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목단(제2부)

제 023 회 까마귀 언덕의 대결

금박(金舶) 2016. 3. 23. 15:30


백룡단 단주가 적목귀에게 사람을 보내서 한번 만나자고 한 이 날이 10 월 7 일이었다. 이 즈음 진원성의 사정은 좀 변하게 되었다. 오단두는 석행도를 통해서 그간의 일을 모두 잘 알고 있었으며, 력행수 진원성이 하는 일을 마음 속에서 걱정하고 있었다. 종래의 낙양단이 해오던 일의 범주에서 벗어나 터무니없는 일들이 낙양단의 이름으로 마구 일어나고 있었으며, 단두는 력행수를 한번 쯤 불러서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또는 어떤 계획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는 지를 묻고, 그만 두도록 하겠다고 맘을 먹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치를 하기 전에 이미 력행의 전투조는 낙양단 전체보다 더 큰 덩치로 변해버렸고, 이제는 력행 행수에게 무슨 말을 해서 수가 틀리면, 력행 행수가 - 그럼 나 나갈꺼야 - 한마디 하고 나가버리면, 더 이상 해볼 도리 없었으니 단두는 속으로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진원성 또한 이때에 너무 빨리 팽창하는 전투조의 규모에 당황하고 있었다. 무뢰들의 세계를 평정하여 조직화해서 보호사업을 만들 수 없을까 그런 것을 언뜻 생각하기는 했었지만, 잠시 연구할 시간도 없이 마냥 덩치가 커져서, 본인도 놀라움 속에 상황에 끌려가는 상태였다. 거의 매일 벌어진 전투의 결과 이제 정탐조 33 명 산하에는 동서남북 각 방향에서 귀순한 조직들의 전투조와 수금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 사상(死傷)당하여 결원된 력행 전투조의 사람 수를, 그만큼 새로 편입하는 조직의 고수(高手)들로 채웠고, 그래서 력행의 전투조 33 명은 날이 지날수록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바뀌고, 전투력도 강해지게 되었다. 


진원성이 연일 치루는 생사대결은 진원성의 몸에는 하루 열두 시진 내내 혼천일기공 공부를 하는 셈이 되었다. 하루에 한 시진해야 할 의공인데 이것을 하루 종일 하다니, 몸에 좋은 보약도 정량(定量)이 있을 것이며, 정량을 초과하면 도리어 해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진원성은 과도한 공부로 인하여 몸에서 어떤 균형이 허물어지고 양기가 차올라오게 되어, 하루 종일 술에 취한듯 검붉은 얼굴로 두 눈은 붉은 빛을 품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연일 피튀기는 전투를 하며 품어야하는 살기(殺氣)가 두 눈에 정착(定着) 되어서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눈을 얼른 피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진원성은 어떤 때에는 피가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때에는 사냥을 할 수 없었으므로 시장에서 고기를 사오게 하여 먹고 있었는데, 그냥 핏물이 베어나오는 양고기를 생으로 씹어 삼키는 것을 부하 중에 하나가 보고서, 그것을 소문(= 존경하는 의미로 자랑)내는 바람에, 적목귀는 정말 귀신이 씌워진 사람일지 모른다는 악담(?)까지 나돌게 되었다. 이런 소문은 진원성의 전투조가 승리했다는 소식과 함께 낙양성 인근으로 재빨리 퍼져나갔다.


진원성이 이렇게 생사대결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전언구(傳言口 말전하는 심부름꾼)를 통해서 백룡단의 단주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자, 진원성은 백룡단주의 말을 싸우자는 말로 잘못 받아들였다. 이즈음에 진원성은 많은 무뢰들의 도전을 받아두고 있었으며, 그 중에 좀 크다는 거물들을 선택하여 도전에 응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잔챙이들은 부하들 중에서 누군가 감당하게 하였으며 대결에는 반드시 목숨이든, 보호구역이든 무엇을 내걸었지 공짜 전투는 없었다. - 10 월 11 일, 미시, 까마귀언덕에서 만나 한판하자 - 고 편지를 써서 답을 전하게 하였다. 까마귀언덕은 진원성이 낙양에 처음 왔을 때에 성 남쪽에서 석행도 일행 3 명을 만났던 그 언덕의 이름이었다. 백룡단주는 이렇게 말을 전하면 진원성이 선물을 싸들고 자기를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왠걸 한판 붙자는 편지를 받게되자 속에서 뭐가 불끈하고 솟았다. 지난 십 년 가까이 이렇게 대드는 놈을 본적이 없었는데 이새끼는 귀신이 붙어있는 미친 놈이라더니 정말 환장한 놈이구먼 하고 어찌할까 생각하였다.


