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한 채 밖에는, 그리고 작은 건물들이 몇 채하고요... 그런데 저도 여기와서 좀 놀랐습니다. 이렇게 천막으로 된 절인 것을 짐작도 못하였고요..."
"본래는 여기에서 오 리 정도 뒷쪽에 크진 않지만 본당이 있었는데, 4 년 전 소실(燒失)이 되었고요, 아직 천막 신세랍니다. 이곳 하하 지역은 우리 토번 만성들이 떼지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근처에 질좋은 초지(草地)가 넓어서 말을 키워서 중원에서 물목들을 바꾸어 왔지요. 시주도 오면서 보셨겠지만 맘만 먹으면 오만 필의 말도 키워낼 그만큼의 초지가 있지요. 하지만 많이 키워내면 뭐하겠습니까? 명나라가 그것을 사주어야지요. 사주지 않으면 말도 그냥 늙어죽기 밖에 더하겠습니까? 그래서 말조차 수량을 줄여서 키워내야 하고요... 몽고족들이나 회족들이 키워내는 말들도 있어서 여기 토번 만성들의 어려움이 심하답니다. 조금 있으면 점심을 이리 가져올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토번 사정 이야기나 들어 두시지요. 어쩌면 도움이 될터이니까요."
"예, 그렇잖아도 점심을 먹지 못하여서... "
"오시면서 임하의 차마사를 지나쳐 오셨지요? 또 임담과 진주, 이렇게 차마사가 3 곳이 있지요. 그곳에서 매년 5 월에서 7 월 까지 말 이만 필이 차와 교환이 됩니다. 말 한 필에 만성들이 먹는 잎차가 이백 근 씩 교환이 되니까 아니 중품차는 백 근이니까 반반이라면 잎차가 삼백만 근이 말과 교환되는 셈이지요. 물론 회족이나 몽고족들은 비단으로 바꿔가는 량도 삼할은 될터이니 잎차의 량은 그만큼 줄어지겠죠. 그중에 우리 토번에 들어오는 반 정도의 잎차는 백오십만 근 정도가 되지요. 그 중에 이 삼 할은 중품차입니다."[당시 명나라는 변경세력 조정방책으로 각 지역, 차마사 별로 구입 마필 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참 엄청난 량이군요."
"토번 만성이 이백만 명 정도라 치면, 한 사람당 한 근도 채 못되니 충분한 량은 아니지요... 아, 점심이 왔는데 드시면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중원은 차가 아니라도 마실 것이 많으니 차가 절대적은 아니지요."
"토번에는 마실 것이 차 밖에 없나요? 토번에서는 차를 만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렇게 차만 마실까요?"
"처음에는 차가 없으니 만성들이 안마셨고요, 사치품으로 귀족들이나 대법사님들이나 마셨지요. 그런데 명나라 들어서 태조 홍무제가 토번에게 특별히 은전(恩典)을 베풀어서, 차마사를 세우고는 말 한 필에 차 일천오백 근씩을 교환시켜주도록 했습니다. 말의 무게보다 더 많이 차를 바꿔준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보다 거의 열 배 이상 말 한 필의 값을 높게 쳐준 셈이지요. 그렇게 십 년을 하고나니 토번 만성들 모두가 차맛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토번 만성들이 육식을 많이 하는데 차가 육식에서 생기는 나쁜 병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고해서 모든 만성들은 차에 중독되고 말았지요. 차의 노예가, 바꿔 말하면 명나라의 노예가 되고만 것입니다. 이제 토번은 중원의 차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지경에 빠졌습니다. 홍무제가 베푼 것은 은전(恩典)이 아니라 독이었던 것입니다."
"아! 홍무제의 그 조치는 실로 안에 독을 감추고 밖에 꿀을 바른 무서운 당과였군요. 하늘 아래 천하의 주인으로써 황제는 중원의 만성이나 변방의 만성이나 똑같이 어여삐 여기고 긍휼을 베풀어주여야 하는 하늘의 아들인데, 홍무제의 그 일은 천자로써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이니 잘못된 정치라 할 것입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어찌 생각하면 차가 몸에 이로운 측면이 있으니 홍무제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답니다. 이로써 토번은 명나라에서 말 사주기를 애원하는 그런 처지로 전락(轉落)합니다. 문제는 명나라에서 금년에도 상인들이 가져오는 잎차의 량을 보면, 명나라에서 구입해갈 말의 수량이 더욱 줄어들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번의 마방이나 다른 이족(異族) 상인들이나 근심이 벌써 크게 늘었답니다. 토번에서는 명나라에서 말을 사주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황금이나 은자를 가지고 잎차를 사들여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군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토번에는 기왕에 거래하며 어떻게 저축해둔 은자가 있기도 하고, 또 자체의 광산에서 캐낸 황금이나 은자가 조금씩 있기도 합니다만,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은 만성들이 토번 땅에서 나와서 명나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돈을 벌어서 다시 토번으로 차를 사가지고 들어오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만큼 잎차의 값이 크게 차이진다는 문제이지요. 그래서 밀무역(密貿易)의 문제로 필연적으로 나아가게 되고요. 시주께서도 서안에서 중원인이 아닌 몽고나 위구르나 토번의 시람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가 또 하나의 골치 아픈 문제가 겹쳐지게 됩니다."
