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성은 물결 속에서 움직였던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 하였으므로 언젠가 되는 날이 오겠지 하고 미루어두었다. 하지만 영체가 하는 일 즉 마음에게 지시를 내리면 마음이 일어나고, 육체는 그 마음에 따라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언행임을 확실하게 알았다. 진원성은 자기의 과거를,아린촌에서 벗어나서 무상도인을 만났던 때부터 다시 회상하였다. 가장 먼저 미심적었던 부분, 자기도 알수없는 힘에 이끌려 주에서 무뢰 두 명을 죽였던 일이 기억났다. 만일에 이런저런 것을 따지고 승부를 생각했더라면 결코 덤비지 못하였을텐데, 덤벼들었던 것은 영혼이 시켰던 그대로 따라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또 토번의 라싸, 드레풍사원에서 황교법주 달라이라마 4세는 진원성에게 복을 빌어주었던 일이 있었는데, 진원성은 그 말이 떠올랐다.
'법주님께서 축복의 법문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서 만다라(曼茶羅)를 보아라 이 말씀입니다. 그리고 만다라 탕카(불화 佛畵)를 보여드리라 그러십니다.'
'이것은 깨달음이 완성되어 우뚝 서있는 신성한 탑(塔 = 제단 祭壇)의 모습입니다. 또 모든 망상을 제거한 후에 남는 본질을 취집(聚集 모아들임)한 형상이라 합니다. 간단히 한마디로 줄여서 마음 속의 연꽃(蓮花)이라고도 하지요. 법주님께서 이 말을 전하고, 탕카를 꼭 보시라 하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었고요. 두려워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셨지요.'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 뜻이 무엇인지 몰랐었는데, 이제는 그 말이 영체가 하라는 일을 두려워말고 하라는 말로 이해가 되었다. 또 사원에서 보았던 만다라 탕카도 생각이 났다. 하지만 만다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깨달음이 완성되어 우뚝 서있는 신성한 탑(塔 = 제단 祭壇)이라는 말도, 모든 망상을 제거한 후에 남는 본질을 취집(聚集 모아들임)한 형상이라는 말도, 간단히 한마디로 줄여서 마음 속의 연꽃(蓮花)이라는 말도 아직 알수 없었다. (진원성은 나중에 이 말의 의미를 짐작하게 된다.)
진원성은 영체(영혼)가 육체를 통해서 언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자기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많은 깨닫음을 얻었다. 또 자기와 만났던 사람들의 언행들에 대한 것도 다시 해석할 수 있었다. 다른 예를 들자면, 제영반점에서 난정을 만났던 일이 있었다. 난정은 왜 그리 강짜를 부렸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자기가 억울하였지만 꾹 참고서 순순히 강짜를 받아주었던 것 역시 영혼이 시킨 일이었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그때는 적어도 3 일간은 속으로 억울해 했었다고 기억이 났다. 하지만 자기는 그 때에 수련에 미친듯이 빠져있었고, 수련을 계속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점소이 생활에 만족하였었다. 아마 손님이 주는 행하 동전에 연연하였더라면 참지 못하였을텐데, 손님과 싸우면 무조건 점소이가 손해를 보니 제영반점 점소이에서 쫓겨날까봐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목표가 뚜렷하면 방해를 받아도 흔들리지 않게 되는 법이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 때에 내 영혼은 난정이 내 부인이 될 거라고 알고 있었을까? 혹시 난정의 영혼은 자기가 나의 부인이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
초승달 바다에서 만난 영모님이 하신 말씀도 생각이 났다.
'진시주는 복수를 꼭하려고 마음먹고 있구먼. 한번 이 말을 들어보게. 여기에 큰 붓이 있어요. 무게가 한 백 근(= 60 킬로그람)이 나가는 큰 철필(鐵筆)인데, 진 시주가 이것을 가지고 복수(復讐)라는 글자를 쓴다고 생각하면, 그 글자를 잘 쓸 수 있을까?'