백룡단 단주는 그 답을 듣고는 다음날 적목귀가 속하였다는 낙양단의 단두에게 연락하여,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게 되었다. 낙양단 오단두와 백룡단 유단주는 이미 서로 안면 정도는 익히고 있던 사이였다. 그리고 오단두는 낙양단의 휘하에서 나왔으나 이미 자기의 통제에서 벗어나버린 력행을 어찌할 방도가 없음을 유단주에게 토로하였다. 오단두는 낙양단과 친한 순검에게 물어보았더니, 민간의 일에는 소장(訴狀)이 없으면 관여하지 않는다며, 소장을 낼거냐고 물어서, 이것이 소장을 낼 그런 일도 아니기에 고민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유단주가 적목귀를 혼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유단주는 처음에 적목귀를 만나자고 한 뜻에는 싸우려는 것이 없었으나, 생각해보니 이제와서 싸우자는 뜻이 아니었다 말하는 것도 체면을 구기는 일이어서 결국은 오랫만에 몸을 풀어보기로 하였다. 또 이번에 낙양단 오단두의 고민을 해결해주면 이것은 고리(高利)로 떼먹히지 않을 빚을 주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생각도 하였다. 유소룡단주는 진원성이 정한 대전(對戰) 일시와 장소에 나가겠다고 전언구를 보냈다.


석행도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룡단 유단주와의 싸움은 진원성을 말려야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동안 함께 생활하며 어느 새 호감이 생겼던 것이다. 물론 일마다 단두에게 몰래 보고를 하였으나, 또 정이 든 것은 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석행도는 적목귀가 실력이 대단하지만, 유단주를 이길 수는 없다고, 절대 없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적목귀를 보호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말리고 싶은 마음에 석행도는 자기가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 과거 유단주가 백룡단 단주가 된 싸움 실력과 도박장 경비대장을 때려죽인 일 등을 약간 더 과장해서 적목귀에게 말해주고, 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석행도에게서 설명을 들은 진원성는 좋은 이야기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보기 드물게 치사를 하였다. 그리고 혼자가 되어서 다음날의 싸움에 대해서 곰곰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만났던 대전 상대들 어떤 사람보다도 강한 그런 고수를 상대하는 것이 틀림없기에 어쩌면 내일이 생의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죽음, 그렇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죽였듯이 자기도 내일 죽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떤 두려움도, 아쉬움도, 삶에 미련도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부모의, 가족의 피맺힌 원수를 못갚고 죽는다면 그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그리 큰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다 화살이 백중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 정도일 것이다. 활에 살을 재어서 그 화살을 쏜 그 순간에 이미 화살은 백중이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 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결과를 보고서야 활을 잘 쏘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것처럼 내가 내일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을 것이며, 단지 내일 그것을 어떤 결과로 확인할 뿐이라 생각하였다. 내일 이후에는 나의 어떤 노력도 의미가 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내일의 싸움을 위해 보탬이 될 그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진원성은 창법과 호흡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미 너무나 익숙하여져서 생각만 하여도 팔의 어떤 근육에 얼마만큼 기운이 들어가서 창끝이 몇 치의 간격으로 두 점 사이를 왕래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등이 떠올랐다. 그 다음에는 미래법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였다. 그 다음은 발과 정갱이와 팔 뚝에 찰 철편(鐵片) 조각들을 피묻은 것을 깨끗이 닦아내고, 그 다음은 항상 가지고 다녔던 작은 칼(보통의 소도의 절반 크기)을 꺼내서 잘 닦았다. 그리고 그 칼은 내일 팔뚝의 한 쪽에 도집을 벗긴 채로 끼워넣고 있다가, 여차하면 뽑아서 사용할 것이었다. 팔뚝에 칼을 숨기고 있다가 사용하는 것도 실력의 하나인 것이다. 


