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14 회 낙양의 일곱 세력
"제 말은, ... 내각수보의 자리라면, 본인도 모르게 자기 앉은 자리 뒤로, 쌓이는 은자가 십 년이면 몇 십만 량은 될 것이 맞을 거란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인지라 쌓인 돈을 못본 체 할 수는 없기에 주머니에 넣었을 것이고요, 그렇다 보니 돈을 낸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로 답을 해주었겠지요. 인정이라는 것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청렴하려면 뒷자리도 매일 점검하여 돈이 있으면, 바로 먼지처럼 털어내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면 관직을 유지하기조차 불가능 할 것이지요."
"......"
"자 다시 본론으로 와서요. 동지가 말을 해보세요."
"예, 이 세 가문이 가장 큰 대지주일 뿐 아니라,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셋 중에 하나를 첫 번째 물건으로 정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들이 전답을 사들일 때에는 가급적이면 토지가 널리 퍼져 있도록,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이렇게 사들였더군요. 그래서 그자들이 인접지역을 왜 피했을까 생각해 보았더니, 수해(水害)나 한해(寒害)를 입더라도 한 번에 몽땅 손실을 보게되는 그런 일을 피하자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것을 보자면, 어쩌면 이 세 가문이 사들인 전답들은 사실상 이 세 가문이 진짜 주인이 아니라 이들을 대표로 내세운 어떤 돈 많은 세력들이 실제 주인인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아하, 동지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추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다."
"저도 나름대로 그동안 낙양성 인근의 세력 분포를 좀 알아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방금 동지님께서 말씀하신 돈 많은 세력들이라는 한마디를 듣고, 저도 모르게 그만 동지님의 말을 중도에 끊게 되어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동지님 이해하여 주시지요."
"예, 제가 할 말은 대충 다 하였으니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예, 낙양성에 있는 각 세력들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먼저 아까 동지님께서 말씀하신 돈 많은 세력들이라는 말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하겠습니다. 지금 낙양성 각 세력들은 거의 모두가 돈 많은 세력들이 이리저리 돈을 대주어서 힘을 얻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즉 어떤 한 세력이 어떤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돈많은 세력들의 뒷배로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그것 좀 복잡한 모양이네요."
"예, 예컨데 비룡방(飛龍邦) 낙양향(洛陽鄕)이라고 있지요. 이들은 겉으로는 비룡방의 하남부에 있는 일개 향일 뿐이지요. 그러나 내막을 보자면 비룡방에서 진행하는 돈벌이에 하남부의 부자들을 끌어모아 돈을 대입하게 하고, 년 단위로 이익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물론 비룡방이 낙양성 부두에서 각부(脚夫)들을 동원하여 화물을 옮기는 일도 하고, 선착장에서 창고를 임대해주는 일도 합니다만,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은 바로 먼저 말씀드린 그런 일인 줄도 모릅니다. 게다가 비룡방 총당이 낙양성 밖 동남쪽에 있습니다마는 그들이 바로 낙양성 여러 세력들에게 돈을 대주는 그런 일도 하는 것입니다. 즉 낙양성의 세력들은 이미 거대한 하나의 세력으로 혼합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입니다. 지부님께서 관 밖에서 방수를 구하라고 하시는데, 이렇게 여러 갈래로 엉켜버린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방수를 구하려다가 우리의 의도만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겠는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으음 ... "
"정말이지, 누가 누구의 편인지 모를 판이 바로 낙양성의 형편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겉보기 일망정 알게된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릴 순서는 지난번 말씀드린 기준에 의한 것이고요, 처음 말씀드릴 것은 경목파(警木派)입니다. 이들은 딱딱이파라고도 부릅니다마는 이놈들은 낙양성 내에서 야경을 돌 때에 딱딱이를 치고 다니는 그 아졸들의 연줄입니다. 이들이 낮에는 성문 앞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의 검이나 칼을 맡아 보관해주고 보관료 동전 몇 푼을 받습니다. 성내에는 무기반입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 다음은 홍서파(紅書派)라고 아문 인근에서 관청에서 벌어지는 송사나 대관사무 등을 먹거리로 하는 아역(衙役)세력입니다. 홍서파 놈들을 통하지 않으면 송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송사에서 뜯어먹고 있지요. 이 두 세력들은 성내에서 활동하며, 배후에는 명대에 들어서 출세한 족벌과 대지주들이 뒷배를 봐주는 것입니다."