이 말뜻은 영체가 육체를 빌어서 언행하는 것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이라 여겨졌다. 영혼이 육체라는 철필을 들어서 복수라는 두 글자를 쓰는 일이 복수라는 말이다. 영체가 무엇을 하려해도 실제로 하는 데에서는 장애를 많이 만나게 된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일은 복수를 해야할 그런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었다. 흥안령 산에서 호랑이와 곰이 서로 영역을 다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속세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경쟁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복수할 일도 날마다 생기는 것이다. 한 개의 먹이를 놓아두고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것과 유사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끼리 경쟁하고 죽이는 것도 허용되어야할 일인가? 복수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인가? 아니면 복수도 꼭 해야할 경쟁 행위 중 하나인가? 명나라의 법에는 사적 폭행을 금지하는 법령이 있었다. 하지만 법을 집행할 관아 자체가 사적인 권력행사체 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추관 휘하 아문의 군병이 움직이려면 집행에서 이익을 보려는 민간인이 군병의 투입비용을 감당해야 하였다. 그러므로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법의 공평함이란 그림의 떡인 셈이었다. 이것은 명나라의 관인들에게 국가에서 지급하는 당례가 비현실적으로 적었으며,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폐단이었음을 진원성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원성은 나중에 청나라에서 관인들의 당례를 현실화 하도록 뜻을 전한다.
[청나라는 관아에서 일하는 모든 관인들의 당례를 국가에서 책정하여 지급하도록 하며, 세수는 전액 국가에 기운으로 올리도록 원칙을 정하였다. 이것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국가제도 전반이 거의 그대로 승계되었지만 승계하지 않고 변화한 것 중에 가장 의미있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청나라는 명나라 황제를 무너뜨린 세력(이자성 군)을 타도하여 주씨 황가의 복수를 하였다고 선전하였으며, 그 다음 명나라의 주인인 주씨 황가로 부터 황제위를 선양받는 형태를 취하였다. 그리고 반기를 들지 않았던 주씨 황족들은 구차하지만 작은 봉지를 인정받아 생존을 보장받았다. 이렇게 평화적 정권교체로 대부분의 국가제도는 답습되는 것이다.]
진원성은 사부용의 시강도 하나씩 되새겨보았다, 그것에서도 심체의 영상들은 여러가지로 보여주었으며, 사부용의 목소리에 따라서 영상들은 빠르게 변해갔다. 시강 내용 중에서 특히 신선에 관련하는 부분을 주의하여 잘 생각해보았다. 맨 처음 시강의 제목은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답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진원성은 지금 심체 속을 살펴보니 왠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거의 붙어서 가깝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과거사들이 현재와 연결되어 있는 인과관계가 더 잘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래를 알기가 훨씬 쉬어질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천지인(天地人)이 원방각(圓方角) 임을 들었으며, 하늘의 변화가 땅의 변화를 만들고 땅의 변화가 사람의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은 마치 영체 속에 들어 있는 '나'가 심체에서 마음을 만들면 , 그 마음이 시키는 대로 육체는 어떤 일을 한다는 것과 대응이 됨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의 변화를 가르치는 주역(周易)이라는 책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영체 속에 있는 나를 알 수 있는 공부가 있다면 그것은 주역과 비슷한 것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공부를 배운다면 나는 내가 얼마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알게 될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다음은 혼천(混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혼천이란 하늘 밖의 하늘(天外天)이라는데, 시간과 공간이 구별되지 않는 무극(無極)이라고 하였으며, 그곳에서 태극(太極)이 나온다고 하였다. 태극이란 시간과 공간이 구분되는 우주(宇宙)를 뜻하며, 양기와 음기가 구분되어 순환을 이루는 하늘인 것이며, 이 양기와 음기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낸 것이 땅(地)이라고 하였다. 진원성은 하늘을 영체에 비유하여 생각해보았으며, 심체를 땅에 비유하여 생각해보았다.