이것은 최후의 순간 일기창법의 마지막 작야세를 써야할 경우 오른손에 쥐고서 팔을 창대신으로 하여 펼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양쪽에서 30 명 또는 40 명 씩이 모여서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짜 실력이 아니면 통하지 않은 그런 상황이고, 또 상대는 아마 막강한 고수일 것이다. 진원성은 내일 어쩌면 절체절명의 순간이 온다면, 자기도 미완성이고 한번도 펼쳐보지 못한 창술의 마지막 장비세와 작야세를 시전해볼 생각이었다. 그래야 죽더라도 좀 덜 억울할 것이라 생각했다. 단 하나 믿을 것이 되는 창술의 각 세들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펼쳐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철저한 수비초수(守備秒手)들이었다. 진원성이 알고 있는 공격초수(攻擊秒手)는 육합권으로 배운 발길질로 상대의 발과 엉덩이를 차는 것과 창법 작야세를 맨 주먹으로 또는 오른손에 소도를 쥐고서 펼치는 것 두 가지 뿐이었다.


초겨울의 날씨는 찬바람과 함께 시작이 된다. 까마귀 언덕에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나선 적목귀가 전투조원 33 명을 데리고 동 쪽 한 편에 미리 자리를 잡았고, 잠시 후에 맞은 편에서 백룡단의 인원이 23 명이 자리를 잡았다. 진원성이 먼저 앞에 나와, 손짓을 해서 백룡단주를 불렀으며, 마주 서게 되자 입을 열었다.


"소생이 적목귀라 불리우는 력행 행수 진모입니다. 어떤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나는 백룡단 단주 유모라고 하네. 소문만큼 대단한지 한번 겨루어 실력을 보고 싶구먼."


"단지 그 뿐입니까? 겨룸은 장난이 아니요. 무엇을 걸겠습니까?"


"건방진 놈이구먼, 그렇게 말하는 넌 무엇을 걸겠냐?"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모든 것을 걸고서 싸워봅시다."


"좋다. 내가 너의 버릇을 고쳐주마."


"오늘 싸움은 둘이서만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도 싸우는 것입니까?"


"나와 나 둘이서 싸우고 이긴 자의 뜻대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


"좋소이다." 


진원성와 유단주는 되돌아서서 외투를 벗었다. 진원성은 전투조 행도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오늘 싸움은 나와 유단주가 모든 것을 걸고 싸우기로 하였다. 그러나 모두 긴장을 풀지는 말라."


유단주 역시 부하들에게 몇 마디 한 후에 외투를 벗어 내주고는 돌아섰다. 이 때에 력행 전투조원들이 함성을 올렸다. 그리고 모두 한 목소리로 쩌렁하게 울리도록 외쳤다.


"와, 와, 와, 주먹을 내밀면 다리가 부러지고, 검을 뽑으면 똥구멍에 피본다." 


유단주가 조소하면서 말했다. 


"말로만 들었더니 사실이구만, - 주먹을 내밀면 다리가 부러지고, 검을 뽑으면 똥구멍에 피본다 - 라니 그거 참 웃기는구만. 하 하 하 하."


백룡단의 무리들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웃음은 자기들의 대표 유단주를 응원하자는 뜻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결전은 시작이 되었다. 유단주의 주먹이 뻗어나오면 거기에는 앞 뒤로 경력이 둘러쌓여 있어서 받아내려면, 네 번을 나누어 경력을 감쇠(減衰)시킨 후에 또 두 걸음 정도 물러서야만 하였을 정도로 유단주의 공력은 참 대단하였다. 이 정도라면 한번 맞으면 중상일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아마도 권술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유단주를 만나 겨루었다면 그의 사문내력(師門來歷)을 알 수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어쩌면 사문을 보아서라도 이리저리 말을 하여 어떤 화해나 다른 결론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원성에게는 그런 지식이나 배경이 없었고, 오로지 실력으로 대응하는 것 뿐이었다.