"으음 ... "
"한마디로 성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이들의 눈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지요. 경목파가 주도하여 낙양성 내에서는 일체의 무기류 들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제한하고, 또 홍서파가 각종 송사를 아문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들 속에 다른 세력들의 끄나풀 들이 없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를테면 지금 우리가 회의를 한다는 사실까지 그들이 알아챌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근자에 따로 만나 비밀회의를 자주하고 있다는 그런 것을 어쩌면 알 수도 있겠지요. 그들은 지부님의 행동에 사소한 변화라도 생기면 즉시 어디로 통보를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것을 가지고 무엇인가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끼는 세력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음 ..."
"다음은 전대의 족벌세력 들입니다. 눈에 드러난 것은 화선(畵船)파와 동전(銅錢)파가 있습니다. 화선파는 낙수(洛水)와 이수(伊水)에서 유람선(놀이배)을 관리하는 세력이고요, 남쪽 낙수 변(邊)에서 세 개의 보국(寶局 = 도박장)을 열고 관리하는 3 개의 파를 합해서 동전파라고 합니다. 이들은 남쪽에 늘어서 있는 주점과 기생집들과 공생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지요. 이게 겉으로 보는 모습이고 속으로는 송나라 원나라 잔재세력이 그 뒤에 있어서 때로는 힘을 빌려주어, 내놓고 하지못할 일을 처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인가요?"
"다음은 이건 정말 무뢰들이지요. 성 남쪽의 술집이나 유흥가에 기생하는 쌍부파(雙斧派)가 있고요, 또 흑묘파(黑猫派)라고 도굴(盜掘)도 하면서, 좀도둑질하는 세력들이 있고요, 이들은 낙양성에서 십 여 리 떨어진 북망산에 널브러진 수많은 묘지를 파먹고 사는 놈들입니다. 낙양성이 여러 왕조의 도읍이어서, 황제는 물론이고 황족, 귀족들의 무덤이 지천으로 깔렸으니 아주 좋은 돈벌이가 되는 것이죠. 이외에 낙양단이라고 하는 거지패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 자그마한 것들까지 치자면 수십 개는 될 것입니다. 또 지금 활발하게 장삿 속 일을 벌이고 있는 각 상단들의 낙양회관들이 있고요, 방파 중에서는 비룡방, 녹수방, 오지회가 있고요, 표국으로는 조천표국 외에 중소 표국이 몇 개가 더 있지요."
"......"
"문제는 이들 중에 어떤 파도 속깊은 곳에 어떤 배후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방수로써 과연 적합하냐는 판단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쌍부파나 거지패들이라면 뿌리없는 무뢰들이니 그래도 가장 다른 세력들이 침투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누가 하필이면 거지노릇을 하려고 할거냐 생각하니 저는 낙양단을 가망성이 있다 생각해봤어요. 거지 패거지라고 해서 너무 무시하지는 마세요. 이들 거지패들이 일 년에 삼천 량이나 벌어들이는 조직입니다. 또 자기들끼리는 홍무제(洪武帝)의 무슨 인가(認可) 첩(帖)을 받았데나 뭐래나 하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합니다만, 그래서 순검 하나를 시켜서 근래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하였더니, 이들은 여전히 구걸을 위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가끔 무뢰질도 하면서 그렇게 지탱한다 합니다. 다른 세력들이 뭐 돈을 대거나 세력을 투입한 그런 흔적은 없고요. 하기사 거지들 한테 그 누가 돈을 대서 무슨 일을 해보라고 하겠습니까 마는 ... 거지라는 것이 그래도 가장 다른 관계는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낙양단이라고, 거지패가 방수로 그나마 나을 것 같단 말인가요? 거지패 이름이 무슨 단이라니,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라든가 뭐가 있을 법한데요?"
