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영반점의 본부님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분이 큰 은혜를 주셨네요."
"본부님이란 제영반점의 본채를 관리하는 부총관을 줄여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대로 계시는가 모르겠네요. 어디에서든 잘 계시길 바랍니다. 기회가 되면 찾아뵙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겠어요. 그런데 부용, 하나 묻고싶은 게 있어요. 대국적 견지가 아주 중요하고, 그래서 황제가 시강원을 두어 경연을 하고, 내각을 두어 대국적 견지를 유지한다 했는데, 시강원이나 내각에 있는 신하들이라도 사리사욕에 빠지는 일이 없지는 않을텐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렇지요. 사람은 누구나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누구나 유혹을 이기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어 직책으로 책임을 지어 맡기면 유혹을 이기기가 좀더 쉬워집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책임은 역시 황제가 짊어져야 하고요, 황제가 얼마나 영명한지의 여부에 달려있지요. 이제 이야기를 좀 바꾸어서요... 대국적 견지와는 대응이 되는 좀 작은 면에서 세상살이를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진랑께서 살아가는 동안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몇 명 쯤 될까요? 자주라고 하면 ... 해 마다 한 두 차례나 혹 평생에서 대 여섯 차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보지요. 그 중에는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도 있고, 원수도 있을 수 있고요, 선생님이나 부하도 있을 수 있지요. 진랑은 그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
"흐음,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한 백 명 쯤 될까요?"
"보통 사람은 몇 백 명 정도이고요, 아주 많은 사람은 일천 명에서 삼천 명 정도 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도 잘 기억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기억주머니의 크기가 그 정도 밖에 안되서 그러는 것인가 합니다만, 지금은 편의상 일천 명이라고 해 두지요. 진랑이 살아가면서 실제로 가까이 상대를 해야하는 일천 명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점을 말해 봅니다. 그 일천 명 중에는 해녕형님도 있고 아린 형님도 있고 저도 있습니다. 진랑은 저에게 어떻게 대하시는 것이 좋을까요? 뭐 이런 내용이지요."
"부용이야... 난정이나 아린총관 역시 나는 다 똑같은 나의 부인이라 생각하고 공평하게 대할 생각이오. 그것이 옳지 않겠소?"
"공평하게 대한다고 말씀하시면, 그 속에는 이미 다소간 공평하지 않음도 내포가 된듯 그렇게 느껴집니다. 진랑이 공평하게 대하는 것보다는 세 사람 모두가 진랑에게서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어떻습니까? ... 그런데 공평하다 또는 친절하다 이런 말은 처세를 평가하는 말입니다. 진랑은 어떤 행동을 하여 그런 평가를 들어야 하는 것이지, 그런 평가에 맞출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는 좀 주객이 전도되는 그런 처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세 사람이 다 각기 다른, 진랑의 부인으로써 공평하게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보다는, 각자 자기 나름대로 진랑의 특별한 부인이 되고 싶어하는 점을 알아주셔야만 하지요. 이 점이 이해가 되시는지요? ... 모든 사람은 의미가 있는 사람에게서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란답니다. 공평은 그런 의미가 없을 때에 그 때에야 필요한 가치가 되는 것이지요."
"특별한 사람이라... 부인도 그렇고 ... 부하도 그렇고... 그러니까 내가 공평하게 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특별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 정 그리 못하면 그 때에야 상대방이 느끼기에 공평해야 하는 것이다 그 말이지요?"
"예, 진랑이 저의 말을 즉시 이해를 해주시니 참 좋습니다. 쉬운 것은 아닌데... 저는 진랑의 주위에, 진랑을 존경하고 아끼고 추종하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진랑과 흑응회가 더욱 크게 발전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되려면 진랑이 흑응회의 주군으로써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처세를 해주시는 것이 좋겠다 하는 것을 모아서 다음과 같이 말씀드려봅니다. 처음 다섯 가지는 친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요."
"으음, 대국적이 아니라 소국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하나는 각 사람의 인연을 각각 별도로 소중하게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든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 또는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꼭 해주시고, 둘이 있을 때에 그 과거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도록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상대는 그 특별한 때를 기억하며, 계속 주군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지요. 그러면 진랑도 그를 계속 특별하게 대하는 것도 수월해지지요."
"으음, 처음 만났을 때에 어떤 특별한 선물이라도 하나 준다면, 두고두고 잊지 않을 수 있겠구만요."
"그렇답니다. 저는 진랑에게서 가장 좋은 선물을 받았지요. 둘은, 진랑의 계획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시고, 그 계획이 잘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하십시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고, 지도자가 되려면 계획을 말해야 한다고 합니다. 잘못함을 지적하여 앞으로 잘못하지 않게 하는 것보다는, 계획을 말해주고 그 계획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사전에 잘못을 방지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된다 합니다."
"계획을 자세하게 말해주면 잘못을 방지하게 된다..."
"셋은, 부하들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지금 부딪치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문제를 알기까지 잘 들어주셔야 하고, 상대가 문제를 다 말하도록 잘 유도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문제를 안 다음은 그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른 방도로 해결할 수 없는지 하는 것을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사람은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는데 이로써 그는 자기의 어떤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낼 수 있으며, 속사람이 성장하게 되고, 이로써 두 사람은 형제보다 다 가깝게 맺어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고..."
"넷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여유롭게 대하십시오. 즉 어떤 것도 강하게 요구하지 마시고, 원하는 것을 말하여 상대가 알도록 하되, 상대에게 어떤 부담감으로 남기지 마십시오. 부담감 때문에 도와주는 것은 오래가지도 못하며, 또 반드시 이른 시일에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즉 상거래가 되는 것이지요. 진정 가까운 사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 어떤 일체감에서 함께 해나간다는 마음으로 도와준다면 그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여유로 대하는 것은 실제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며, 실제의 여유가 전달이 되면 서로 간의 눈길에서 그것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여유를 가져라..."
