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가짜도사 진짜도사 - 3
"헛소리 말아. 서주 집에 황금 송아지가 있으면 뭘해? 누가 믿어?"
왕국보가 공천왕의 행색을 보고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천왕이 벽려혼을 보고 말했다.
"오도령아, 나하고 이 내시하고 지금 누가 돈이 많냐?"
"내시라니? 난 내사야."
왕국보가 다시 흥분하여 호통을 쳤다. 이놈의 혀를 뽑아버려?
"아무튼 누구 주머니가 많으냐?"
공천왕이 한껏 왕국보를 약올리면서 벽려혼에게 물었다.
"그야 애비나 낭야왕이나 똑같고 당연히 내가 제일 많지요."
벽려혼이 스스로 제일 많다고 하니 공천왕은 순간 느끼는 게 있었다. 공천왕은 뒤로 돌아서 벽려혼에게 삿대질을 하였다.
"야, 이놈아. 내가 물어본 것은 저 내사하고 나하고 중에 누가 돈이 많냐는 것이야? 아참, 아까 내 돈을 너한테 다 주었지."
공천왕은 다시 뒤로 돌아서서 왕국보에게 말했다.
"말이 헛나갔소. 내가 아니라 저 오도령하고 내사하고 누가 더 돈이 많으냐 이렇게 얘기해도 상관 없지 않소이까?"
그러자 낭야국내사 왕국보가 말했다.
"요것들이 어디서 장난을 치는 거야? 좋아, 어느 놈이든지 좋아. 누가 많은지 당장 주머니를 꺼내 보자구."
공천왕이 왕국보를 말리면서 말했다.
"그냥 확인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소? 우리 돈 많은 사람에게 적은 사람이 그 액수의 두 배를 벌금으로 내기로 합시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낭야왕을 위한 새벽기도의 복채로 삼겠소."
"좋다, 만일 네 놈이 나한테 두 배를 물어낼 수 없으면 네 두 눈을 뽑겠다."
왕국보가 협박을 해도 공천왕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공천왕은 벽려혼에게 말했다.
"어서 꺼내 봐라."
벽려혼이 자신있게 소매 주머니에서 금괴 두 덩어리만 꺼냈다. 공천왕은 벽려혼이 자기가 제일 돈이 많다고 하는 순간에 뒤로 돌아 삿대질 하면서 그가 왕국보에게서 훔쳐낸 금괴 네 개를 모조리 벽려혼의 소맷속으로 넘겼던 것이다.
"보시오, 난 황금 두 냥이요."
벽려혼의 손에 놓인 금괴 두 냥을 확인하고서 왕국보는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황금 네 냥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주머니로 손을 넣었고 두 냥이 더 많으니 공천왕의 두 눈을 뽑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갑자기 왕국보의 얼굴이 변했다.
"이게 어디로 갔지? 방금까지 네 냥이 있었는데?"
왕국보가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니 사마도자가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것참 이상하군. 그새 저 뚱뚱이가 훔쳐간 것 아냐? 저 뚱뚱이 껍질을 벗겨봐."
사마도자는 공천왕의 절도 기술이 놀랍다고 여기고 의심하였다. 왕국보도 덩달아서 공천왕을 노려보았다.
"네 놈의 수작이렸다?"
그러나 공천왕은 뻔뻔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요?"
공천왕은 그 자리에서 자기 스스로 후다닥 옷을 홀랑 벗어놓고 연못 속에 들어갔다.
"내 옷에서 잘 찾아보시오."
왕국보는 시종들을 동원하여 공천왕의 옷을 벗기려했는데 공천왕이 재빨리 스스로 벗어놓은 옷을 보고서 달려가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그가 잃어버린 금괴 네 냥은 당연히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무일푼이었다. 사마도자가 보기에 이상한 일이었다. 뚱뚱이는 금괴 네 개를 훔쳤을텐데 하나도 가지지 않았고 멀리 떨어진 오련산 도사는 단지 두 개의 금괴라. 사마도자가 자기 딴에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왕국보에게 말했다.
"저 새끼 도사놈도 뒤져봐. 틀림없이 거기에 나머지 두 개가 숨어 있을거야."
벽려혼은 낭야왕의 시종들이 달려들기 전에 주머니를 스스로 털어서 금괴 열두 개를 꺼내었다. 그런데 벽려혼이 내놓은 금덩이가 모두 북방에서 주조된 금이고 동진에서 만들어진 남방 금이 아니었다.
"왕국보, 나는 원래 이렇게 금이 많소. 그런데 귀하가 두 배로 배상을 한다고 하니 불쌍해서 단 두 개만 꺼냈던 것이오. 이 열 두 개 중에 그대가 잃어버린 것이 있소?"
사마도자가 금 모양을 보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모두 북방에서 온 금이로군. 원래 돈을 많이 벌었나 보군 그래."