[만력 30 년 경부터 변경의 각 차마사, 견마사에서 말의 구입 필 수는 연간 소요 필 수보다 현격하게 줄어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병부(兵部)에는, 변방에서 전쟁에 대비하여 말을 구입할 특별계정의, 마가은고(馬價銀庫) 태복시(太僕寺)를 두고 있는데, 점차로 태복시가 가벼워지다가 만력 37 년에는 완전 고갈되고 만다. 그러므로 진원성이 토번을 방문하는 만력 38 년은 병부에서 말 구입 대금을 마련하느라 초비상 사태가 일어난다. 결국 긴급 채무를 일으켜서 각 변경에서 최대한 말을 구입한다. 유목민들은 말을 구입해주지 않으면 바로 그 말을 타고 쳐들어와서 약탈을 해가는, 변경소란의 전례가 있었음이다. 그러나 말 구입량은 전년의 7 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국경 밀무역은 더욱 기승을 떨치게 된다.]
"예? 또 하나의 문제는 어떤 것입니까?"
"토번 내의 문제입니다만, 토번 불교에는 황교와 홍교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 것을 혹 들어보셨습니까?"
"예, 그 사실은 불과스님에게 간단히 들었습니다. 그때에 저를 궁금하게 만든 것은 토번의 홍교는 왜 그렇게 쉽게 부패하게 되었을까 하고, 그 이유가 궁금하였었지요."
"저의 설명이 아마 그에 대한 답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토번에서는 중원과는 달리 불교가 만성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만성들은 살면서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저와 같은 승려에게 묻고 지시에 따릅니다. 토번 불교에서는 승려를 라마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토번불교를 라마교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또 불교 사원(寺院)은 사원의 재산이 되는 토지와 노예까지 갖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사원을 유지해 나가지요. 또 사원에 찾아오는 신도가 늘어서 사원의 재정이 충분해지면 토지를 더 사들여서 더욱 부자 사원이 되어가는 식이 됩니다. 그래서 부자인 큰 사원은 자체적으로 마방을 운용하여 장사까지 해야하게 됩니다. 토번에서 마방은 중원에서 상방이란 말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원이 이렇다보니 재물에 깊이 관련되어 있게 되고, 승려라고 해도 손익에 민감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아시겠는지요?"
"황교는 고결한 승려들의 모임이라 하여, 홍교와는 아주 다르다고 그렇더군요?"
"저 역시 황교의 라마입니다만, 저는 그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종단의 문제라 보고 있습니다. 사원도 종단도 재물이 없으면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하여 재물욕심을 내는 것을 주위에서 알면서도 막지 않고 있지요. 황교의 사원들 역시 홍교와 동일하게 운영되며, 단지 라마들이 좀더 개인적으로 덜 부패할 그런 수행을 많이하고 있을뿐이지요. 이렇게 재물과 사원이 직접 관련되니, 말의 교역에서도 그 문제가 나타납니다. 지금 차마사에서는 홍교 소속의 마방과 황교 소속의 마방이 서로 분쟁을 일으키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 때 쯤엔 하루에도 두 세 차례 황교의 마방에서 우리 사원에 찾아와서 홍교의 마방과 생긴 문제를 상의해옵니다. 저는 그 때마다 반반씩 나누어 주라고 해서 보냅니다마는 뒤돌아가는 불자의 모습에서 불만을 읽어내고 저는 좀 괴로워합니다. 홍교 마방에서는 그와 같은 경우에 거의 나누지 않고 챙겨가는 모양입니다."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있어야 하지요?"
"감합부(勘合符)라 하여 차마사에 들어올 자격을 심사하는 것인데, 그것은 마방들 모두 가지고 있지요. 교역은 차마사 내에서만 하도록 되어있으니 차마사 밖에서 교역을 하면 밀무역이 되지요."
"저는 장사꾼입니다만, 제가 캄바라 스님께 하나의 의견을 말씀드릴까요?"
"어떤 의견입니까? 한번 들어볼까요?"
"다음부터는 스님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이익을 나누어 줘야할 사람과 같이 스님에게 오도록 하십시오. 그래서 같이 오면 그 사람에게 다음에 이런 경우가 되면 자기도 이익을 나누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이익을 나누어주라고 하십시오. 만일에 오지 않으면, 이익을 나누지 말라고 하시고요. 어떻습니까?"
