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적목단에서 미곡판매를 시작할 때에, 저를 찾아와서 미곡을 저가로 판매하는 것을 공식화할 수 있게 대지주들에게 어떤 양해를 얻도록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남부 내의 하위(下位) 5 푼의 빈민들에게만 미곡을 약 1 할 정도 싸게 파는 것에 대해서 나보다 먼저 하남지부 님께 어떤 내락을 얻을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세사로 나와있던 환관 놈들이 그 소식을 듣고, 세수가 줄어들 것을 걱정해서 반대를 하여서 무산이 되었고요, 그 다음에 적목단은 저를 찾아온 거지요. 저는 5 푼의 빈민에게만 판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이유를 들어 거절을 하였습니다. 일이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그 때에 적극 나서서 어떻게 단도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
"제남에서도 흑응회는 지부님에게 그런 부탁을 드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환관들이 나서서 거절하게 되었답니다."
"기 장주님 말씀은 어떤 행동을 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말씀인가요?
"그것이 아니라 ... 일단은 비룡방주님께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말씀이라 값이 꽤 나가는 존견(尊見)임을 여러분 들은 일단 기억하여 두시기를 말씀드리고요. 이 고견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도를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저는 비룡방주님의 고견 그대로 따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약속조건은 제남부나 하남부로 한정하더라도, 결국 그 영향이 점점 퍼져나갈 것인데 ... 그것마저 막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하남부나 제남부가 문전(門前)이 아닌 장주님은 받을 수 있는 방도일지 모르나, 제남이나 하남에 전답의 태반이 있는 장주님들은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인데요 ..."
"제남의 요 장주님 생각은 ... 비룡방주님의 고견 말씀, 어떠십니까?"
"하남보다 제남은 미곡 저가판매를 한 해 더 겪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그게 처음에는 제남 역성에서 부터 작게 시작하였어요. 그런데 그런 일은 소문이 얼마나 빠르던지, 우리 장원에 줄을 댄 미곡 소매상들이 자꾸 말을 해요. 쌀가져갈 사람들이 왜 제남 역성에서 파는 값보다 비싸게 파느냐고 말을 해대서 좀 곤란하다는 것이지요. 그 파급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퍼지고, 타격이 큽니다. 쌀이란 게 매일 먹는 것인데 사고 파는 사람 사이에 매일 보다시피 하는 것인데, 왜 비싸게 파느냐는 식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자꾸 말을 들으면, 견딜 장사가 없다는 것이지요. 매일 같이 얼굴을 맞대야 하는 입장에서는 ..."
"그래서요?"
"저의 의견은 흑응회나 적목단이란 데가 미곡판매를 못하게 ... 결국은 그것만이 해결책이 될 거란 생각입니다."
"이 기가(奇家)도 요장주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도 그 결론이 나오더라구요."
"그러나 어떻게 못하게 만들거냐? 어떤 방법으로 ..."
"그것은 우리가 미곡운반으로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조사해보니 이번 가을부터 적목단은 한구진(漢口鎭)에서 미곡을 실어오고 있었습니다. 마차 열한 대씩이 움직이며 한번에 미곡 300 석이 운반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강탈해서 미곡 운반을 막는 것입니다."
"그럼 강도짓을 하잔 말인가요?"
"결국은 그렇습니다. 그 대열이 열한 명이 한 대(隊)가 되어 움직이는데, 그러나 표국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경호 인력은 한 사람도 없고, 모두 마부(馬夫)들만 있어요. 그러니 가져갈테면 가져가라는 말과 진배 없단 말이지요."
"그러면 강탈한 미곡은 어떻게 처리할 것입니까? 그리고 강탈한 뒤에 마부들은 그냥 돌려보낼 것입니까? 얼굴을 모두 보았는데 결국 강도로 추쇄를 당하게 될 터인데... 마부들을 모두 죽이자는 말은 아니지요?"
"강도 짓을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강도들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뒤에서 사주(使嗾)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누구를 시켜서 강도짓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누구를 요?"
"그야 모르지요? 누가 될지 ... 우리는 처음에 이렇게 하면 쉽게 미곡 300 석을 얻게 된다는 시범만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 소문이 나서 무뢰들이 너도 나도 강도짓에 뛰어들 것입니다. 미곡 300 석이 너무나 쉽게 손안에 떨어지거든요."
"정말 그렇게 될까요?"
"만일에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리고 우리가 강도짓 한 것을 들키게 된다면 정말 큰 재앙을 만나게 될 것인데 ..."
"임향주님은 왜 아무 말이 없으신가요? 기 장주님 말씀을 듣고만 계시네요?"
"예, 제 의견은 ... 저는 기 장주님 말씀에 기본적으로 찬성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몇가지 내용은 좀 바꾸어야 된다 봅니다... 우선은 흑응회의 미곡판매는 강제적으로 중지를 시키는 것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렇지 않고 제남부나 하남부만으로 한정해서 하게 한다는 것은 결국 황하를 뚝으로 막아서 물길을 막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즉 불가능하다 그 말입니다."
"그렇지요. 저도 그것은 불가능이라 그리 봅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도 불가능이라 보고요, 아마도 모든 분들의 의견이 불가능이라는 것이지요 ... 아니면 말씀해 보세요? 아무도 없지요. 임향주님 말씀하시지요."