진원성은 양기와 음기를 생각하다가 자기의 몸 속에 들어왔던 많은 사람의 양기와 음기, 청해에서 정리한 바 있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기운이 어떻게 되어졌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모두가 뒤섞여서 하나의 기운이 되어 푸른물결의 심체가 되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 즉 변화무쌍하여 종잡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심체 속에서 검은 소가 나와서 똥오줌을 싸며,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될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 다음은 역사에 대한 것인데 역사란 사간의 흐름을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공부였다. 만 년이나 그보다 아주 오래 전에는 지금과 기후나 토양도 많이 달라서 바다가 높은 산이 되고, 높은 산이 다시 바다가 되는 일이 있었다는 것과 더운 지방이 추워지고 비가 많이 오는 지방이 비가 적어져서 사막이 되기도 하였음을 배웠으며, 이러한 땅의 변화에 따라 사람도 변하게 됨을 배웠다고 생각하였다. 북쪽에 조선(朝鮮)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천자국(天子國)으로 살기 좋은 나라였으며, 그 아래로는 봉국들이 있었으며, 조선에서 봉국들에게 글과 역법(曆法)과 다른 많은 기술을 가르쳐주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조선이 천자국이라면, 환국(晥國)이라는 말인가? 이 부분은 배운 것이 없었으므로 진원성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조선이 초승달 바다 옆이나 그 위라면, 그곳을 다녀온 진원성은 지금은 그곳이 그리 살기 좋은 곳이라 할 수는 없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이라 하지 않았던가? 진원성은 노예였을 때에 살았던 곳인 강남 땅 소주(蘇州)를 가장 살기 좋은 기후나 땅으로 기억하였다. 물산이 풍부한 것은 한눈에도 알수 있는 법이다. 진원성이 들은 바에는 어떤 때에는 북쪽 땅이 열대우림의 무성한 수목으로 가득찼었으며, 몽골고원 아래의 사막과 섬서성 일대에도 우기(雨期)와 건기(乾期)만 있었던 때가 있었으며, 그것을 봄과 가을로 불렀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 때에 써진 책에서는 여름이나 겨울의 글자는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계절을 부르는 명칭 춘하추동(春夏秋冬)은 처음에는 춘추만이 나타나고, 역사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 하동의 글자들이 출현하였다.] 그리고 그 때에는 북쪽에도 더운 지방에서 사는 코끼리와 물소와 악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였다. 진원성은 아직 코끼리와 물소와 악어를 본 적이 없었으며, 말로만 들어보았다. 그리고 기후가 변하여 북쪽은 점점 추워졌으며 건조해져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져서 점차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하였다.
그 다음 진원성은 조직 시강을 기억해보았다. 사부용은 조직원들의 욕심을 제어하는 것이 조직을 끌고가는 핵심인 것을 가르쳐주었다. 자기는 얼마 후면 선계로 가야하니 사부용이 애써 시강해준 공부가 쓸모없어졌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선계로 가기 전에 흑응회를 튼튼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조직이 튼튼하려면 강하게 단결해야하고, 그것은 배반자가 없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식이었다.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면 조직은 급속하게 약화되는 것이다. 튼튼한 조직은 조직원들끼리 함께 공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뭉치게 해야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였다.
흑응회원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놓고, 한번에 천뢰심공으로 회원들 모두를 감응시킨다면 그들은 흑응회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며, 그들이 모두 죽을 때 쯤에는 난정을 비롯한 부인들도 죽을 때가 될테니 그게 좋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천뢰심공으로 한번에 몇 명이나 감응시킬 수 있을지는 알수 없었다. 제남부성 남쪽 소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천단이 생각났다. 그곳에 회원들을 모아서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하면서, 토번 캉린포체 신산에서 만나뵌 영모님처럼 북을 치면서, 천뢰심공 기운을 만들어 한꺼번에 감응시킨다면 그들은 모두 동시에 하나의 경험을 갖게된 배반하지 않는 회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지금도 그 북소리는 잊혀지지 않고 진원성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제남에 가면 이것이 가능할지 살펴봐야 하리라 생각했다.
그 다음 시강은 역사였다. 중원의 역사는 황하를 중심으로 북쪽 유목민들의 세력과 남쪽의 농작민들의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자 대결해왔던 역사라는 것이었다. 북방은 처음에는 조선의 앞선 문명기술을 받아들여서 우세하였지만 나중에는 남방 농업의 풍부한 물자를 당해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원성은 이제 오랜 여행에서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중원에 있다가 없어졌던 많은 나라들의 왕과 지배층들은 북쪽에서 남쪽을 침공해온 부족들의 후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부용이 숙제로 내준 것이 기억났다. 일세(一世)는 삼십 년인데, 일세마다 인심이 변하는지 여부를 알아볼 것을 숙제로 내주었으며, 그것이 지기(地氣 땅의 기운)에 의한 것인지 알아보고, 지기의 움직임을 살펴보라고 하였었다. 오행의 기운이 상극으로 움직이면서, 인심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필요해지는 시대로 변화해가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의 처음에는 자격이 부족한 사람을 너그럽게 평가하여 인물로 세워써야 하며, 마지막에는 모든 신료들과 만성들이 거짓으로 뒤덮여서 믿음이 고갈되는 시기가 오는 것이 명료하게 보이는듯 하였다. 모든 나라는 돈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고갈되어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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