"그것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효과를 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마방은 마방끼리, 사원은 사원끼리, 종단은 종단끼리 재물 때문에 자꾸 부딪히고 마찰이 일어납니다. 점점 심해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게다가 명나라는 어떤 일인지 말 구입량을 점점 줄여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고(國庫)가 어려워지면 줄였다가 다시 늘리기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다치고요... 말의 수량이 늘어나던 줄어들던 그와 관계없이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으로 황교와 홍교 간에 마찰이 커지는 것은 아주 큰 문제입니다..."
"황교의 지도자와 홍교의 지도자 간에 만나서 어떤 타협점을 만드는 방법은 할 수 없나요?"
"예, 그것도 하나의 제안이군요.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토번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토번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나라들로 쪼개어져서 있었습니다만, 그 작은 나라들끼리 서로 싸워서 그 다음에는 중간 크기의 몇 개의 나라가 되었다가, 약 천 년 전에 송첸감포 왕이 나타나서 처음으로 토번 전체를 하나의 나라로 통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송첸캄포 왕이 토번에 불교를 들여오게 되었습니다만, 그 다음에 보니 중간 크기의 나라 꼭 그 만큼의 크기로 라마교의 여러 종단들이 자리를 잡고 과거 중간크기 나라들이 하는 것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일이 되어 통일된 왕은 있지만, 과거 중간 크기의 나라 대신에 그와 비슷한 크기의 종단들이 나라를 대신하였으니 사실 만성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통일된 왕이 있는 것 말고는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는 셈이지요."
"흐음, 중간 크기의 나라들이 중간 크기의 종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나라에 세금을 한번만 내던 것이, 이제 통일된 나라의 세금을 내고, 중간 크기의 나라 대신에 있는 종단에서는 마방을 운용하여 장사를 하여 세금을 걷는 것처럼 이익을 챙겨가고, 점점 토지를 사고, 더 부자가 되고, 점점 덩치가 커져갑니다. 또 자세히 보니 처음에 아주 작은 나라였던 때의 작은 나라 대신에, 더 작은 종단이나 귀족들이나 토호들이 들어서서, 그대로 어떤 형태가 유지되며, 만성들에게 어떤 이익을 거두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작은 나라였을 때와 중간 크기 나라였을 때와 통일국가가 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세금을 이중 삼중으로 내게 되어 세금부담만 더욱 커지게 된 것이란 말이지요. 그래도 토번 만성들은 신심이 아주 깊고, 또 오랫동안 라마에 대해 복종의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잘 참고 견디어 왔지요."
"......"
"토번만성들은 힘든 삶을 살면서도 자기의 자식을 라마로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그러면서 신심(信心)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지요. 승려들의 숫자는 많아져서 한집 건너 마다 승려가 나옵니다. 그러나 통일 왕국의 왕이 보니, 세월이 지날수록 중간 크기의 종단들의 세력이 커져서 문제가 됨을 알게 됩니다. 즉 종단은 자체 재력(財力)이 커지고, 종단 소속 승려들의 숫자도 대폭 늘어나자 결국은 나라의 세금까지 욕심을 내게 됩니다. 왜냐하면 커진 덩치가 먹고 살려면 무엇인가 더 필요한데, 나라의 세금이 가까이에 있으니 그것을 손댄 것이지요. 그 때는 이미 자기 아래의 작은 종단 귀족 토호들에게도 짜낼만큼 짜낸 다음이기에 그 다음은 나랏 돈을 손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결국 이렇게 되서 송첸감포 왕때 들어온 불교는 삼백 년 정도가 지나자, 라마들이 정치에 뛰어들어 왕권쟁탈전이 시작되고, 통일 왕조는 막을 내립니다. 그 때에 일부 왕족들이 서쪽 아리지역(=티베트의 서부지역)으로 피난 가서 구게(古格) 왕국 등으로 독립하여 남게 됩니다."
"구게왕국이라..."
"그 때 이후 지금까지 토번은 각 지역별로 종단과 통치세력이 할거하며 경쟁 중입니다. 지금부터 200 여 년전 우리 황교(黃敎)의 총카파(宗喀巴) 조사(祖師)님이 나타나시어 모든 불교종단들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외쳤습니다만, 이제는 우리 황교마저 욕심을 챙기지 않고는 뿌리 뽑혀야 하게 되었지요. 이거야 원... 이렇게 되어서는 불교는 토번의 구질(久疾 오래되어 낫기 어려운 병)이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이래서는 만성들이 견디지를 못합니다. 불교에서 욕심을 너무 부리니 그에 따라 라마의 숫자가 너무나 많아졌고요, 이것을 어찌 고칠 수 있을까요?"
"승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가 됨을 저는 오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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