하고 진원성은 좀 걱정이 되어 듣게 되었다.
"진랑, 그 동안 제남에서 지내면서 참 즐거웠고 보람있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며칠 전부터 진랑이 낙양성에 와서 하였던 일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큰 걱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예? 걱정이라니 무슨 말인지요? ..."
"낙양에 계신 저의 아버지가 어쩌면 큰 위험에 빠지셨을 것만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해보오."
"하남지부가 어사님으로부터 수리비로 받은 십만 량을 써서 일을 할텐데, 그 돈은 지금까지 관에서 주무르던 돈과는 다른 돈이라는 사실에 제가 이제서야 생각이 미쳤습니다. 진랑, 이것은 정말이지 큰일입니다."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자세하게 말을 해 보아요."
"예, 어사님이 준 돈은 공사비로 거의 다 소용되어야 할 그런 돈이지요."
"그렇지요. 거의 다가 아니라 전부를 공사비로 써야만 할 것이지요."
"지금까지 관에서 그런 수리나 공사를 할 때에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하남성에서 하남부로 오만 량을 공사하라고 내려보낸다면 말이지요, 하남부는 다시 그 돈에서 만 량이나 만오천 량을 뚝 떼낸 후에 소속 주현에 나누어 내려보냅니다. 그러면 다시 주현에서는 그 돈을 이리저리 떼낸 후에 결국은 공사에 들어가는 돈은 고작 만오천 량이나 심할 경우는 만 량 정도 밖에 안됩니다. 진랑은 이것을 아시는지요?"
"부용, 나도 은자가 움직이면서 도중에 얼마 간은 샐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였으나, 그렇게 많이 새나갈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소. 부용 그대가 한 말대로라면 고작 삼 할이나 이 할만 공사에 소용된다는 말이 아니오?"
"예, 그것이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번의 십만 량이 종래의 돈과 다르지 않게 그렇게 새나간다면 어사님이 감시하시다가 졸지에 철퇴를 내려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 철퇴에 하남지부도 어쩌면 포정사인 아버님까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것은 걱정 하지 마시오. 부용, 하남지부는 이미 어사님으로부터 충분히 알아듣게 말을 들었으니 그렇게 손가락 사이로 물새 나가듯 그리 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오. 알겠어요?"
"진랑, 그게 아니랍니다. 하남지부가 어사님의 말처럼 그리 집행을 하려고 한다면, 산하 주현(州縣) 및 이웃의 부주(府州)에서도 협조를 전혀 해주지 않고 방해를 놓을 것이며, 그것이 문제가 되어 종국에는 그들의 윗 책임자인 포정사 아버지의 잘못으로 부각되고 결국 아버지가 그 책임을 지고 견책(譴責)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용의 말은 관에서 공사비로 실제 십만 량을 소용하려면 오십만 량이나 사십만 량을 들여야만 한단 말이요?"
"어제 갑자기 이 생각을 하게 되자, 소첩은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진랑, 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이대로 두면 아버지는 어쩌면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설마 죽기야 할라구요?"
"진랑은 관장(官場)를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금 관장에는 뒤로 은자를 바쳐놓고서 관리가 되려는 사람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으며, 혹 누가 관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랍니다. 그들은 작은 일도 크게 만들어서 누가 실족(失足)하기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 한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아버지를 몰아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르는 상당수의 관리가 축출되어 빈자리가 생길 것이며, 오래 기다렸던 그들은 환호작약(歡呼雀躍)할 것이지요."
"으음, 부용의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되는구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소? 내가 할 일을 알려주시오. 나도 힘껏 도울테니 ..."
"진랑,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지금 여기서는 사정을 모르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 우선은 낙양으로 속히 돌아가서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만 하겠습니다. 진랑께서 여기 제남에서의 일이 얼마나 더, 추진을 하실 일이 남았는지, 아니면 ... "
"여기 일도 얼추 되었고, 낙양의 일이 심각한 일일듯 하니 서둘러 돌아가기로 합시다. 내일 저녁에 각 대장들을 불러서 마지막 회의를 갖은 후에 모래 아침에 일찍 길을 떠납시다."
"예, 진랑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나에게 감사 말은 하지 마시오. 나에게 고마워할 일이 있으면, 부용은 그것을 갚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지 않소?"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대는 많은 공부를 하였으니, 나를 가르쳐 주면 그것으로 고마움을 갚을 수 있는 거란 말이요. 그대는 나를 공부 가르쳐 주시요. 우선 외상으로 가르쳐달라는 말이외다. 내가 나중에 그 외상 빚을 모두 갚을테니 말이요. 부용, 내말을 알겠어요?"
"예? 진랑은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내일부터라도 저와 책을 같이 읽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게 아니라, 그대가 공부한 책들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내가 알아야 할 것들만 골라서 나에게 말해주면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겠소? 모래 밤부터는 내가 그대를 한번 만져준 후에는 그대는 나에게 한 가지라도 좋으니 공부를 하나씩 가르쳐주시오. 어떻소?"
"예, 진랑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그렇게 한번 해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