"자, 그럼 어떻게 강제적으로 막을꺼냐인데 ... 우리 여기 모이신 장주님들이 합해서 하남부에서 이백 명, 제남부에서 이백 명을 경비인력을 차출하여 강도 짓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 차레, 아마도 두어 차례만 성공시킨 후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러면 아마도 무뢰들이 소문을 듣고서 우리를 모방해서 강도짓을 열심히 해줄 거라 봅니다. 그 다음은 흑응회에서는 미곡판매를 중단하던가 아니면 운반대에 경호인력을 붙일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 경호 인력까지 붙이면 아마도 흑응회는 조만간 자금이 고갈되어 스스로 주저앉을 것으로 봅니다. 저의 생각은 흑응회가 스스로 그만두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계산을 뽑아보니 경호인력까지 붙으면, 미곡저가판매는 불가능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흐으음 ..."
"인력이 이백 명씩이나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 양쪽에 이백 명씩 인력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고, 흔적없이 해야 될터인데 ... 과연 가능한 일인지..."
"사람이 많으면 비밀 유지가 어려울텐데요?"
"오십 명 정도면 살상 없이 열한 명을 제압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 이백 명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만에 하나 그들을 모두 죽여야만 할 경우가 발생하면 그 때는 정말 실수없이 그 일을 해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곡만 강탈하고 마부들은 모두 포박해 두었다가 나중에 풀어줄 수 있으면 참 다행이지만요, 일이란 것이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이백 명이면, 그 중에 서로 아는 사람, 친인척 중에 누가 있을 수도 있고..."
"예, 그렇습니다. 만일 자기 친구 동생을 죽여야 된다면 아무리 그래도 칼질을 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저는 만일을 위해 지역을 바꾸는 것을 생각하였지요. 그러면 아는 사람 만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남의 장원들에서는 두 명, 세 명 씩을 몰래 산동성 어디에 보내어 집결시키고요, 산동의 장원들에서는 두 명 세 명 씩을 몰래 하남성 어디에 집결 시켜서 모두 모인 다음, 사전에 강도 연습을 충분히 한 후에, 복면을 쓰고 강도를 저지르게 합니다. 빼앗은 미곡은 해당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장원에서 비밀히 보관해 주시는 것으로 하고요."
"정말 그리 말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지도를 상세하게 살폈습니다만, 산동에서는 교주 노산 인근에서 강탈을 하고, 미곡은 래주의 중가장에서 처분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았구요, 하남에서는 복우산 넘는 곳에서 강탈을 해서 남양의 편가장에서 처분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두 곳은 모두 군량미가 수송되는 길목이며, 두 장원 역시 군량미로 밀어넣을 미곡이 있을 터이니 거기에 섞어서 넣으면 감쪽같이 처분이 가능할겁니다."
"아, 임향주가 제갈공명과 같다 그러더니 정말 그 소문이 틀림없구먼요."
"군량미가 움직이는 내년 봄이면 그 때부터 약 한 달이나 두 어 달 동안만, 강도짓을 두 어 차례만 한다면 그 때부터는 무뢰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일을 해줄 것이고요. 흑응회나 적목단도 경호인력 없이 더이상 미곡운반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목적은 빠르면 내년 여름까지, 늦으면 내년 말까지는 달성될 것이라 봅니다."
"임향주님 말대로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
"최악의 경우에 말입니다. 우리 장원들이 뭉쳐서 강도짓을 한 것이 발각이 되면 어떻게 할거냐를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임향주님 혹시 이 부분도 생각해 오신 것이 있습니까?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발각이 되면 우리는, 좀 안됐지만 운송대 마부들을 모두 죽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안된다면, 그 때는 적대형, 즉 흑대형과 담판을 지어, 처음에 말이 나왔던 비룡방주님의 존견 그대로, 하남부와 제남부로 한정해서 미곡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양보를 하고 타협을 짓는 것입니다."
"임향주님, 만에 하나 들키더라도 타협을 한다고요?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고 적목단과 타협을 짓는다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예, 가능합니다... 왜 그렇게 미덥지 않은듯 보십니까? 저는 그렇게 만들 하나의 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이 자리에서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아니 왜 말할 수 없습니까? 우리를 못믿는 것입니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못믿어 그렇겠습니까? 이것은 많은 사람이 알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 그렇고요, 정 그렇다면 여기 모인 분들 중에서 두 분에게만 귓속말로 말하여 두 분이 인정하면 그대로 넘어가도록 하고요, 그 두 분이 아니라 한다면 아닌 것으로 하지요. 어떻습니까?"
"그럼 누가 임향주님의 귓속말을 듣기로 하나요?"
"귀로 듣기만 하고 결코 입으로 말하지 않을 사람으로... 하남 쪽에서는 아무래도 기 장주님이 적당할 것 같고요, 산동 쪽에서는 누가 좋겠습니까?"
"제가 듣겠습니다. 저는 임청 천가 둘째 입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요?"
"좋아요."
"다른 분들... 괜찮겠어요?"
"예, 좋습니다."
"예, 그럼 두 분은 잠시 저쪽 방에 저와 함께 갔다가 오기로 하시지요."
자리를 옮겨서 임향주는 기장주와 임청 천가 둘째에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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