"다섯은, 믿지 못할 외부인이 없을 때에는 진랑의 마음을 개방하여 상대가 진랑의 마음을 모두 알게 하십시오. 이것은 상대를 신뢰한다는 표시이며, 상대에게도 진랑에게 신뢰를 주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 이렇게 신뢰를 주고받으면 그 때부터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때가 되면 자기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표현하는 말이나 행동이 필요하며, 이 자기표현력이 부족하면 따로 연습을 해서라도 표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기술이지요."
"자기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
"여섯 부터는 처음 만나는 사람, 낯설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입니다만, 여섯은, 상대를 존중해주고, 상대와 공감하는 부분을 빨리 파악하여 관계를 설정하십시오. 처음 만나서 이 관계가 만들어지기 까지가 가장 어려운 시간이지요. 관계가 만들어지면, 그 관계를 점점 더 긴밀하게 발전시켜 나가면 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공감하도록 노력을 하라 ..."
"일곱은 상대에게 어떤 이유로든 겸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상대와 어떤 일을 연결해야할줄 모르니까요, 겸손하게 대하여야 하지요. 또 어떤 누구든 겸손하지 말아야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또 겸손하면 결국은 상대가 마음 속에 있는 허리띠를 살짝 느슨하게 만들것이기 때문입니다."
"겸손해라..."
"여덟은, 상대에게 부탁을 하려면, 상대가 부탁을 들어줄 수 있도록 어떤 매력있는 조건이 반드시 있게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가 스스로 도와주고 싶어했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완전 성공이라는 것입니다. 상대가 정 매력을 느낄 부분이 없으면, 뇌물로라도 그것을 대신해야 하는 것이지요."
"상대가 매력을 느낄 부탁을 해라..."
"아홉은, 상대가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해올 때 그것을 거절하는 방법이 좋아야 합니다. 상대의 부탁만을 거절해야지 상대까지 거절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즉 부탁하는 상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였으나 여건이 안맞아 부탁을 받을 수 없음을 잘 설득해야하는 것이지요. 가급적 다른 대안을 추천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거절할 때는 부탁만 거절하고, 상대를 거절하지는 말아라..."
"열부터 열하나는 누구에게나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열은 어찌 되었든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화가 난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화를 내면 상대는 더욱 마음을 굳게 잠그고 맙니다. 되는 일이 없지요. 그러니 그 때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할수록 더욱 나중에 후회할 일만 늘어나는 것이지요. 화를 내뿜는 것보다는 침묵이 훨씬 더 낫습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말고 진정되기까지 기다려야 하지요. 어쩌면 세상만사 화낼만한 가치 있는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화를 낸 채로는 어떤 일도 하지 말라고 ..."
"열하나는, 모든 것에 한계가 있다. 사람도 죽고, 조직도 죽고, 나라도 죽는다는 것이고요. 우주는 넓고 거칠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열한 번째의 지금 이 말은 진랑께서 어떤 일을 앞두고, 혼자 조용히 생각하시면, 진랑의 앞에 놓여있는 일들에서 집착이 사라지면서, 마치 흙탕물 속에 있던 것들이 가라앉고 맑은 물속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가 필요할 때가 오면 혼자서 조용히 머물 곳을 찾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넓고 거칠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기미만 알 수 있을 뿐이라는 우주 말이지요..."
"예, 끝없이 공부를 해도 모두 알기는 어렵지요. 이제 처세 시강을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서 마지막으로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처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진랑이 답을 해보세요?"
"그것은 대국적 견지를 갖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흐음, 그게 답이 아니군요. 대국적인 일을 잘못이라 알려면 상당한 시간과 공간이 지나야 하겠지요."
"대국적인 일은 때로 백년이 지나야 알수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당장 알수 없기 때문에 대국적 견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 게 아닙니다. 어떤 황제가 대국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신하들이나 만성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흐음, 이제 알겠어요. 황제가 신하들에게, 만성들에게 믿음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예, 다시 말하면 지혜나 지식은 보다 근원적이고 대국적인 것이 우월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는 오히려 처세가 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알맹이는 근원적이고 대국적인 것이 우월하고, 처세는 개인적이고 소국적인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입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말이지요. 소국적 견지(小局的 見地)에서 사람을 만나 열한 가지의 규칙을 지켜서 상대를 잘하는 일이 되어야만 대국적인 일도 진행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주변의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잃지 않아야만 합니다. 믿음을 잃어버리면 모두 다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믿음을 잃으면 외톨이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혜는 대국적 큰 지식이 우선이지만, 처세는 소국적 한 사람의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하지요. 이걸로 처세 시강을 마칩니다."
"석도 사부님 공부시켜주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나는 부용의 노고를 생각해서 잊지않으려 자꾸 되새김을 할 것이오."
"이제 남은 시강은 전쟁(戰爭), 무역(貿易), 정치(政治), 농공(農工)을 포함한 통상(通商) 이렇게 네 가지 입니다. 이것은 다음에 적당한 때가 오면 하기로 하지요. 우선은 그동안 시강한 것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여 진원성은 사부용을 사부로 모시고, 개인, 교육, 기술, 처세에 대한 시강을 마감하게 되었다. 진원성은 본인의 지식이 워낙 부족하였으므로 자기가 들은 시강의 갖고 있는 가치를 알수 없었으나, 겸허한 마음으로 시강의 내용을 잊지않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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