이리저리 주먹과 발길을 피하거나 막으면서 버티다보니 벌써 한 식경 쯤이 지났을 것이었다.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과 수비가 계속되면 수비를 하는 쪽에서 더욱 부담이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었다. 관전을 하고 있는 양측의 인원들의 표정을 보면 그것이 잘 드러났다. 유단주가 데려온 사람들은 관전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벼운 농담도 하는 것처럼 미소가 얼굴에 떠오르기도 하였다. - 어쩌다 한가닥 얻어 배운 놈이 어떻게 정통파로 배운 우리 단주님을 당할 수 있겠냐 - 하는 듯 보였다. 력행 전투조의 분위기는 그와는 반대였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유단주의 마음 속에서는 싸움 시작 얼마 후 부터 몹씨 당황하고 있었다. 유단주의 계산은 이 싸움을 이기는 것만이 목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련이야 거의 매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유단주가 이렇게 실전을 한 것은 몇 년만에 처음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진정한 실력을 한번도 보지 못한 부하들도 있었으며, 한번 쯤 보았더라도 이제 다시한번 자기의 탁월한 실력을 부하들의 뇌리에 각인을 시켜두려고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한 몇 년 간은, 단주의 위상에 어떤 의구심을 갖을 수도 있는 그런 작은 단초마저 삭제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라면, 자기가 뻗치는 평범한 초식에 상대가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다가 약간 좀더 멋있는 마지막 일격에 상대가 맞아주고 큰 대자(大字)로 뻗어 다치거나 죽어버리면 되는 것인데, 자기의 계산과는 달리 상대가 자기의 평범하게 보이지만 강한 위력이 숨어있는 초식에 허둥대기는 커녕 아주 침착하게 수비를 하며, 비록 몇 걸음 씩 물러서기는 하지만 결코 당황하거나 겁을 먹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보이는 이 초식들이 사실은 자기가 전력을 기울여서 퍼붓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한 식경이 지나니 이렇게 전력으로 공력을 허비하다가는 제풀에 먼저 쓰러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유단주는 이제서야 자기가 잘못 생각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편하게 지내다 보니, 실전적인 자세가 무너져버렸던 것이다. 재수없게시리 경적필패(輕敵必敗)라는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 나는 적목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이길거라는 단정 하에 어떻게 생색을 낼까 하는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니 ... '   

   

'아 나는 무엇을 얻자고 이 싸움을 시작하였을까? 지면 엄청 손해나고 이겨도 별 소득이 없는 이 싸움을 왜 나는 하려고 했단 말인가?'


이러한 후회가 밀려오건만, 여기에서 그만 둘 수도 없었기에 유단주는 이미 시작한 싸움을 어떻게든 이겨야한다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일단 공력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삼분 공력으로 줄였다. 삼분 공력이란 십분을 전력(全力)이라 한다면 3 할을 사용한다는 말이었으며, 이것이 통상 싸움의 공력 운용이라 할 수 있었다. 삼분 공력이면 한 시진도 무리없이 지탱할 수 있지만, 이미 십분 공력으로 한 식경을 보냈으니 이미 진신공력(眞身功力)의 5 할이 소모 되었고, 이제는 아껴가면서 어떻게든 승기를 잡아서 마지막 일격을 적중시켜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진원성는 처음부터 이싸움을 아마도 한 시진이나 두 시진 정도 계속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가급적 공력을 아껴오던 터라 지금도 싸움의 시작 때와 거의 다름없이 공력이 충일(充溢)하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부터 상대의 압력이 거의 없어짐을 느끼며, 진원성는 서서히 상대의 공격해 오는 손과 발을 공격해보기 시작했다. 강호(江湖)의 대결(對決) 공방(攻防)에서 상대의 손과 발을 공격하는 것은 좀체로 보기 드문 일이었으며, 또 적목귀의 공격 수법은 저자거리에서 아무나 가르치고 배우는 그런 육합권 수법들인지라 별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원성에게서 나오는 것은 좀 달라보였다. 그 이유는 창술의 보법이 섞여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진원성는 상대의 뻗어진 주먹이 회수될 때에 따라 들어가면서 상대의 팔을 공격하여 보았다. 처음에는 주먹과 거의 진배없이 단단하게 느껴졌지만, 세 번, 네 번이 되자 상대의 팔이 좀 부드러워졌고 그에 따라 상대의 공격이 좀 느려졌음을 확인하였다. 상대의 발이 휘둘러져 오면 피하였다가 회수되어가는 발의 종아리나 또는 좀더 간극이 넓으면 허벅지를 공격하였다. 여기에서도 세 번째나 네 번째부터는 좀더 부드러워졌음을 느꼈다. 그에 따라 상대의 발동작도 점차로 속도가 떨어졌다.