왕국보는 개망신을 당하고 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낭야왕이 용서하지 않았다.
"칠칠치 못한놈 같으니. 어디서 황금을 흘리고 다니는 거야? 내일 이놈들이 낭야왕부로 오면 그 때 황금 네 냥을 내주도록 해라."
사마도자는 죄없는 왕국보를 야단치고 황학루 정문으로 나갔다. 사마도자는 금괴 열두냥을 가지고 다니는 오련산도사가 겨우 금괴 네냥을 훔쳐갔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벽려혼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체가 되는 수모를 피할 수 있었다.
벽려혼과 공천왕이 후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동안에 수많은 기녀들이 지켜보았고 또 황학루 주인까지 나타나 마지막 장면을 구경하였다. 그의 눈은 벽려혼의 주머니 속에 있는 황금 열두 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천왕이 옷을 다시 입자 기녀들이 덤벼들었다.
"오대인, 누각 위로 드시지요?"
공천왕은 못이기는 척 누각 위에 끌려올라가 사마도자가 남긴 술을 먹었다.
"이놈들아, 난 돈 없어."
공천왕이 뒤로 빼려는데 벽려혼의 황금덩어리를 본 기녀들이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시면 점이라도 한번 봐주세요."
기녀들이 공천왕에게 술을 마구 권하면서 떠먹이다시피 하였다. 이때 누각 아래서 황학루 주인이 벽려혼에게 물었다.
"공자는 누구십니까?"
"나는 서주에서 온 오련산 도령이라고 하고 저 사람은 내 애비야."
제 아비를 내 애비라고도 부르는구나, 흉노족인가? 황학루 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그러십니까? 저는 유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어디서 쉬어가시려는지요?"
"그야, 여기 황학루지. 유대인이 좋은 방을 주시오."
유대인이 장사를 하기 위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게 방도 방 나름이라서 급이 여럿인데. 황금 한닢 짜리에서 한냥짜리까지 있지요."
"그야 제일 좋은 방이지. 아까 그 장약이 하고 며칠 쉬다가 가려오."
벽려혼이 장약을 지정하자 유대인은 횡재할 생각이 들었다.
"역시 눈이 높으시군요. 그럼 하루에 황금 한 냥입니다. 아참 저기 오대인은 어쩌지요?"
유대인은 공천왕에게도 기녀를 권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벽려혼이 잠시 생각을 하였다.
"우리 애비? 그렇다면 혹시 장약이 에미 없어?"
그 소리를 들은 공천왕이 갑자기 그 둥근 체구로 몸을 날려서 루각 아래로 굴러 내려와 벽려혼의 두 어깨를 잡았다. 공천왕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었다.
"아들아, 장약이 에미는 갑자기 왜 찾니?"
"미인은 미인을 낳는 법이니까."
벽려혼은 태연히 대꾸하였다.
"그렇지만 미인도 너무 오래 되서 벌써 죽지 않았겠니?"
공천왕이 원망의 눈초리로 벽려혼을 보았다. 벽려혼은 그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애비 잠 잘자게 밤새 등 긁어주라고 미인 여자를 생각한건데."
"그래, 효자 아들아. 이 애비는 등 긁어 줄 사람 필요없다. 그보다는 저기 쟤를 데리고 가겠다. 나도 네 돈 좀 쓰자꾸나. 그 돈이 모두 네가 다 번 것은 아니잖니?"
공천왕은 자기가 왕국보에게서 빼앗은 황금 네 냥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천왕은 루각 위로 여러 기녀에게 끌려다니면서 그새 눈도장을 찍어둔 소녀애가 있었다. 유대인이 그 여자애를 보고 내려오라고 손짓했다.
"이 애는 인도산인데 까무잡잡한 피부 하나로는 건강(동진 수도 이름) 제일이지요. 이름은 다비군(茶比君)이라 하고 이제 열여섯입니다. 솔직히 얼굴도 피부도 저 높은 곤륜(황제 사마창명의 생모의 별명.)보다 백배 나은데 겨우 황금 다섯닢이오. 그럼 두 분 모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유대인을 따라 벽려혼과 공천왕 다비군이 장약의 거처로 들어갔다. 장약은 자기 거실에서 이미 그녀를 방문한 진짜 점쟁이 노인에게 점을 치고 있었다. 장약이 노인에게 물었다.
"그만 만지고 이제 말씀을 해 보세요. 내 손금이 어때요?"
"왕후 상이로다. 너는 필경 왕후가 될 것이다."
점쟁이가 좋은 말을 하는 것이기는 해도 터무니 없이 좋은 말이니 장약이 웃었다. 기녀가 왕후가 된다니?
"아니, 내가 기녀인데 무슨 왕후가 되겠어요?"
"네 손금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