"그들의 주장은 이렇지요. 낙양단에선 원단(元旦 1 월 1 일)마다 홍무제 영정 앞에서 단배식을 갖고서 1 년을 시작한다 합니다. 홍무제 당시에 전국 거지들에게도 작은 은전(恩典)을 베푸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방 단주에는 전쟁에서 작은 공을 세운 총기(總旗 백호소의 책임자)나 소기(小旗 십호의 책임자)에게 거지들을 통솔하도록 첩을 내리고, 즉 무뢰배들을 정돈하자는 것이었지요."
"개방이라니 ... 거지들의 방파에 홍무제 이야기는 또 뭐랍니까?"
"홍무제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세요. 거지패들이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해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무제께서 거지들에게 인가를 해주고 말게 뭐가 있겠는가요? 터무니 없는 소리죠. 그래도 해가 없으니 못들은 척하고 넘어간 것이라 봅니다."
"개방의 각 향당들이 한 때에는 전국에 이백 여 개가 있었다 합니다만, 그러나 개방은 이미 없어지고, 이제는 단이란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가 있는 모양입니다. 낙양단의 단두(團頭)가 오가(吳家)여서 오가장 이란 이름으로 성내에 살고 있는데, 순검 하나가 낙양단 담당으로 매월 사례금(謝禮金)을 백은 오십 량씩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꼭 우리가 달라고 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가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지요. 그들의 가장 큰 배후는 우리가 될 수 밖에 없거든요. 왜냐하면 그들의 배후에는 우리 아문의 순검 말고는 정말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추관, 낙양단에 그들이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낙양성에 거지가 몇 명이냐를 묻는 것은 아니시지요? 그들 중에 힘 좀 있고 어떤 일에 동원할 만한 전투력은 한 일백 여 명 전후라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수 많은 거지들을, 아마도 천 명 정도나 될까요? 이들을 어떤 목적으로 조금만 훈련시키면 의외로 정보전달에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요. 그들이 홍무제의 은혜를 아직 기억한다니 어쩌면 우리 추진하는 일의 취지에도 얼마간 맞는 점도 있고요......"
"자, 그럼 추관은 낙양단을 좀더 자세하게 살피고, 방수로써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또 얼마나 믿음을 주어야 할지 잘 판단을 해보세요. 아직 어떤 기미는 주지 말고요. 동지는 물건 세 개 중에 어떤 물건이 좋을까 하는 것을 더 깊이 생각해서 다음 회의에서는 아예 물건을 결정하고서, 그 다음 순서로 돼지에게 어떻게 독약든 밥덩어리를 먹이느냐 그 방법을 연구하는 단계로 갑시다. 물건이 결정이 되어야 그 물건에 가장 알맞는 방법이 준비될 수 있을 터이니까요. 혹시나 잊지마세요, 절대 비밀을지켜야 한다는 것을 요. 우린 시간을 아껴야 만일을 당하면 좀더 여유를 갖을 수 있으니 서두를 수 있을 때에 서두릅시다."
"예, 비밀엄수입니다."
"다음 달에는 중추절이 있습니다. 가급적 중추절 전에 물건을 정합시다."
"지부님, 너무 서두르지는 마십시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나라를 위해 정말 큰 일을 하는 셈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역사에 남을지 아니면 이름없이 사라질지는 모르나, 저는 과거의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우리 하려는 일이 명나라의 앞날에 큰 충성이 되는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더군요."
"그래요, 성공을 하고 나면 그런 생각이 맞게 되겠지요. 그러나 실패한다면 오히려 명나라에 더 큰 해를 끼치는 불충을 저지르는 셈이 될지도 모릅니다. 실패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생각하자면 그만 두고 싶어질 정도 입니다. 자자 뱃심을 꾹 주어보십시다. 이대로 대지주들에게 끌려가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예, 한번 잘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